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으로 널리 알려진 미래학자이며 구글의 기술이사 ‘레이 커즈 와일(Ray Kurzweil’)은 “미래에 뇌를 인터넷에 연결할 수 있게 된다면 사람들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깊이 특정 형태의 음악을 탐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개성을 줄이는게 아니라 훨씬 더 키워줄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다.
커즈와일이 예상대로 ‘개성을 키우는’ 시도는 미래로 가기도 전에 이미 일어나고 있다. 특히 유통과 식품업계 뿐만 아니라 제약업계에서도 너나 할 것 없이 영역을 넘나드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에서 재미를 쫓는 선두주자는 신세계의 정용진 부회장이다. 2015년 이마트타운 킨텍스점에서 ‘남자의 마트’를 표방하고 문을 연 일렉트로마트에는 전자기기, 게임기, 피규어, 캠핑용품, 레저용품에 당시 국내수입이 잘되지 않던 크래프트 맥주에 전투식량도 판매했다. 뿐만 아니라 펍, 오락실, 실내야구장, 바버샵(이발소)을 갖춘 매장도 나왔다. 이후 일렉트로마트는 매장개수를 늘려가며 인기도 이어졌다.
정 부회장의 ‘재미 추구’는 계속 이어진다. 본인의 사랑하는 반려견 ‘몰리’의 이름을 딴 몰리스 펫샵을 열어 마트내 반려용품샵 시대를 여는가 하면 올해는 일본의 잡화점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삐에로쇼핑’도 열고, 조금씩 확장세를 보이고 있다. 원조 격인 돈키호테를 보자면 전자제품, 브랜드상품, 술, 의약품, 전자제품에 독특한 의류와 성인용품까지도 취급하는데 흥미롭고 자극적인 상품들이 소위 말하는 ‘도떼기 시장’처럼 즐비하게 구성된 것이다.
식품업계에서는 ‘재미찾기’를 ‘콜라보레이션( collaboration, 공동작업)을 통해 활발하게 진행한바 있다. 빙그레의 1992년생 장수상품 메로나는 유사영역 음료가 나오는가 하면 운동화와 슬리퍼, 모자, 에코백, 가디건등 의류 콜라보 제품을 선보이더니 급기야 수세미, 치약도 출시했다. 같은 식구 바나나우유는 바디워시와 핸드크림, 립밤 등 화장품산업에 모습을 비췄다.
또 오리온의 초코파이는 초코파이하우스라는 이름으로 고급스러운 진화를 꿈꾸고 있다. 기존의 ‘정(情)’이라는 글자가 떡하니 보였던 전통적인 패키지를 버리고 모던하고 레트로한 느낌을 살린 새로운 상품패키지를 입고 ‘프리미엄 디저트 샵’에 자리잡은 것이다. 자체 매장 외에 백화점 식품코너에 입점해 ‘예쁜 것’을 추구하는 10~20대 사이에서 SNS 인증샷 대상이 되기도 했다. 이에 질세라 초코과자계 동생 몽쉘도 최근 모던하고 세련된 느낌의 ‘요즘’ 패키지와 함께 플래그쉽 스토어가 백화점에 입점했다. 초코파이의 식구 고래밥은 게임 개발이 진행중이라는 소식도 나온다.
패션업계에서 콜라보 대장은 스파오(SPAO)다. 과거 어벤져스, 정글북 등의 콜라보를 출시했던 스파오는 포켓몬 콜라보를 내더니 일본만화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가 입었던 파자마와 같은 디자인을 출시하고 소위 ‘대박’이 났다. 이후 세일러문, 해리포터 등 잊혀져가던 추억의 캐릭터를 콜라보로 일깨우며 젊은 층에서 입소문을 모은 것이다. 올 가을 겨울 시즌에는 가성비가 좋다는 뜻의 ‘혜자롭다’ 유행어의 주인공 배우 김혜자와 콜라보를 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기존의 관행을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영역으로 시도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었다는 것이다. 스파오의 경우 현장 아르바이트부터 점장까지 다양한 이들이 상품기획에 참여했다고 한다. 기획에서 상품화까지 유연하게 대처한 점이 성공을 이끈 것은 아닐까.
요즘 카페나 식당에서 보게되는 어린아이들은 조금 떠든다 싶으면 금새 조용해 진다. 부모가 스마트폰을 손에 쥐어줬기 때문이다. 성장단계에서부터 자극적인 재미에 익숙해진 이들이 절대 소비자로 등장할 시기에는 ‘재미’나 '자극'이 배제된 개성없는 것들은 자취를 감춰버리는게 아닌가 기우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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