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가능성 급부상

장해리 / 기사승인 : 2007-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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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협상 불경‘이익 균형’ 재협상 가능→추가협의..김종훈 대표 등 재협상 위한 ‘추가협의’ 밑밥 의심
▲ 한미FTA 2차협상, 악수 나누는 양측대표

“한미 FTA 재협상 절대 안 된다고 하더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과 관련 정부 당국자들의 말 바꾸기가 이어지면서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지난 22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청와대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기자들로부터 재협상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재협상이라기보다는 정확히 말하면 추가협상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라며 “추가협상(요구)이 온다고 해도 추가협상을 하자는 게 원칙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 또한 국회 한미 FTA 특위 전체회의에서 “미국 정부도 리니고시에이션(renegotiation, 재협상)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우리 정부는 재협상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추가협의가 맞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 FTA 재협상은 사실상 기정사실화된 분위기다.

# 절대 안 된다던 재협상, 할 수도 있다?

지난달 초 협상이 타결된 한미 FTA의 재협상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재협상 불갗라는 방침에서 물러서지 않았던 우리 정부가 사실상 재협상을 받아들일 태도로 돌아서고 있는 것.

김종훈 한미 FTA 협상 수석대표는 지난 16일 미국측이 한미 FTA의 재협상을 요구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일방적인 내용으로 재협상을 요구하면 협상을 깰 수도 있다”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8일 김종훈 수석대표는 한국능률협회 초청 조찬 강연회에서 미국이 재협상을 공식적으로 요구할 경우에 대한 질문에 “일방적인 수용 요구는 안되지만 상호적으로 이익이 된다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발 빼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권오규 경제부총리 또한 영국 런던에서 17일(현지시간) ‘파이내셜타임스’와 간담회를 하면서 “추가적인 양보를 위한 한미 FTA 재협상은 양국간의 이익의 균형을 깨뜨리게 되므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해 이익의 균형을 맞춘다면 재협상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러한 한미 FTA 재협상 가능성은 지난 10일 미국 의회, 행정부 지도부가 ‘신통상정책’을 합의해 발표하던 날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왔다.

지난 11일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이 버시바우 대사한테서 신통상정책의 내용설명을 듣는 자리에서 “어떠한 경우에도 현재 이뤄진 협상 결과의 균형은 유지돼야 한다”며 서로 주고받기 식으로 진행되는 재협상은 가능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

우리 정부는 FTA 협상 타결 이후 미국이 신통상정책을 발표한 10일 이전까지 줄곧 “부속서한(사이드 레터)을 덧붙이는 추가협상도 결국은 재협상이며 추가협상이든 재협상이든 이미 협상이 타결된 이상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혀왔다.

한편 미국이 이미 타결한 한국과의 FTA 협상에 대해 ‘신통상정책’을 반영하기 위한 재협상을 기정사실화하며 재협상 띄우기에 나서고 있다.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국 대사는 지난 15일 새로운 노동, 환경기준을 반영하기 위해 한국과 미국이 재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이어 앤드류 퀸 주한 미국대사관 경제고문 또한 16일 “한국과 미국은 노동, 환경 분야에서 더 깊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 가세했다.

미국이 재협상이나 추가협상을 요구하겠다는 의사를 비공식적으로 밝힌 셈이다.

# 추가 협의, 재협상 위한 명분일 뿐?

최근 정부 당국자 발언이 ‘재협상 불갗에서 ‘이익의 균형하의 재협상 가능’으로 옮겨지며 사실화되자, 지난 22일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종훈 수석대표는 재협상이라기보다 ‘추가협상’내지는 ‘추가협의’를 언급하며 “재협상이라는 말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정부 당국자들은 재협상을 양측간에 이미 타결된 협정문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추가협상은 노동조항 등에 대해 부속서만 덧붙이는 형태를 의미하는 표현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한 추가협의는 추가협상보다 기본적으로는 광범위한 개념이지만 부담은 덜한 수준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처럼 재협상에서 추가협상 또는 추가협의로 말이 바뀌는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구체적인 요구 수준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으로 결국 미국의 요구 수준에 따라 재협상 논란과 관련한 표현이 정리될 것으로 보인다.

만일 미국이 찰스 랑겔 하원 세입위원장 등이 강조하는 자동차 교역 불균형 등 이미 협상에서 정리된 사항까지 논의 대상에 끼워넣으면 ‘재협상’은 불가피하다.

여기서 우리 정부가 협상에 나서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4대 선결과제를 넘겨주면서 협상을 시작했고 TPA(무역촉진권한) 기한에 맞춰 극적 타결을 자평하는 상황에서 미국의 재협상 요구에 응한다면 ‘끌려 다니는 정부’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종훈 수석대표는 “일방적인 요구는 받지 않겠다”는 발언은 미국의 요구가 있을 경우 협상에 나서되 그에 합당한 조건을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추가 협의’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굴욕외교’라는 비난의 짐을 가벼이 하겠다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추가 협의’라면 기술적으로도 본문을 건들이지 않고 부속서, 사이드레터 등을 통합 협상방식을 택하기도 훨씬 수월하다는 분석이다.

현재 미국측은 6월초쯤 신통상정책과 관련한 요구나 제안을 해올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훈 수석대표는 지난 25일 미국의 행정부와 의회가 합의한 신통상정책 관련 재협상 요구 여부에 대해 “미국측이 깊이 있게 검토하고 있다”며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지난 4월2일 타결된 한미 FTA 협상결과에 대한 협정문 전체를 이달 25일 오전 7개 주요 부처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공개된 자료는 각 1300~1400쪽에 달하는 국.영문본 협정문 전문으로 협정문 본문과 부속서, 부속서한 등 한미 FTA 협상에 포함된 모든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외교부는 “공개된 협정문은 최종본이 아니다”라며 “6월말로 예정된 협정 서명 이전까지 양국간 법률 검토와 우리측의 법제처 검토를 거치는 과정에서 양측이 합의한 일부 문안은 수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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