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정신차려보니 빚더미”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5-11 16: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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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 84%, “부채 1억원 이상 있다”

정부의 ‘서민금융’ 삽질이 어디까지 지속될지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정부는 서민금융의 한축을 담당하던 저축은행과 대부업체들을 솎아내면서 이들이 미소금융과 같은 정책적 서민금융으로 옮겨 탈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서민들과 저신용자들은 대부업자들을 찾았고 이로 인해 대부업의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결국 이들은 불법사금융을 향해 가고 있다. 이에 정부는 불법사금융 단속에도 열을 올리고 있지만, 정부는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는 모양새다.


▲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에 있는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방문,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 등 센터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4월23일부터 5월2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300명을 대상으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부채상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 자영업자들의 84%가 부채를 가지고 있으며, 평균 부채액은 1억1364만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은행의 2011년 부채 보유가구의 평균부채 금액인 8289만원보다 약 3000만원정도 많은 수준이다.


부채가 있다고 대답한 소상공인 비중은 무려 84.3%에 달했다. 15.7% 자영업자만이 빚 없이 장사를 하고 있는 셈이다. 부채가 있는 소상공인들의 사업체당 월 이자비용은 94만원으로 조사됐다. 소상공인의 월 평균 순이익이 149만원(소상공인진흥원 2010 조사)임을 감안하면, 부채로 인해 부담하는 이자비용이 매우 큰 수준이다.


또 소상공인의 62.2%가 “원금은 갚지 못하고 이자만 내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심지어 8.3%는 “돌려막기로 이자만 커지고 있다”고 답했다. 부채가 있는 소상공인 10명 중 7명이 원금상환은 엄두도 못 내고 이자내는데 급급한 셈이다.


강삼중 중소기업중앙회 소상공인지원단장은 “최근 계속되는 내수부진과 대기업의 소상공인 업종 진출 등으로 소상공인들은 극심한 매출부진과 자금곤란으로 부채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불법사금융’행 점점 늘어난다


문제는 점점 ‘불법사금융’행을 택하는 이들이 많아진다는 점이다. 강 단장은 “소상공인들은점점 불법사채를 빌려 쓰는 등의 궁지로 내몰리고 있어,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금융기관의 소상공인 대출과 더불어 미소금융, 새희망홀씨 등 소상공인을 위한 금융 재원을 확충하고 지원을 확대하는 등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대부업체 대출 중 저신용자 비중이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체율도 신용대출을 중심으로 크게 상승해 이들이 결국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말 기준 대부업체 연체율(30일이상 연체기준)은 8.0%로 6월에 비해 1.5%p 상승했다. 2009년 12말 8.5% 이후 2년만에 최고치다. 특히 신용대출 연체율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말 대부업체 신용대출 연체율은 7.3%로 6월말 5.3%에 비해 2.0%p 치솟았다.


특히 저신용자로 분류되는 7등급 이하 대출비중이 대폭 상승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부업체들의 고신용층(1∼6등급)에 대한 대출규모는 6866억원 감소한 반면 7~10등급에 대한 대출규모는 8454억원 늘었다.
이로 인해 1~6등급 대출 비중은 42.4%에서 31.2%로 11.2%p 급감했고, 7~10등급 대출 비중은 52.0%에서 65.6%로 13.6%p나 높아졌다.


금융당국은 이러한 저신용 대출비중 확대와 연체율 증가 등 대부시장 영업환경 악화가 불법 사금융 시장 확대와 대부업체 추심강화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영업환경 악화로 등록 대부시장에서 폐업한 개인 대부업체가 일부 음성화되어 불법사금융 시장에서 활동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대형 대부업체도 연체율 증가, 조달금리 상승 등 영업환경 악화가 진행될수록 연체관리나 채권추심 강화에 나설 개연성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대형 대부업체를 중심으로 대부시장의 급격한 위축 여부 등을 상시 모니터링 할 예정”이라면서 “필요시 대부업자의 영업에 과도한 장애를 주는 규제가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 지난달 1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불법사금융 합동수사본부가 출범했다.

◇ ‘대출’보다 ‘보호’가 우선


이는 정부의 착각이다. 전문가들은 “정부는 서민금융이 복지의 대체수단이 될 수 있다고 믿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제윤경 에듀머니 이사는 최근 <경향신문>에 기고한 글을 통해 “정부정책이 문제만 생기면 돈 빌려주겠다는 것밖에 없는지, 하나하나 열거해보면 어이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민생문제에 근본적인 처방을 하려는 대신 금융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바람에 등록금 가격도 전세와 주택가격도 모두 내릴 생각을 안 한다”며 “금융정책 그 자체가 사실상 시장안정을 해치고 시장 균형을 깨고 있다”고 말했다.


쉽게 말해 정부가 나서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데 큰 공을 세우고 있다는 뜻이다. “그 결과 에듀푸어, 워킹 푸어, 하우스 푸어, 렌트 푸어 등 푸어시리즈가 유행할 정도로 가계는 급속도로 가난해지고 있고 빚더미에 앉게 됐다”는 설명이다.


그는 “서민계층에 창업을 위해 미소금융이나 햇살론을 통해 돈을 빌려주기에 앞서 지역 상권을 살리기 위한 보호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며 “서울시와 같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약자를 보호하는 일자리 정책을 펼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과도한 정부의 개입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시장’과 ‘경제’에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입법과 규제만을 남발하며 억누른 결과 더더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경제>는 지난 9일 사설을 통해 “서민 부담을 덜어준다며 이자 상한선을 연 30%로 낮추고 미소금융 햇살론 등 서민금융도 대폭 늘렸지만, 서민들은 오히려 급전을 못 구해 아우성이고 불법 사금융과 전쟁을 벌여야 할 판이니 답답하기도 할 것이다”며 “모두 안되는 것을 억지로 하려니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눈에 보이지 않는 시장의 작동원리를 모르기에 당장 눈에 보이는 문제를 덮는 데만 급급한 탓이다”라며 “시장원리를 이해하지 못하니 모든 일에 정부가 손을 대야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 같은 착각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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