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80.66%의 압도적 지지로 선출, 다음달 1일부터 새 수장
‘내정설·자질부족·관치’ 논란에 노조 천막농성…갈등구조 예상
노조갈등, 증시 건전성 등 풀어야 할 과제…신임 이사장 역할은?

거래소는 지난 26일 오후 4시 서울 여의도 사옥 21층 회의실에서 주주총회를 열어 최 전 사장을 최종 이사장 후보로 선출했다고 밝혔다. 주주인 38개 회원사 중 34개사가 총회에 참석(참석률 90.68%)해 투표에 참여했으며 최 내정자는 80.66%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최 내정자는 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제청과 박근혜 대통령의 임명을 거쳐 이르면 다음달 1일부터 한국거래소의 새 수장으로 활동하게 된다.
하지만 최 내정자는 거래소 임원추천위원회의 서류심사에서부터 선출 직전까지 내내 ‘내정설’과 ‘관치금융’으로 노조와 금융투자업계의 반발을 산 터라 당장 천막농성에 돌입한 노조의 반발을 어떻게 잠재우고 조직을 장악할지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거래소 이사장 선임, 시작부터 ‘낙하산’ ‘관치’로 논란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 선임 과정은 시작부터 ‘낙하산 인사’로 잡음이 많았다.
거래소는 지난 6월 김봉수 전 이사장의 사임 이후 신임 이사장 공모를 접수 받았고 최경수 내정자를 비롯해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황건호 전 금융투자협회장,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11명이 지원서를 냈다.
하지만 거래소 외에도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BS금융지주, 신용보증기금 등에서 ‘관치금융’ 논란이 잇따라 터지자 박근혜정부가 지난 6월 ‘관치 및 낙하산 방지’를 명목으로 공공기관장 인사를 잠정 중단시켰고 3개월 간 거래소 이사장 선임 작업은 무기한 연기됐었다.
지난 5일이 되서야 거래소는 이사회를 열고 임원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재구성하면서 차기 이사장 선임 절차를 재개했지만 지난 9일 임추위의 서류를 통과한 후보가 공개되자 특정 후보에 대한 내정설, 자질부족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아 또다시 파문이 일었다.
거래소 임추위는 지난 9일 회의를 열고 최 내정자, 우기종 전 통계청장,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 이철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등 5명을 이사장 후보로 압축했다. 특히 최 내정자의 경우 이미 증권가에서 차기 이사장으로 내정됐다는 설이 나돌았고,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이에 “장고(長考) 뒤의 악수(惡手)”라며 ‘내정설’에 거세게 반발했다.
노조는 “언론에서는 최 전 사장이 유력하다고 한다.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는 대한민국 자본시장과 우리 거래소에 대재앙”이라고 비판했다. 금융투자업계도 “낙하산 배제에 대한 기대감이 무너졌다”며 “업무 공백을 내면서 까지 인사를 중단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함량미달인 후보를 임명하려면 차라리 재공모를 해야 한다’는 노조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거래소는 지난 13일 면접을 치러 최 내정자를 포함해 우영호 울산과학기술대 테크노경영학부 석좌교수과 장범식 숭실대 경영학부 교수 등 3명을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이에 노조는 “3명의 후보가 전부터 청와대 인맥설로 거론된 인물인 데다 거래소 주변에서는 이미 최 전 사장과 청와대가 일찌감치 이야기를 끝내 이달 초 이사장 낙점 사실을 정부가 거래소에 통보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조, ‘내정설’ 최경수 자질부족으로 반발…한동안 갈등구도 예상
노조가 최 내정자를 반대했던 이유는 최 내정자에 대한 내정설이 면접과 주주총회 등 이사장 선임 절차가 끝나기도 전에 흘러나온 데다 관치금융 논란과 자질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최 전 사장은 지난 2008∼2012년 현대증권 사장을 지냈지만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조달청장을 거친 전형적인 경제관료 출신으로 업계 경력까지 갖췄다는 점에서 유력 후보로 꼽혀왔다. 하지만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캠프에서 활동해 ‘낙하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불렸던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이 그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욱 불거졌다.
또한 금융업계 재직 당시 영업 손실과 불법수수료 취득 사건에 연루된 바 있어 거래소 이사장 후보로서는 자질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노조는 “최 전 사장은 줄서기를 잘하는 박쥐같은 인물”이라며 “현대증권 노조에서도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을 반대해 보도자료를 낼 만큼 경영능력과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했다.
현재 노조는 불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 지난 23일부터 서울 여의도 거래소 사옥 1층 로비에 천막을 설치하고 낙하산 반대에 대한 무기한 천막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후에 부산 본사 이사장실 앞에서도 농성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유흥열 거래소 노조위원장은 “최 전 사장은 금융투자협회장 선출에서도 도덕성과 경영능력에서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 낙선했던 사람으로 단지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을 담았다는 이유만으로 거래소 이사장직을 넘본다는 것 자체가 부도덕하고 탐욕에 가득 찬 행위”라고 주장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농성이 언제 끝낼 지는 정하지 않았다. 출근저지 투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노조는 소송전을 불사하며 최 내정자에 대한 해임을 쟁취하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 내정자는 노조의 반발에 한동안 갈등 구도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최 내정자가 노조와의 갈등에 발목이 잡혀 취임 초반 조직 장악에 실패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이사장 공백 장기화로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거래소 운영에 또다시 위기가 찾아올 것이라는 점 때문이다.
또한 최 내정자 앞에는 노조와의 갈등 해결은 물론 조직 장악에 대한 대책마련과 코앞에 닥친 국회 국정감사를 준비하는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침체일로를 걷고 있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계를 살리면서 증시 건전성을 지키는 과제도 풀어내야 한다. 올해 증시침체로 거래소의 영업이익은 반토막 나고 순이익은 10분의 1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 거래소와 코넥스 등 신사업을 정상적으로 추진해내고 추락한 국내 파생상품 시장의 위상을 살리는 것도 그의 역할이다.
한편, 최 사장은 62세로 경북 성주 출신이다. 경북고와 서울대 지리학과를 거쳐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석사학위, 일본 게이오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5년 김천세무서 총무과장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해 일본 대사관 세무관, 동대구세무서장,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서울지방국세청 재산세국장,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장, 중부지방국세청장, 조달청장을 지낸 경제관료 출신으로 박근혜 대선캠프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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