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이경화 기자] 문재인 정부의 금융·경제 분야 정책공약의 핵심은 소비자 보호·금융 선진화와 민주화다. 먼저 새 정부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제정, 손해배상 확대, 시장교란행위 처벌 등 소비자 보호 강화 방향으로 대대적인 수술을 단행할 방침이다. 또 가계부채 해결방안, 가맹점 카드수수료·실손 보험료 인하 등 금융 공약들도 임기 시작과 함께 추진될 전망이다.
이와 함께 재벌의 지배구조, 경영권세습 등을 개선하고 주주의 권한을 강화할 계획이다. 이에 삼성 합병 관련 특혜 의혹에 시달려온 국민연금도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폭 손질된다. 금융 산업 선진화의 전제 조건으로 지목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정부 조직의 개편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소비자 주권 강화
문재인 정부는 금융소비자보호법 제정, 금융소비자보호 전담기구 설치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금감원 내 금융소비자보호원(가칭)을 별도 기관으로 분리 독립하는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금감원 산하에 소비자보호처 형태로 어정쩡하게 머물러 있어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금융수수료 적정성심사 제도 도입과 금융기관의 약탈적 대출을 방지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무엇보다 금융피해자 구제를 위한 집단소송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저축은행 사태와 동양그룹 CP 사기사건, 카드 3사 정보유출 사건, 생명보험사의 자살보험금 미지급 사건 등 그간의 금융 사건사고들이 소비자 이익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전개됐기 때문이다. 또 피해자 지원 기금(가칭)을 설치해 기업의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의 구제를 지원한다.
문 정부는 증권부문에서도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교란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외압을 방지하기 위해 증권선물위원회 제재의결서를 공개하기로 했으며 주가조작과 같은 시장 교란에 대한 형량을 강화한다. 시세조종 등 손해배상소송의 소멸시효도 늘릴 방침이다.
핀테크·인터넷銀…금융 산업 선진화
새 정부는 인터넷전문은행 등 각 업권에서 현행법상 자격 요건을 갖춘 후보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도 조성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의 까다로운 인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산업의 진입 장벽을 낮춰 경쟁을 촉진하는 대신 사후 규제를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산업자본의 금융계열사에 대한 의결권 규제 강화, 금융그룹 통합감독 등 금산분리 원칙은 준수한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 지원 강화를 위한 은행법 개정은 난관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시장 질서를 위한 사후 규제도 강화한다.
문 정부는 또 효율적인 금융관리·감독체계 구축으로 금융시장의 견제와 균형을 회복하기 위해 금융정책과 금융 감독,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할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조직 개편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밀실 행정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정책 실명제·업무 이력제 도입, 업무 지시의 문서화를 확립하고 전문직 공무원제도를 확대해 인사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공정한 정책결정 시스템도 구축한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됐던 금융과 정보통신산업(ICT) 융합인 핀테크의 경우 4차 산업혁명 토양 강화를 위해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가계부채·카드수수료 인하 등 서민현안 해법
새 정부는 지난해 13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도 마련했다. 우선 가계부채 총량을 직접 규제할 방침이다. 가처분 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150% 이내에서 관리하고 가계부채 증가율을 소득 증가율보다 낮게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차주가 빚을 갚을 능력이 없어 대출 상환이 불가능한 부채는 감면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를 막기 위해 총부채상환비율(DTI) 대신에 대출 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여신관리지표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이다. 대부업 최고 이자율도 현행 27.9%에서 20%로 낮추는 방안도 포함됐다.
문 정부는 카드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도 추진하고 있다. 영세·중소가맹점에 대한 우대수수료율 기준을 각각 2억 원에서 3억 원, 3억 원에서 5억 원으로 확대한다. 연매출 5억 원 이하의 중소가맹점에 대해 적용되는 우대수수료율을 1.3%에서 1%로, 연매출 3억 원 이하의 영세가맹점에 대해 적용되는 우대 수수료도 향후 점진적으로 낮출 방침이다. 아울러 민간 실손의료보험료 인하를 유도하고 신혼부부에 대한 금융지원 확대, 회생신청 비용 저금리 대여 제도도 추진한다.
재벌개혁·경제민주화·법인세↑ 초점
새 정부가 언급한 경제민주화의 방점은 재벌개혁, 그 중에서도 갑질 근절에 있다. 불공정 갑질과 솜방망이 처벌을 끝내기 위해 범정부 차원의 을지로위원회(가칭)를 구성할 방침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불공정 거래 개선을 위해 공정거래위원회 전속고발권도 폐지한다. 삼성·롯데·CJ까지 6대 기업의 개혁에 집중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정권 초반 강도 높은 재벌개혁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총수일가 견제 강화를 위해선 지주회사의 부채비율(현행 200%) 인하, 자회사·손자회사의 지분율 요건(현행 상장 20%, 비상장 40%)을 강화, 우회출자 차단, 순환출자 해소, 일감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 방지, 기술탈출 제한 등이 내걸렸다.
문 정부의 법인세 인상도 대기업의 목을 죌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을 축소하고 법인세 최고세율·최저 세율 인상 등이 예상된다. 스튜어드십코드 채택도 드라이브를 건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들이 기업 경영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주주권 행사의 모범기준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실효성 있게 시행, 시장 발전의 걸림돌을 근본적으로 제거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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