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통일금융’지원 대비 논의..일각에선 아직은 시기상조 우려도

[토요경제=문혜원 기자] 최근 남북고위급 회담에 이어 이산가족 상봉과 남북정상회담 9월 개최 등으로 남북경협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 은행의 북한 진출 여부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은행권은 북한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보고 경협 활성화 시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준비에 서두르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남북경제협력차원에서 다양한 이벤트를 벌이고 있다. 스포츠 남북 공동 단일팀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격려금을 지원하는 가하면, 이산가족 상봉 행사 후원도 아끼지 않았다. 몇몇 은행들은 대규모 인프라 확충 사업과 연계된 금융지원 대비 TF(실무진 논의)도 구성했다.
◇ 남북 스포츠 공동 응원단 지원
은행들이 남북 단일팀 구성으로 관심이 높아진 아시안게임 후원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남북 공동 단일팀에 적극 지원하고 있다. 특히 신한은행은 '남북 관계'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 13일 남북 단일팀 응원단 후원에 나선 것이다.
신한은행이 공식 후원하는 ‘2018 아시안게임 원코리아 공동응원단’은 아시안게임 개·폐막식, 여자 농구 등 단일팀 경기, 남북 주력 경기 등을 응원하기 위해 구성됐다. 지난 18일 개막식 때에는 풍물패 ‘살판’의 사물놀이와 자카르타 어린이 교민 합창단의 공연이 진행됐다.
나머지 KEB하나·KB금융 등 금융지주와 신한·우리은행 등 시중은행들은 광고모델 선전 기원·국가대표 선수들 격려금 지원에 나섰다. 하나금융은 축구 국가대표인 손흥민과 지난5월말 광고모델을 계약했다. 손흥민은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면제 혜택을 받는다.
KB금융은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인 스프린트, 슬라럼, 용선(드래곤보트) 등 3개 종목과 카누의 다른 6개 종목인 와일드워터, 마라톤, 폴로, 세일링, 투어링, 래프팅을 후원한다. 지난달에는 국가대표 선수단 선전을 기원하며 격려금 1억원을 전달하기도 했다.
우리은행은 리듬체조 국가대표 서고은 선수를 후원한다. IBK기업은행은 국가대표 선수단에 격려금 1억 원을 전달했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남북 단일팀 스포츠 응원단에 협력 지원을 하는 이유로 남북 협력과 우호 관계가 증진되면 앞으로 은행들이 북한에 진출할 가능성도 높아지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 임시환전소 운영· 지원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방문단을 위해 임시환전소도 운영해 눈길을 끈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일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임시환전소를 운영했다. 오는 23일 한 차례 더 운영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번 남북 이산가족 행사지원으로 가족들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지난 19일과 23일 임시환전소를 운영한다. 환전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에게는 사은품도 제공한다. 임시환전소에서는 1인당 최대 2000달러까지 환전할 수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번 이산가족행사에 스텝도 많아 젊은 사람들이 주로 환전한다”며 “1회 환전 시 100달러~200달러 수준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남북 이산가족 상봉 임시환전소는 방북 행사를 지원하기 위해 임시환전소를 설치했다. 환전소 이용시간은 12시부터 18시까지이며, 달러화(USD) 환전만 가능하다.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는 통일부와 대한적십자사 주관으로 진행된다. 오는 26일까지 금강산에서 추진된다.
◇ 북한 진출을 꿈꾸는 은행들, 인프라 금융시장 준비?
과거 북한 지역에 진출한 경험이 있는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을 중심으로 북한 금융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남북경협 주무부처를 맡은 통일부를 중심으로 금융위 등 관련 정부부처에서도 남북경협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재개되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9일 남북금융협력 태스크포스(TFT)를 조직해 개성지점 재입점을 모색하고 있다. 개성지점은 현재 본점에서 임시 영업을 하고 있다. 개성공단이 재가동 되면 재입점해 개성공단 입주기업뿐만 아니라 금강산 관광 재개에 대비해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 정부 주도의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참여도 구상 중이다. 정부의 ‘새로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따라 철도와 항만, 도로건설 등에 대한 금융자문과 신디케이트 주선 등에 적극 동참한다는 방침이다.
신한은행은 지난 7월초 하반기 조직개편을 통해 전략기획부 산하에 ‘남북경협금융 랩’을 신설했다. ‘남북경협금융 랩’은 앞으로 개선될 남북 관계와 관련해 시장 동향은 물론 신규 금융사업 진출 등 다양한 방면의 연구를 통해 북한 관련 사업에 대응할 예정이다.
NH농협은행은 2009년 중단한 금강산지점의 영업 재개를 검토 중이다. 남북관계 개선에 힘입어 앞으로 금강산 관광이 재개될 경우 다시 과거처럼 현지에 진출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농협은행은 2006년 금강산 특구에 지점을 열고 3년가량 운영한 바 있다. 당시 중국 동포를 포함한 6명의 직원이 금강산을 찾은 관광객과 현대아산 직원들에게 환전 서비스 등을 제공했다.
IBK기업은행도 북한 진출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북한 진출을 위한 조직인 남북경협준비위원회를 구성한 데 이어 경제연구소 내에 북한경제연구센터를 신설했다. 또 남북경협 정부정책에 공조해 관련 중소기업 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개성공단 지점 개설 준비 및 제2 개성공단 조성 등에도 대응한다.
KB금융도 지난달부터 TF를 가동하고 있다. 북한 금융시장 관련 연구를 위해 북한금융연구센터를 설치하고, 인프라 금융에 강점이 있는 국민은행을 중심으로 SOC 투자 관련 CoP(실무자급으로 구성된 자발적 연구조직)도 운영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아직 구체적인 진출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다. 남북 하나로 금융사업 준비단(가칭)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 통일금융 지원 아직 시기상조...구체적 경제협력 시간조절 필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통일금융’지원은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정치적 이슈에만 몰려 남북한 체재의 방향성도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금융지원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오정근 한국금융학회 교수는 “북한개발자금은 천문학적인 숫자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경제협력은 시간 조절이 필요하고 선진국 국제기구를 통해 자금력과 금융지원 개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이어 “정치적 남북경제협력 이슈에 급물살 탄 급한 제도보다는 경협 우선순위에 기반한 기업을 선별하고 구체적인 투자시기를 고려하는 등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시기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통일부 및 금융당국 관계자들도 TF 구성 등 실무협의체는 마련됐지만 “남북경협 시기를 논의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북한 경제 및 금융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만 결정되는 것은 없다”며 “금융업은 특히 리스트 등이 큰 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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