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특허만 믿었는데…”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2-06 14:0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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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삼성의 '반독점 위반' 조사

최근 유럽 내 소송에서 연달아 패소한 삼성전자가 결정적인 역풍을 맞이했다. 최근 애플을 상대로 한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처분 소송과 독일 만하임 법원의 본안소송, 뒤셀도르프 법원의 가처분 항소심 등에서 연이어 패소한 삼성전자가 이번에는 가장 강력한 무기인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를 쓸 수 없게 될 상황에 몰리게 됐기 때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달 31일 “삼성전자가 경쟁업체를 상대로 ‘표준특허’를 이용해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반독점 규정 위반인지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3세대(3G) 통신에 사용된 ‘표준특허’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내용이 주된 쟁점이다.


이에 관해 유럽통신표준연구소(ETSI)는 “삼성전자가 소송전에서 무기로 삼았던 통신 표준특허는 필수적인 특허이고, 삼성전자는 지난 1998년에 ‘필수 표준 특허권을 남용하지 않을 것’라고 이미 선언했다”고 지적했다. ETSI는 통신 표준특허를 보유한 회사는 이른바 ‘프랜드(FRAND)’ 방식으로 특허 기술을 누구에게나 제공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한 바 있다.


프랜드는 '공정·합리적·비차별‘의 줄임말로, 특허가 없는 업체도 표준특허를 이용, 우선 제품을 만든 다음 추후 특허 사용료를 낼 수 있는 권리로 표준특허권자가 무리한 요구로 경쟁사의 제품 생산이나 시장 진입을 방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다.


특허 전문가들은 “EU가 반독점 조사에 착수했다는 것은 애플 등 경쟁사를 상대로 한 삼성의 대응에 대한 조사가 공식화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도 “조사 착수는 집행위가 이번 사안을 중요 쟁점으로 취급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위원회는 “조사 착수는 이 사안을 ‘우선적인 사안’으로 다룬다는 것일 뿐 위반 여부를 예단한 데 따른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때문에 소송전의 향방을 예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 도중 한 판사가 애플의 아이패드와 삼성의 태블릿을 비교하고 있다.


◇ 표준기술은 ‘독점권’ 없다


당초 애플은 유럽 등 세계 각국에서 “삼성전자가 자사의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디자인을 모방했다”며 특허침해에 따른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 등을 제기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관련 소송에서 잇따라 패하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판매금지를 당했다.


디자인 특허 소송에서 이미 쓴맛을 본 삼성전자는 앞서 유럽의 프랜드 조항에도 발목이 잡혀 소송에서 패소한 경험이 있다. 지난해 10월 네덜란드에서도 삼성전자가 애플을 상대로 낸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헤이그 법원은 프랜드를 내세워 기각했다.


이외에도 애플을 상대 프랑스 파리와 이탈리아 밀라노의 가처분 소송과 독일 만하임 법원의 본안소송, 뒤셀도르프 법원의 가처분 항소심에서 잇달아 패소한데 이어 3세대(3G) 통신 표준특허마저 무기로 쓸 수 없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궁지에 몰리게 됐다.


삼성전자는 ‘기술 특허’로 반격에 나섰다. 애플이 디자인을 문제 삼는다면, 삼성은 무선전송기술 특허를 앞세워 애플에 당한 수모를 되갚겠다는 전략이었다. 통신 특허가 없는 애플의 약점을 파고들겠다는 작전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EU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어야 할 표준기술에 대해 삼성이 ‘독점권’을 내세우는 것 자체가 공정경쟁을 침해한다”며 이 같은 삼성의 움직임에 제동을 걸었다. 유럽 등 각국 소송에서 삼성전자의 통신기술 특허침해 소송은 사실상 무력화될 수 있다.


때문에 대 애플 소송전에서 삼성전자는 불리한 위치에 처하게 됐다. 휴대전화와 스마트폰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통신 표준특허를 보유한 삼성전자는 특허침해를 이유로 경쟁사를 제소할 수 없는 반면 디자인 특허를 보유한 애플은 삼성전자에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에 거액의 벌금 부과 가능성도 거론된다. 집행위는 반독점 규정에 따라 유럽 내 기업의 위반사례가 확인될 경우 해당 기업의 전 세계 매출의 10%를 벌금으로 매기는 것으로 알려져 자칫 수조원 단위의 벌금을 내야 할 수도 있다. 또 현재 9개국 이상에서 진행 중인 이후의 소송에서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보인다. ‘램버스’사의 전례처럼 ‘매복특허’라는 결과가 나올 경우 특허 무효화 까지도 각오해야 할 판국이다.


EU는 지난해 11월 이미 삼성전자를 상대로 반독점법 위반 여부에 대해 예비 조사를 벌인 바 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지난 1일 “당시 EU가 요청한 자료를 충실히 제출했다”며 “이번 조사 개시에 대해서는 아직 통보받은 바 없고 내용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측은 이와 관련해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 관계자는 “(EU의 발표는) 특허를 남용할 경우 산업 전반의 발전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인것 같다”며 “업계 전체에 대한 전반적인 경고의 의미”라고 해석했다. 그는 “국제판례 등을 볼 때 (삼성이) 유럽에서 반독점 위반 판정을 받을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 들어 잇따라 애플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삼성은 이미 법무팀을 중심으로 대응 방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삼성 안팎에서는 “유럽의 스마트폰 업체들이 삼성에 대응하기 위해 부당하게 공동 전선을 펴거나 EU 집행위를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이에 대한 별도의 역공 전략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 반독점 위반시 미국·호주도 영향


그러나 삼성이 꺼내들 수 있는 대응 카드는 현재로선 많지 않다. 특허 전문가들은 “EU의 조사 착수 배경에는 특허권자에 깐깐한 EU 특유의 분위기가 복합적으로 깔려 있다”며 “삼성에 불리하게 전개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조사에 성실히 응하면서 표준특허 관련 내용에서 업그레이드된 부분을 부각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정국제특허법률사무소 정우성 변리사는 “통신 표준특허를 내세워 애플을 압박하는 삼성의 전략이 결국은 반독점 논란을 불러왔다”며 “현재로서는 EU의 조사에 성실히 응하면서 경쟁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혐의가 인정되면 삼성전자가 전 세계에서 벌이고 있는 법정 공방도 불리해질 수 있다”며 “법정에서 공방을 벌이거나 협상을 하더라도 애플은 삼성전자에 양보할 필요가 없어진다”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다래 조용식 변호사는 “삼성으로서는 지난 1998년 ETSI에 약속한 사항 이외에 새롭게 추가된 통신기술 특허 내용을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반독점 위반으로 결론이 나면 미국이나 호주의 판결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경우 표준특허기술이지만 각 기업과 개별적으로 로열티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실제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과거 미국의 반독점 사례인 마이크론과의 가격 담합 등과는 성격이 달라 예상외의 결과는 없을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유럽 수출 비중은 전체의 20~25% 수준으로 추정되는데 조사 결과 특허 남용이 인정되면 유럽 전역에서 진행 중인 애플과의 소송에도 불리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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