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용 칼럼]“일자리가 없다니요?”

권희용 / 기사승인 : 2015-02-09 13:0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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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희용 내외정책홍보원 원장
전 국정신문 편집장
“일자리가 없다니요? 그거 기업현장을 전혀 모르는 소립니다. 대기업은 몰라도 중소기업 현장에는 일자리가 비어있는 곳이 부지기수입니다. 단 한번이라도 현장을 돌아보면 금방 알 수 있는 일인데…”


연초 인사차 만난 중소기업체 사장의 말이다. 마침 TV에서는 청년실업문제를 놓고 소위 전문가들끼리 굳은 얼굴로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고용문제를 진단하고 있었다.


“물론 대기업보다는 임금이 적은 것은 사실이죠. 그러나 일자리 자체가 없는 건 아닙니다. 얼마든지 있어요. 사람을 구하기가 어려울 지경입니다. 우리 회사만 해도 당장 20여명이 필요합니다. 쓸 만한 인재가 안와요. 중소기업이라는 거죠.”


그는 고등학교를 나와 상경해서 기술학원을 다닌 것이 이력의 전부다. 학원을 마치고 공장을 차려 35년간 줄곧 오늘의 회사를 일궜다. 지금은 내로라하는 건축설비관련 기업으로 우뚝 섰다.


그런 그의 회사에는 최근 들어 부쩍 일할 직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경력을 쌓아보라는 뜻에서 타부서로 전환보직인사를 하고나면 슬며시 사표를 내고 회사를 떠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것이다. 새로 맡은 일은 하기 싫다는 게 이유다.


인재를 키우려 해도 기다려주는 재목이 없을 지경이라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그런데도 온갖 보도매체에서는 대기업의 채용규모나 경쟁률만을 놓고 구직난을 걱정하고 있는 게 영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물론 대기업이건 중소기업이건 월급을 넉넉하게 주고, 근무여건도 양호하다면 취업률이 이 지경까지 곤두박질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할 곳이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외면하는 데에는 문제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경쟁위주의 교육이 젊은이들의 의식 속에 ‘대기업=성공’ ‘중소기업=실패’라는 등식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기업에 취업한 후로는 교우관계가 소원해 질 정도란다.


특히 이른바 ‘벤처신화’가 중소기업의 인재난을 부채질한 것도 이런 경쟁위주의 교육드라이브가 낳은 폐단으로 꼽힌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에 가느니 친구들끼리 회사를 차려 어설픈 도전에 나서는 게 유행처럼 번진 것도 구인난의 한 요인이라는 진단이다. 교육의 또 다른 문제는 실용적인 인재양성이 외면 받고 있다는 것이다. 거죽만 번지레한 스펙 위주의 교육이 현장에서 먹힐 까닭이 없다고 꼬집는다.


기름때 묻혀가면서 쌓은 실력이 먹히는 현장중심의 교육이 실종된 것도 오늘날 청년실업의 큰 원인이라는 주장이다. 허우대만 번지레한 오늘날 우리교육이 봉착한 벽을 깨는 작업부터 당국이 서둘러야 할 숙제라고 강조한다.


그의 지적이 모두 맞는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우리 청년들이 배우고 상상했던 것과는 달리 직업현장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다. 그렇게 다르게 느껴지도록 학교에서 가르친 게 문제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90년대 말,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라는 미증유의 위기에 처하자 세계로부터 ‘코리아가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트렸다’는 조롱을 받았다. 국민들은 의기소침했지만 불굴의 투지를 살려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드디어 선진국 문턱에 이르렀다.


그런데 여기서 벽과 마주한 것이다. 때 이른 ‘선진국병’이 국민의 투지를 주저앉히기 시작한 것이다. 근로의식도, 협동의식도, 자주의식도 선진국병 앞에서 퇴색한 것이다. 심각한 이기주의, 엉뚱한 파벌주의, 허망한 경쟁주의 등등이 저변에 깔려 목표를 앙상한 몰골로 만들어버리고 있는 것이다.


당장 일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할 만한 곳이 없다고 투정하는 청년들을 가르친 교육부터 바로잡아야 말 그대로 선진국이 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찍이 선진국을 구가하는 나라들의 저변을 꼼꼼하게 들여다 봐야한다. 그리고 그 길을 따라가야 한다. 컴퓨터나 디지털이 따라가지 못하는 그 길이 있음을 알아야 한다. 위정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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