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금리 마이너스…부동자금, 금융권 맴돌아

송현섭 / 기사승인 : 2015-02-06 18: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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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기 부양차원 기준금리 인하불구 '유동성 함정' 우려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낮은 경제 성장률과 저금리 기조로 인해 부동자금이 100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면서 경기회복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효과가 겉돌고 있다. 심지어 금융권 일각에선 자칫하면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디플레이션발생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금융권에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20.%까지 인하함에 따라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로 반전돼 경기부양을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편집자 주>

시중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으로 하락하고 시중 은행에서 1%대 저금리 예금상품이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100조원에 가까운 부동자금이 금융권을 맴돌고 있다. 이와 관련 한국은행은 앞서 지난해 2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하해 시중금리 하락을 유도하고 경기부양을 추진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경기 활성화 기대감은 절망으로 꺾이고 있다.


▲ 여의도 증권가 전경.


이를 반증하듯 확장적 통화정책 시행으로 풀려 나온 자금은 금융권에서만 맴돌고 있을 뿐, 소비 진작이나 투자 활성화 등 실물경제 회복으로 이어지기 어려운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지난 20세기 초반 대공황을 야기한 '유동성 함정'의 재발 우려를 제기하며 최근 저유가 기조와 외환 리스크 확대 및 글로벌 디플레이션 확산 우려를 거론하고 있다.


◇ 실질 마이너스 금리 예금상품 속출해


우선 시중금리의 근간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수준인 연리 2.0%로 하락하면서 은행권에는 연 1%대 예금상품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권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으로 씨티은행 '프리스타일예금'이 1.6%, 광주은행 '그린스타트예금'은 1.92%, 산업은행 'KDBdream 자유자재 정기예금'이 1.93%, 농협은행 '채움 정기예금' 1.98% 등 연 1%대의 예금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는 물가 상승률과 세금 부과분을 고려하면 자산가치가 그만큼 줄어드는 것으로 실질 예금금리 마이너스 시대가 개막된 셈이다. 예를 들어 연 1.9% 시중은행 정기예금에 1억원을 예치하면 1년간 이자는 190만원이 되는데 이자소득세 15.4%와 주민세 1.4%를 제외하면 예금주는 158만원 정도의 이자를 받는다. 실질적으로 이자율은 1.58%로 앞서 한은이 전망한 올해 물가 상승률 1.9%를 감안하면 실질 예금금리는 마이너스로 반전된 것이다.


따라서 가계나 기업의 입장에서 본다면 시중은행에 자금을 예치해야 하는 유인이 사라져 저금리 기조 속에서 수신고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금융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이를 반증하듯 신규 취급액 기준 정기 예·적금과 양도성 예금증서(CB)를 합한 여수신 취급기관 저축성 수신금리는 지난 1월 연 2.16%에 달해 기준금리에 바싹 다가서 있다.


특히 지난달 새로 취급된 정기예금 금리 구간별 가입액 비중을 살펴보면 연 2%대가 81.9%에 달하고 있으며 2%미만의 경우도 18.1%에 이르고 있다. 제2금융권인 비은행 기관의 예금 금리도 대부분 2% 초중반대로 1년 만기 정기예금 기준 상호금융은 연평균 2.37%, 새마을금고 2.61%, 신용협동조합 2.67%, 상호저축은행 2.76% 등 순으로 조사되고 있다.


◇ 수신고 늘었지만 단기 부동화 현상 심화


지난해는 예금금리 하락에도 불구, 상당수 자금이 은행 예금상품으로 몰리는 현상이 벌어졌는데, 은행권 에금 수신액은 작년 11월말 현재 1075조원으로 1년동안 66조원이나 급증했다. 전체 예금은 2013년말 1010조원에 비해 6.5% 증가했는데 2013년 1월부터 11월까지 증가율 2.0%를 뛰어넘는 수준으로 가계부문 예금은 529조원으로 5.5% 늘었고 기업은 315조원으로 1.4% 증가했으며 기타 경제주체는 231조원 등 예금 증가율이 17.3%를 기록했다.


반면 은행의 예금 회전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는데 지난해 11월 회전율은 3.7회로 전월3.9회에 비해 하락했다. 2013년 12월 기준 4.1회에서 지난해 3회 정도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예금 회전율 하락은 기업이나 가계가 투자 또는 소비를 위해 예금을 적게 인출했다는 의미로 현금의 유통속도가 그만큼 느려지게 됐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와 함께 적절한 투자대상을 찾지 못해 금융권에서 맴돌고 있는 단기 부동자금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특히 단기 부동자금 규모의 지표로 활용되는 MMF(머니마켓펀드) 잔고 상승률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실제로 MMF 설정액은 100조원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지난 1년간 설정액이 26조원이나 증가해 올 들어 15조9000여억원이나 급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래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져 시중자금이 단기 부동화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저성장·저금리 시대를 맞아 증시와 부동산시장 등 어디서도 예전 같은 수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방향을 잃은 자금이 늘어나는 추세"라고 언급했다. 김학균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저금리가 경기에 도움이 될 것이란 관측은 과도하게 낙관적"이라면서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린 것 같지만 자금이 특정한 방향 없이 금융권을 떠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 디스인플레이션·디플레이션 우려 확산


그러나 일각에선 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확산되면서 국내경제도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LG경제연구원은 최근 '글로벌 디플레이션 리스크 커지고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저유가·저성장·기대심리 하락 등에 따른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같은 원인들은 우리나라 경제에도 마찬가지로 영향을 미치고 있어 글로벌 리스크 확산에 따라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강중구 연구위원은 "국내경제는 장기 성장세 하락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저하 등이 함께 나타나 통화정책의 효과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면서 "금리 인하 등 적극적인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디플레이션은 물가가 전반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하며 디스인플레이션은 물가 상승률은 플러스임에도 불구,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이다. 이에 보고서는 "2012년이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됐다"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가가 급락한데 따른 기저효과가 컸던 2009년을 제외하면 2000년대 들어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또 물가 상승률이 1%보다 낮아 디스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에 빠진 국가들은 작년말 기준 선진 33개국 중 82%인 27개국에 달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현재 선진국 대부분이 유례 없는 저물가 상황에 직면해있다고 진단했다.


◇ 저물가로 인해 통화정책 유효성 떨어져


개도국 역시 지난해말 68개국 중 27.9%인 19개국이 저물가와 함께 디스인플레이션을 겪는 등 세계적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보고서는 최근 급락한 유가와 함께 농축산물·산업용 원재료 등 원자재 가격이 약세를 보이는 등 저물가로 인해 제조업 또는 중국 등 주요 신흥 개도국들의 경제성장 둔화를 부추기고 있다고 분석했다.


▲ 한국은행 본관 건물.


보고서는 또 원자재 가격문제가 표면적 이유라면 기저에는 성장세 둔화가 주요 동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통화정책의 유효성이 떨어지고, 경제주체들의 인플레이션 기대가 하락하고 있는 점도 세계적인 저물가 추세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에는 우리나라 경제가 3% 내외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어 여타 선진국에 비해 양호하지만 국제유가 하락 등 낮은 원자재 가격이 국내 물가 상승률 둔화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따라서 최근 확산되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을 무시할 수 없으며 장기 성장세가 둔화돼 올해도 경기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또한 국내 역시 오랫동안 저물가가 이어져 인플레이션 기대가 낮아지는 추세로 세계 물가에 비해서도 물가 상승률의 하락폭이 큰 편이라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실제로 작년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011년보다 3.2%P 하락했고 2000년대 4%대 중반이던 잠재성장률이 최근 3%대 중후반으로 떨어졌고 최근 3년 평균 성장률이 2.8%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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