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는 지금 ‘위기’다. 핵심임원들이 회사를 떠나고 내부직원의 수십억원 횡령사건까지 일어났다. 1분기 실적도 결코 좋다고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네이버는 이런 위기를 모바일 분야와 일본사업 강화로 극복하겠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최근 네이버가 잇따라 선보인 서비스들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지 못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시 쉽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민국의 대표 검색 포털 사이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이하 네이버로 통일)이 성장 정체에 빠지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지난 10일 네이버의 실적발표에 따르면 1분기 영업이익은 1618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7% 줄었다.
이는 네이버의 성장이 ‘정체기’에 들어섰다는 의미로 분석된다. 네이버는 그사이 모바일 메신져, 오픈마켓등의 서비스를 차례로 런칭하며 신성장 동력을 찾아나서는 듯 했으나 그 성과는 별로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는 “향후 모바일분야와 일본 법인을 통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으나 모바일의 특성상 네이버의 주 수입원인 광고 분야와는 적합하지 않고 NHN재펜이 만들어 현재 34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진 모바일 메신저 ‘라인’ 또한 정체기에 들어서 있다.
여기에 최근 내부 직원의 수십억원 횡령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네이버의 위기감은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또한 최근 네이버에선 핵심 임원 및 일선 직원들도 줄줄이 퇴사·이직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인데, 일각에선 네이버 위기의 이유로 ‘검색의 폐쇄성’ 외에 조직문화의 변화도 꼽는다. 횡령사건과 관련해 이해진 NHN 창업주가 조직 기강 바로세우기에 앞장서면서 조직 내부에서 불화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 포털 서비스를 총괄하던 최성호 서비스 1본부장이 사표를 제출했고 NHN비즈니스플랫폼에서 검색광고부문을 맡다가 최근 한게임으로 자리를 옮긴 위의석 본부장도 3개월 만에 사의를 표했다. 네이버 뉴스캐스트와 에코시스템 태스크포스팀을 담당하던 홍은택 부사장도 지난 3월말 퇴사했고 정욱 전 한게임 대표대행도 작년 말 회사를 떠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해진 의장의 강도 높은 조직개편으로 임직원간 갈등이 심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보직을 없애거나 통합하는 것은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아니더라도 알아서 나가라는 의미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기술의 부재’가 불러온 ‘위기’
위기의 이유는 간단하다. ‘검색 아닌 검색’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많은 IT전문가들이 지적하듯 네이버는 매우 폐쇄적인 형태의 포털사이트로 네이버의 검색기능은 자신들의 테두리 내에 있는 자료를 찾아내는 기능을 주로 수행한다.
이는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로, 네이버는 검색회사가 아니다. 네이버는 명백히 ‘광고’ 회사에 속한다. 엄밀히 말하면 ‘사이버 광고판 임대업’이라고 분류할 수 있다. 때문에 자신들이 보유한 광고판(블로그, 까페 등)을 한번이라도 더 노출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모바일시대에 들어서고 애플의 아이폰과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기본 검색엔진으로 ‘구글’을 채택하면서 네이버의 독점이 깨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네이버 또한 새로운 사업을 계속 벌려나가며 요즘 유행하는 ‘신성장동력’을 찾아 헤메는 중이다. 또한 일본 시장에서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네이버가 일본에 진출한지는 의외로 꽤 오래됐다. 그러나 그나마 가장 성과 있었던 결과물이라곤 가장최근의 모바일 메신져 ‘라인’ 딱 하나에 불과하다. 그나마 ‘라인’도 가입자 3400만은 확보했지만 특별한 수익구조는 없다. 그밖에 오픈마켓 ‘샵N’등 몇 가지 사업을 더 벌이고 있으나 아직 특별한 성과는 없는 상황이다.
즉, 네이버의 위기는 바로 ‘근본이 되는 기술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이는 구글과 비교해보면 명백해진다. 구글의 검색 서비스는 매우 우수한 알고리즘으로 구성되어 있다. 네이버는 이것이 부재하다. 구글의 검색 기술은 ‘신뢰’에 바탕을 두고 있다. 즉, 자료가 유용한지, 혹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열람했는지, 관련성이 높은지 등을 판단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반면 네이버는 ‘돈’을 내면 검색순위가 올라간다.
◇ 네이버는 아직도 구글을 꿈꾸나
한때 네이버는 ‘구글’이 되고 싶었다. 이는 분명한 사실이다. 마치 삼성이 애플을 충실히 모방·복제하며 결국 1위에 올라선 것처럼 네이버도 구글을 충실히 벤치마킹 했다. 구글의 직원식당을 모방한 카페테리아도 만들고 기업문화도 모방했다. 직원 복지도 업계 최상위 수준에서 제공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한 내부 직원은 “통근버스와 사내 동호회를 없애는 등, 시대에 역행하고 있다”며 “구글처럼 되고자 했던 회사에서 ‘야근’을 강요하는 그저 그런 한국 기업이 돼버렸다”고 비판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네이버는 ‘겉모습’은 구글처럼 되고 싶었지만 속 내용물은 철저하게 기존 한국 대기업들의 악습을 그대로 모방하며 성장해 왔다. 콘텐츠 독점, 서비스 모방, 핵심 기술 부재 등 네이버가 비판받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해진 의장은 지난달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사내 게시판에서 ‘삼성에서 일하다가 편하게 지내려고 NHN으로 왔다’는 글을 보고 너무 기가 막히고 억장이 무너졌다. NHN을 ‘동네 조기축구 동호회’ 쯤으로 알고 다니는 직원이 적지 않다”는 발언으로 네이버가 위기인 이유를 단적으로 표현했다.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이해진 의장은 완벽히 착각하고 있다. ‘나태’와 ‘안정감’은 전혀 다르다. 또한 조직은 구성원이 ‘위기’를 느낄 때 성장하는 것이 아니고 ‘안정감’을 느낄 때 성장한다. 위기감을 느낄수록 구성원은 조직을 이탈하거나 부정적인 생각을 가질 가능성이 훨씬 높다.
위기는 경영자, 혹은 경영진만 느끼면 충분하다. 특히나 창의적 업무에 몰두해야 하는 IT업종일수록 이는 더하다. 그러나 NHN은 신규 사업은 자꾸 벌리면서 돈이 안 벌린다며 ‘위기’를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럴수록 구성원들은 ‘창조’에 대한 압박이 아닌 ‘위기’에 대한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즉, 경영자의 주 업무는 조직 구성원이 ‘나태’에 빠지지 않게 계속해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지 ‘위기’를 강조하면서 구성원이 ‘위기감’에 빠트리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네이버는 별 비전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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