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선레이스 급부상

장우진 / 기사승인 : 2012-02-06 11:29:30
  • -
  • +
  • 인쇄
안철수 제치고 ‘야권 히든카드’ 우뚝…‘朴·安·文’ 대권운명 '총선에 달렸다'

[토요경제 = 장우진 기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대권주자로 본격 합류했다.
문 이사장은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 박빙을 보이거나 오히려 앞서는 결과를 나타냈다. 또 박근혜 비대위원장과도 10% 이내로 격차를 좁혀 12월 대선을 앞두고 치열한 레이스가 예고된다.
이 같은 분위기는 문 이사장이 최근 예능출연 이후 지지율이 상승해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여기에 안 원장이 미국 방문후 귀국하면서 정치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 것에 지지율 하락하며 결과적으로 안 원장을 역전하는 현상까지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박 위원장은 이미 안 원장의 등장으로 ‘독주체제’가 끝난데 이어 문 이사장까지 대권경쟁에 뛰어들어 대선을 불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안심할 수 없게 됐다.


◇문재인, 안철수 처음으로 앞섰다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지지율이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처음으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추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31일 오마이뉴스와 한국미래발전연구원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선 후보 다자대결 구도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5.4%의 지지율로 1위를 지킨 것으로 집계됐다.
문 이사장은 25.3%로 2위, 안 원장은 22.7%로 3위를 각각 차지했다.
특히 문 이사장의 경우 지난달에 비해 지지율이 8.1%포인트 상승하면서 처음으로 안 원장을 제치고 2위에 올라섰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에 비해 5.7%포인트 상승한 반면, 안 원장은 7.6%포인트 하락하면서 3위로 떨어졌다.
문 이사장은 진보진영 대선 후보 지지율 조사에서도 지난달에 비해 7.1%포인트 상승한 29.3%를 기록하면서 선두로 올라선 것으로 조사됐다.
안 원장은 지난달에 비해 7.6%포인트 하락한 27.9%를 얻어 2위로 내려갔다.
이번 조사는 지난 27일부터 29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포인트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부산 출마로 승부수를 던진 문 이사장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안 원장이 지난 21일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후 야권 성향 유권자들이 다시 문 이사장을 주목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1월 넷째 주 주간 정례조사를 실시한 결과, 대선 다자대결 구도에서 문 이사장의 지지율이 17.4%로 집계돼 3위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 주 15.3%에 비해 2.1%포인트 상승한 것이며, 안 원장을 5.8%포인트 차이로 따라 붙은 것이다. 전 주 양자간 지지율 격차는 12.8%였다.
안 원장의 경우 지난주 28.1%에 비해 4.9%포인트 하락한 23.2%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우 지난주에 비해 1.7%포인트 상승한 30.5%를 기록하면서 1위를 지켰다.
이번 조사는 지난 25일부터 27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남녀 225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1%포인트다.


▲ 지난달 26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가운데)과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왼쪽), 김정길 전 행정자치부 장관 등 3명이 내년 부산지역 총선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숨고르기에 힐링캠프 효과까지


문 이사장의 이 같은 대선레이스에 합류하게 된 것은 크게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된다.
문 이사장은 지난달 9일 방송된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에 출연해 담백한 유머와 어린 시절부터 현재까지 인생 스토리를 세세히 전했다. 특히 현 정치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과 박근혜 비대위원장과 안 원장의 견해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놨다. 또 특전사 출신답게 기왓장 격파 시범을 보이는 등 예능감도 선보여 다양한 화제를 모았다.
이 같은 ‘힐링캠프 효과’로 인해 문 이사장은 방송출연 이후 지지율이 급등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는 1월 둘째주 주간 정례조사 결과, 문 이사장은 1주일 전에 비해 5.9% 포인트 상승한 14.6%를 기록해 대선지지율 다자구도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비대위 위원장(27.3%)과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25.8%)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당시 이 같은 지지율은 지난해 8월 안철수 원장의 등장으로 11.7%의 지지율을 고점으로 지속적으로 하락해 오던 자신의 최고의 지지율을 경신한 것이다.
안철수 원장과의 지지율 차이는 18.8%포인트에서 11.2%포인트로 좁혀지면서 본격 대선레이스에 합류했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안 원장의 행보이다. 안 원장은 지난 10·26 서울시 보궐선거시부터 등장하기 시작해 새로운 정치바람을 일으키며 일명 ‘안풍(安風)효과’를 보였다. 박 위원장의 독주에 제동을 걸며 ‘박근혜 대항마’로 부상했으며, 여론조사에서도 박 위원장을 앞지르기도 하는 등 ‘대권 보증수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안 원장의 미국 행보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안 원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정치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해왔듯이 이번 안 원장 자신의 입장 발언에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달 21일 2주간의 방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해 “(정치권이) 이렇게 간다면 굳이 나같은 사람까지 (정치를)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원장은 인천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미국에서 보니 민주통합당도 통합 작업들을 잘 진행하고 있고 한나라당도 강한 개혁의지를 갖고 있어서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기대하게 됐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 원장은 8일 미국에 출국하면서 ‘정치 참여 시기와 방법을 고민하고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뒤 “열정을 갖고 계속 어려운 일을 이겨나갈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본격 정치참여의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점에 이견이 없었다. 그러나 귀국 후 태도가 180도 달라지면서 정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자 지지율도 하락세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문 이사장은 ‘힐링캠프’ 녹화 현장에서 “박 위원장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안철수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자신까지 ‘2명’으로 늘어난 셈이다.


◇4월 총선, 적지에 ‘도전장’…승부거나


그러나 본격 대권 레이스에 한발 늦게 합류한 문 이사장은 아직까지는 3위권에 머물고 있다. 박 위원장은 아슬아슬하지만 여전히 1위를 질주하고 있고, 안 원장도 단 한 곳의 여론조사 기관에서만(2일 기준) 문 이사장에게 역전을 허용했을 뿐이다. 안 원장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로 얼마든지 1위로 치고나갈 저력을 가지고 있다.
문 이사장이 대권 경쟁에서 치고 나가기 위해 4월 총선에 승부를 거는 입장이다.
문 이사장은 부산 북·강서 을에 출마하는 문성근 국민의 명령 대표 등과 함께 이른바 ‘낙동강 벨트’를 형성해 부산(P·K) 승리의 바람을 형성하겠다는 의지다.
부산지역은 정통적으로 한나라당 강세 지역이다. 민주통합당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와 최근 한진중공업, PSMC 노조 파업 등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PSMC는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지난달 20일 문 이사장은 부상 사상구에 위치한 선거사무실 문을 닫았다. 설 연휴기간 동안 세배객을 받지 않겠다는 의도다. 공식일정도 잡지 않았다.
문 이사장의 측근은 이 같은 조치에 대해 “3김(金) 정치처럼 하지 말자. 세배정치를 하지 말자는 문 이사장의 뜻”이라고 전했다.
설 연휴는 일반인에게는 귀향시즌이지만 정치인들에게는 세배정치의 시즌으로 불린다.
세배정치는 80년대 서슬 퍼런 군사독재 시절 생겨났다는 게 정설이다. 권력기관의 감시 탓에 지도부와 접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던 야당인사들은 민족최대 명절인 설날이라는 정권의 예외적 묵인 하에 세배를 명분으로 당 총재의 집이나 사무실을 찾아 떡국을 함께 먹으며 정국현안 등을 논의했다.
하지만 세배정치는 세뱃돈이나 설선물 등을 빌미로 음성적인 정치자금 등이 오간다는 지적을 받아 구태 정치의 상징으로 치부되고 있다.


◇문재인-박근혜, ‘4월 총선이 갈림길’


문 이사장이 4월 총선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한다면 박 위원장을 따라잡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은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변경하고, 미래희망연대와도 합당을 마무리지으며 민심·표심잡기에 나섰다.
박 위원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의원은 새 당명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다.
유기준 의원은 “당명의 뜻은 좋은 것 같다”며 “당이 개혁과 쇄신이라는 모토로 새롭게 태어나려고 하는데 새로운 세상이라는 당명은 종전 한나라당의 정치행태를 반성하는 의미에서 좋은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두아 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여당의 개정된 당명과 관련 반응이 참 다양하다”며 “우선 부족한 소통 능력으로 강한 비판을 받아오던 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뉴스메이커가된 것 자체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다”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나 원희목 의원은 “새누리라는 뜻은 괜찮은 것 같다”면서도 “딱히 ‘이것이다’라는 느낌도 없고 그렇다고 쌈박한 맛도 없다”고 밝혔다.
조전혁 의원은 “당명은 철학과 가치 포함됐으면 좋았는데 이번 당명은 유치원 이름 같기도 하고 당에서 당명과 관련해 설명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당명 때문에 한나라당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확신할 개혁과 진지한 성찰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진영아 공직후보자추천심사위원이 공천위원 발표 하루만에 ‘경력·자질 논란’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박 위원장의 인사 스타일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박 위원장의 리더십이 한계에 다다른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당내 이 같은 혼란에도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승리를 거둔다면 박 위원장의 대권행보는 탄탄대로를 걷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안철수, 기부재단 본격 추진…‘안풍 다시부나’


안 원장의 정치행보도 이대로 주춤하는 것은 아니다.
안철수연구소는 지난달 31일 기부재단의 사업방향을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 발표할 계획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 11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안철수연구소 지분 37.1%의 절반을 사회에 환원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기부재단의 구체적인 사업 방향에 대해 안철수연구소는 함구했지만, 관련 업계에서는 저소득층 교육과 자활 기회 제공 등 사회 소외 계층을 대상으로 한 기부 사업이 주축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편 안 원장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안 원장이 정치참여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보였음에도 여전히 유력한 대권주자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기부재단 설립을 놓고 정치적 움직임으로 보고 있어 안 원장의 발언에도 대선출마를 기정사실화 한 분위기다.
무엇보다도 가장 염두해둬야 할 부분은 바로 총선 이후 안 원장의 움직임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본격 대선 출마를 7월 이후로 보고 있다.
박계동 전 국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PBC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안 원장이 7월경부터 대선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들어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제3당 창당이) 몸도 좀 더 불리고 바람직한 정당 형태로 자기 혁신을 보이는 길로 나아간다면 안 원장도 그런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7월 창당설’에 힘을 보탰다.
또 신율 명지대 교수는 이보다 앞선 24일 ‘열린세상, 오늘’에 출연해 “7월쯤 야권 단일화를 통해 한명의 (대선)후보로 등장을 해서 정치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신 교수는 “안 원장은 일찍 나설 필요가 없다”며 “안 원장이 정당에 들어갈 건 아니기 때문에 일찍 나와서 정치활동을 해보았자 별 의미가 없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