국내 휴대폰 요금 체계는 휴대폰 가격과 통신 요금이 섞여 있어 대단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때문에 같은 기종의 휴대폰을 구입하더라도 개개인별로 적게는 수만원에서 많게는 수십만원까지 구입가격에 차이가 생기는 일이 종종 발생하곤 했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올 새해 첫날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본격 시행됐다. 휴대폰 가격과 통신 요금을 분리 표시해 구매자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 그러한 불공정 거래행위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시행초기인 아직까지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휴대폰 가격’을 놓고 서로 다른 해석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블랙리스트’제도가 시행되는 5월 이후에나 점차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국내 휴대폰 요금은 대단히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 휴대폰 값과 통신 요금, 여기에 보조금과 할인혜택까지 섞여있다 보니 보통 사람들은 자신이 휴대폰 값으로 얼마를 내고 통신비로 얼마를 내는지 도통 알기가 힘들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곳곳에서 불공정행위가 발생하곤 한다. 같은 기종의 휴대폰이지만 어디서 구매하느냐에 따라서 적게는 몇 만원, 많게는 수 십만원까지 가격차이가 발생한다. 특히 실제 판매가격인 ‘할부 원금’대신 ‘출고가’를 내세워 놓고 마치 큰 폭으로 할인해 가입만 하면 주는 ‘공짜폰’처럼 파는 행위는 줄곧 문제가 되어왔다.
◇ 정부 ‘휴대폰 가격’ 직접 개입
그래서 정부는 직접 개입을 결정, 올 새해 첫 날부터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본격 시행했다. 지식경제부는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공정거래 질서 확립을 위해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본격 시행했다”고 그 취지를 밝혔다.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휴대폰 가격문제에 개입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제품 실제 판매가를 통신비와 분리, 명확히 표시하라는 내용이다. 대리점 사업자가 “ㄱ 휴대폰은 A 요금제 선택시 ㅇㅇ만원” 등으로 고객에게 ‘사실’을 알려야 한다. 휴대폰의 실제 가격을 통신 요금제 선택에 따른 할인과 대충 뭉뚱거려 실제 휴대폰 가격은 얼마인지도 모르고 사는 폐해를 막겠다는 정책이다.
지경부는 작년 10월 이미 ‘휴대폰 가격표시제 실시요령’을 제정했다. 지경부는 당시 “휴대폰 판매업자가 휴대폰 가격을 통신요금과 합쳐 판매하는 등 판매가격 미표시로 인한 불공정 사례가 빈번히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휴대폰 가격표시제 도입으로 온라인을 포함한 모든 휴대폰 매장에서는 단말기는 물론 관련 액세서리까지 모두 별도의 가격을 표시해야 한다. ‘스마트폰이 공짜’라는 허위(?)광고는 무조건 제재대상이다.
실시요령 제정 이후 통신사업자(SKT·KT·LG U+)는 지난해 12월부터 자발적으로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실시해 왔다. 지경부의 직접 단속은 오는 9일부터 이뤄진다. 지경부는 “휴대폰 가격표시제 조기 정착을 위해 오는 9일부터 20일까지 10일간 소비자단체, 지자체와 함께 전국 주요 판매점을 대상으로 이행실태를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반 시 시정권고에 이어 최대 1천만원 과징금이 부과된다.
단속내용은 판매가격 미표시·통신요금 할인금액을 판매가격에 반영해 표시하는 행위(공짜폰, 0원 판매 표시 등)·출고가격으로 표시 등이다. 공짜라고 광고하지만 사실을 알고 보면 공짜가 아닌 이른바 ‘말로만 공짜폰’이 집중 단속 대상이다.
지경부 관계자는 “올해 지자체와 공동으로 정기적으로 주요 판매점 및 온라인 판매점을 집중적으로 지도, 점검해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조기에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여전히 거리엔 ‘공짜폰’ 광고
그러나 여전히 ‘공짜폰’ 광고가 넘쳐나는 등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거리의 수많은 휴대폰 매장들은 “80~90만원대 최신 스마트폰을 공짜로 준다”며 호객행위에 열심이다. 지키는 대리점과 판매점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이데일리>와 <지디넷코리아>는 “휴대폰 매장이 밀집한 전자상가에는 여전히 ‘공짜폰을 골라드립니다’는 간판들이 서 있고 휴대폰 가격을 별도로 표시한 점포는 거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정부 방침에 적극 협조하겠다던 이동통신 3사의 다짐이 무색했다”는 지적했다.
이들이 전한 유통 현장 분위기는 냉담했다. ‘최신 스마트폰 공짜’ 광고는 여전하고, 휴대폰 실제 가격 표시는 흔치 않았다. 한 판매점 직원은 “휴대폰 가격표시제에 대해 들어본 적 없다”며 “경쟁 매장도 다 그렇게 하는데 별일이야 있겠느냐”고 말했다.
다른 대리점주도 “철저히 단속해 과징금을 부과하면 우리나라 전체 휴대폰 유통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며 “그동안 공짜폰 광고를 제제하겠다는 방침을 많이 들어왔지만 크게 변한 바 없다”고 설명했다.
휴대폰 가격을 표시해 놓은 매장에서도 “단속이 뜬다니까 붙여놓긴 했는데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는 반응이다.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고객 입장에선 단말기만 따로 사는 게 아닌 만큼 휴대폰 가격보다는 요금제별 가격이 더 중요한데 단말기 가격과 요금제별 가격을 모두 붙여놓고 판매하자니 번거롭다”고 설명했다. 바로 옆 판매점에서도 “단말기 가격은 의미 없으니 요금제별 가격을 보라”며 가격 정책이 나와 있는 파일부터 보여줬다.
판매점이 아닌 통신사 직영점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액세서리에는 가격이 표시돼 있지만 전시용 핸드폰엔 아무 표시가 없었다. 다른 직영 대리점은 “공짜, 무료 핸드폰”이란 광고 문구도 여전히 붙어 있었다.
간혹 휴대폰 가격표시제 내용을 매대에 붙이고, 자극적 광고 문구를 내린곳 눈에 띄었으나 비중은 적었다. 그나마 이동통신 본사 지시를 받는 직영점들이 개인 판매점 대비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 유통구조 다변화 선행되야
전문가들은 “당장 제도적으로 휴대폰 가격표시제 정착은 무리”라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문가는 “휴대폰 유통망을 이통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정부에서 어떤 대책을 내놓던지 과도한 보조금지급과 같은 불공정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휴대폰 판매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는지 알지 못한다”며 “블랙리스트 제도의 빠른 도입에 따른 휴대폰 유통 채널의 다변화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인 즉, 휴대폰 구입과 이통사 가입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블랙리스트(개방형 IMEI 관리) 제도의 도입이다. 현재는 ‘화이트리스트(폐쇄형 IMEI 관리) 제도로 오로지 ’통신사에 사전 등록된 휴대폰‘만 개통이 가능하다. 그러나 블랙리스트가 도입되면 사용자들은 어디서 구매했는지에 관계없이 통신사 가입이 자유로워진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올 5월부터 블랙리스트 제도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휴대폰 가격표시제가 힘을 발휘하기 위해선 5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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