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회장이 이끄는 농협중앙회가 전산망 해킹사태로 휘청하더니 급기야 내부직원의 공금횡령사건까지 터지며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엄격한 시스템관리의 소홀에서 빚어진 최악의 전산장애 상태라는 악재에다 인재까지 겹치며 농협중앙회는 지금 준 패닉상태에 빠져있다. 사상초유의 전산장애서부터 내부직원들의 도덕적 해이에서 비롯된 부실방만경영사례까지. 흔들리는 농협중앙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부실상황 전반을 짚어본다.
▶사상 최대의 대규모 해킹사태
지난달 12일 전체 고객 수는 1900만 명에 육박하는 거대은행 농협이 사상 최악의 전산망 장애를 일으켰다. 농협은 엄청난 고객수 만큼이나 수시로 입·출금 등 활동을 하는 고객만도 1000만 명에 이른다.
농협은 이날 터진 전산망 장애로 수십여 일간 △창구 입출금 △예·적금 거래 △여신 상환 △타행 송금을 포함한 무통장입금 △외화환전 △농협카드로 타행 은행업무자동화기기(ATM)에서 현금 입·출금 △주택청약 △신용카드로 통장 출금 △ATM 및 인터넷 뱅킹과 폰뱅킹 등의 모든 은행거래가 사실상 중단되며 고객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끼치고 사회적인 문제로까지 확산됐다.
이후 농협은 사고 발생 이후 제대로 수습을 하지못한 상황에서 ‘공수표’를 남발하며 여러차례 ‘오늘 안으로 다 복구된다’를 번복하는 등 대국민 신뢰에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이 과정에서 엉터리 업무처리로 고객들을 큰 혼란에 빠트렸다. 위기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모습까지 보였다.
농협 금융 거래 마비 사태를 촉발시킨 농협 전산망 해킹 사건은 결국 북한 정찰총국에 의한 ‘사이버 테러’로 추정된다고 검찰이 발표했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김영대 부장검사)는 지난 3일 이번 사태가 7.7디도스 및 3.4 디도스 공격을 한 동일 집단이 장기간 치밀하게 준비한 초유의 사이버테러라고 밝혔다.
검찰은 한국IBM 직원 노트북에서 발견된 81개 악성코드를 분석한 결과 농협 서버 공격에 사용된 악성코드를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암호화하는 방식 등 특유의 제작기법이 앞선 두 차례 디도스 공격과 매우 유사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일로 농협의 불신은 씻을 수 없게 됐다는 것이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다수의 의견이다.
▶내부직원 공금횡령 또 터져...직원관리 허점 여전
사상 최악의 사태로 이미지를 구겨놓고도 농협의 악재는 계속됐다. 이번에는 내부 직원의 공금횡령 사건으로 곤혹스런 입장에 빠진 것. 지난 11일 농협 서울 서대문구 본점에서 출납업부를 담당하는 한 영업부 직원 A씨가 1억 9400만원의 현금을 빼돌린 사건이 발생했다. A씨가 두달여 가까이 거액을 빼돌린 시점은 전산망 해킹사태가 발행하기 하루 전인 진달 11일로 밝혀져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농협중앙회 측은 A씨가 2억여원에 달하는 거액을 빼돌릴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농협은 지난해 3월에도 창구 직원이 7개월간 11억여원을 빼돌린 일이 있었고, 또 부산 구포지점 직원에 의해 3년6개월간 79억원을 횡령당한 사실도 있어 총체적인 직원관리에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
농협중앙회는 이런 식으로 2007년부터 내부직원에 의해 횡령당한 금액만 24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이런 일은 다른 은행에도 비일비재하다. 왜 유독 농협중앙회에만 비난을 쏟아내느냐”며 사태인식에 대한 안이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금융계 안팎으로는 부실경영도 모자라 내부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심각하다는 지적이 쏟아지는 이유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농협의 금융사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내부직원의 횡령은 극에 달했고 임직원의 윤리의식 제고 및 사고예방교육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실정”이라며 그 심각성을 대변했다.
▶최원병 회장의 리더십 위기…노조측 퇴진운동 본격화
농협중앙회의 총체적인 난국에 최원병 회장의 리더십 부재가 자주 거론되고 있다. 최 회장은 사상 최악의 전상장애에 대한 책임을 부하직원에 넘기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 회장은 전산장애 사태가 터지고 나서 언론브리핑을 통해 “나는 비상근이라 업무를 잘 모르고, 한 것도 없으니 책임질 것도 없다”며 농협수장으로서의 본분을 잊은 발언으로 빈축을 샀다. 이에 앞서 전산장애가 일어난데 대한 대국민 사과의 자리에서는 “(전산사고)는 몰랐던 일이고 나도 직원들에게 당한 것은 마찬가지”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회장의 발언과 동시에 당시 IT관련 업무를 총괄하는 이재관 전무가 사퇴서를 제출했다. 결국 이재관 전무에게 일종의 책임 떠넘기기를 한 것이다.
금융계에서는 현재 농협중앙회의 총체적 위기의 원인을 최 회장의 리더십 부재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최 회장이 CEO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현 이명박 대통령의 동지상고 4년 후배로서 취임 전부터 여러 부정적인 말들이 많았다.
최 회장 퇴진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민경신 전국농협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번 사태 책임의 중심은 이재관 전무가 아닌 최원병 회장”이라며 “최 회장이 사퇴할 때까지 계속해서 투쟁을 벌이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지난 12일 농협중앙회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최원병 농협중앙회장 사퇴촉구 노동자.농민 공공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임시대의원대회측에 최원병 회장의 해임안을 상정.의결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을 요구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도 넘은 부실·방만경영도 여론 도마위에
농협중앙회의 부실경영도 지금의 총체적 위기에 기름을 부은 한 요소라는 지적이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2010년 1월부터 9월까지 농협중앙회의 당기순이익은 2066억으로 국민(2303억원) 신한(1조4547억원)에 시중 타 은행에 비하면 매주 낮은 수준으로 드러났다. 그럼에도 농협중앙회는 임직원에게 2005년부터 2009년까지 무려 1조5575억원이라는 성과급을 지급하는 돈 잔치를 벌였다. 5년간 무려 1조8513억원을 성과급 및 특별성과급으로 지급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각종 직원들의 복지비 명목으로 수 천억원을 쓰고, 취학자녀 학자금 명목으로 역시 천억 원대의 돈을 쓴 것으로 드러나 부실경영의 정점을 찍었다.
최원병 회장이 농협의 CEO에 오른 것은 지난 2007년 12월. 최 회장은 취임 후 윤리경영을 강조해 왔으나 이를 무색케 하는 사건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지금으로선 어떤 특단의 내부개혁 의지나 시스템상의 개선만이 농협개혁의 지름길이라는 지적이 팽배하다. 무엇보다 내부직원들의 도덕적해이나 정신기강 문제는 이에 앞서 최우선으로 개선되어야할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향후 최대 금융기관으로서 제 모습을 찾고 환골탈퇴 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