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인육캡슐 단속… 유통 실태 ‘오리무중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5-11 15:11:45
  • -
  • +
  • 인쇄
실태 파악 못한 채 ‘뒷북 단속’… 효과는 미지수

최근 한국에 입국하는 중국인 관광객이나 조선족 등을 통해 중국산 ‘인육 캡슐’의 불법 유통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죽은 사체의 태아로 만든 ‘인육 캡슐’은 자양강장제로 위장된 채 국내에 밀반입되고 있는 실정으로, 일부 중국인 밀집 지역뿐만 아니라 전국 대형 한약 거래상 등으로 유통 범위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되고 있다.


식약청이 이런 중국산 ‘인육캡슐’의 불법유통에 대한 조사 및 단속을 실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 주목을 끌고 있다.


◇ ‘통갈이’ 등 수법으로 한국 밀반입


인육캡슐을 유통하는 한 조선족은 “물건을 가지고 오면 거래하는 한약재상에게 넘긴다. 나 말고도 많은 사람이 들여와 판다. 필요하면 얼마든지 구해줄 수 있다”고 말하며, “이것보다 좋은 자양강장제는 없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절대 대부분의 인육캡슐이 중국 동북부 지방 등에서 생산ㆍ소비되고 있으며 그 중 일부가 국내로 불법 반입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이나 한국 이외 다른 나라에서 인육캡슐을 소비하는지의 여부는 현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유통실태가 확인된 인육캡슐은 일반 투명비닐에 포장되거나 둥근 병에 담긴 형태였다. 캡슐 안에 든 가루는 비린 악취를 풍기는, 고르지 않은 황갈색 입자였다. 그러나 인육캡슐이 자주 포착되자, 인육캡슐의 형태가 달라지고 있다. 색상과 냄새로 인육캡슐을 식별할 수 없도록 생약성분 등 식물성 물질을 혼합해 반입하고 있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또 육안으로 봤을 때 의심하기 어렵게 하는 이른바 ‘통갈이’ 수법도 등장하고 있다. 정상적인 의약품의 포장 속 내용물과 인육캡슐의 내용물을 통째로 바꿔 마치 정상적인 의약품인 것처럼 속이는 것이다.


인육캡슐이 서울의 약재시장에서 거래되는 현장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경희 새누리당 의원은 “서울의 한 한약재시장에서 인육캡슐 100개가 70만~80만원에 유통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 자양강장제로 팔리고 있지만… 병원균, 박테리아 범벅


자양강장제로 둔갑해 유통되고 있는 인육캡슐이 제조ㆍ유통업자들의 주장처럼 실제로 인체에 좋은 영향을 미칠까?


관세청의 한 관계자는 “여행자 휴대품이나 국제우편물로 반입된 중국산 인육캡슐 만 3천여 정을 적발해 정밀 분석한 결과, 전염 병원균과 슈퍼 박테리아 등 인체에 치명적인 내용물이 함유돼 있었다”고 밝혔다.


최경희 의원은 “사람의 신체를 이용해 캡슐을 제조한다는 발상 자체가 인권 침해의 소지가 높을 뿐만 아니라, 이 캡슐을 복용한 사람의 건강에도 분명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만약 캡슐의 재료가 된 아이나, 그 아이를 낳은 산모가 에이즈 등의 감염성 난치병을 앓고 있다면 매우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中 위생부, 인육캡슐 존재 부인


중국 위생부는 중국산 인육캡슐의 존재를 부인하고 있다. 덩하이화 중국 위생부 대변인은 “중국 당국이 지난 2011년 8월에도 인육캡슐의 보도와 관련해 조사를 벌었지만 어떤 증거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중국 당국은 병원의 시체 처리에 관한 엄격한 규정을 갖고 있으며, 모든 의료기관에 대해 시신을 매매하지 못하도록 감독하고 있다”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국 국적의 여행객 짐이나 우편물에서 중국산 인육캡슐 밀반입이 적발되고 있다는 한국의 언론보도에 대해 “공안, 세관 등 관련기관들이 공조해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인육 캡슐의 실체를 부인하고 있는 중국의 미적지근한 태도를 두고, 이번 재조사에서도 실효성 없는 뻔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 식약청, 집중 단속 방침 밝혔지만, 약재상 “글쎄…”


식품의약품안전청 위해사범중앙조사단은 이번 사건 전담 수사팀을 구성, 조선족 밀집 거주지역 등을 중심으로 ‘인육캡슐’의 국내 불법 유통을 집중 단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부산식약청, 경인식약청 등 6개 지방식약청은 국내 불법 유통 실태 조사를 위해 인터넷 등 ‘인육캡슐’이 유통될 수 있는 장소를 점검할 계획이다.


특히 ‘인육캡슐’이 식품이나 의약품 등으로 위장 반입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박 등을 통해 반입되는 중국 여행자 휴대반입품의 수거 및 검사도 병행할 방침이다.


식약청은 보따리상 또는 국제 우편물 등으로 밀반입되고 있는 ‘인육캡슐’의 국내 불법 유입과 유통을 완전히 차단하는데 한계가 있는 만큼 관세청, 경찰청 및 해양경찰청과 유통 정보를 공유하는 등 긴밀히 협조체계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필요시 지자체의 특별사법경찰관과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해 정보를 교환하는 등 단속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그러나 약재상들은 "정부 당국의 단속 방침이 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식약청이 단속 방침을 밝히기 전인 지난 2011년 8월, 관세청이 최초로 인육캡슐의 유통을 확인하고 적발에 나선 이후 2012년 5월까지 정부 당국이 적발한 인육캡슐은 1만7000여정에 달한다. 관세청의 단속 전후에 여행자의 휴대품과 우편물을 통해 국내에 들어온 인육캡슐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되지 않고 있다.


이미 시장에서 거래된 양과 실제 팔리지 않은 채 국내에 남아 있는 인육캡슐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도 알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한 한의사는 “상식적으로 볼 때 적발된 양보다 약재시장 등지에 유통된 양이 훨씬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인육캡슐에 대한 수요다. 당국의 단속 강화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수요가 있는 한 공급은 계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육캡슐이 국내에 유통되기 시작한 이유도 인육캡슐이 ‘자양강장제’, ‘만병통치약’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말기 암 환자 등의 수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 약재상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의 환자들은 인육캡슐의 위험성을 알면서도 계속 인육캡슐을 찾을 것”이라며 “단속을 강화하면 인육캡슐의 가격이 오히려 상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알에 8000원 정도에 거래됐던 인육캡슐의 가격은 최근 1알당 4만~5만원까지 뛴 것으로 알려졌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미 내사를 진행한 결과, 아직까지 국내에서 조직적으로 유통되거나 대량으로 유통되지는 않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국제우편을 통해 들여오거나 여행객이 알음알음 소량을 반입하는 정도로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인육캡슐 샘플을 구하기가 어려웠다”면서 “이런 경험으로 보아, 아직까지 국내에 다량이 유통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상일 새누리당 대변인은 ‘조직적 유통망이 없다’는 식약청 관계자의 말과 상반된 의견을 표현했다. “인육캡슐이 대량으로 들어오고 있다면 조직적인 유통망이 있을 것으로 보이므로, 수사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한 이 대변인은 “이미 유통되고 있는 인육 캡슐도 전부 수거해 폐기해야 한다.


또 캡슐의 밀반입, 유통, 판매 경로를 철저히 파악하고 차단해야 하며, 관련자들을 엄벌에 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