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마진’ 마케팅 ‘이제 그만’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5-18 16: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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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보험사 ‘RBC기준’ 강화

최근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보험업계는 ‘역마진’ 경쟁이 한창이다. 즉, 보험사들이 버는 돈보다 고객들에게 더 주겠다며 상품을 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감원이 칼을 빼들었다. 보험사들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이 건전성을 해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조치로 대형 생보사의 경우 추가로 적립해야 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은 “보험료 인하와 RBC기준 강화는 두 마리 토끼”라며 수긍하기 어렵다는 모양새다.



올 하반기부터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은 저축성보험에서 손실이 발생할 경우 해당 금액 절반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이에 따라 현재 연 5%대 수익률을 제시하며 경쟁하는 보험업계의 ‘제살 깎아먹기’ 경쟁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위험기준 자기자본(RBC)의 산출 근거인 ‘요구자본’에 ‘저축성보험 운용실적’과 ‘공시이율’을 비교, ‘역마진’ 규모의 50%를 더 적립하는 방안을 오는 7월부터 적용하기로 했다. 이로 인해 요구자본이 늘어나게 되면 보험사들은 RBC기준을 맞추기 위해 그 만큼 가용자본(충당금)을 쌓아야한다.


금감원 고위관계자는 “역마진 위험리스크를 보험 건전성지표인 위험기준 자기자본(RBC)에 추가하도록 규정을 손질할 예정”이라며 “적립 규모는 업계와 논의를 거쳐 역마진 발생 금액의 50% 정도를 책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당초 금감원은 내년 회계연도부터 적용할 방침이었지만, 올해 들어 저축성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로 치닫고 있는 점을 감안해 앞당겨 적용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용 대상은 IMF외환위기 직후 생보사들이 경쟁적으로 판매했던 확정금리형 상품까지 포함하기로 했다.


▲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 과당경쟁 ‘역마진’ 부메랑 맞아


문제는 시중금리가 연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지금, 그동안 고금리 보험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은 최고 연 12%까지 확정금리를 적용해 지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대형 생보사의 경우 추가로 적립해야 해야 하는 충당금 규모는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대형 10개 생보사가 판매한 확정금리형 상품은 총 3389만여건이다. 삼성생명이 1033만7000여건으로 가장 많고, 대한생명(744만여건) 교보생명(460만여건) 등의 순이다. 이들 보험사가 확정금리형 상품에서 2011회계연도에 거둬들인 수입 보험료는 11조210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만 놓고 보면 두 회사의 지난 1년간 총 수입 보험료(약 11조원) 중 20% 안팎을 확정금리형 상품이 차지했다. 최고 금리는 연 12%다. 특히 종신보험 위주로 영업해온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확정금리형 상품의 계약 건수가 73만여건에 불과했지만 1년 수입 보험료는 1조711억원에 달했다.


확정금리형 상품이 이처럼 많은 것은 외환위기 전후로 보험사들이 과당 경쟁을 벌인 탓이다. 당시 생보사들은 시장점유율 추락을 만회하기 위해 연 7~10% 금리를 매긴 10년 이상 장기 저축성보험을 경쟁적으로 출시했고 저금리 시대에 들어선 지금 ‘역마진 리스크’에 더 크게 노출되어 있는 상태다.


금감원이 최근 시장금리(국고채 5년물 금리+가산스프레드)를 연 4.3%로 책정하고 있는 가운데 업계는 생보사의 누적 공시이율을 연 5.7%, 손보사의 누적공시율을 연 4.7%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의 경우 현재까지 판매해 온 확정형이나 변동형 저축성보험의 누적 공시이율이 연 5%대 후반”이라며 “시장금리와 비교했을 때 1% 포인트 이상의 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2000년대 초반 확정금리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지만 시중금리 하락세가 더 빨라 역마진이 심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확정금리형 장수연금 등에서 생기는 역마진을 메우기 위해 변액연금 등에서 사업비를 좀 더 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생보사들은 확정금리형 상품 가입자를 대상으로 변동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다 당국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 ‘제로금리’ 일본, 반면교사 삼아야


이번 조치에 대해 대형생보사 한 관계자는 “적정 RBC를 유지하기 위해 충당금을 요구자본 대비 10% 정도 더 쌓아야하는 만큼 저축성보험 판매 실익이 없어졌다”며 “해당 상품 공시이율을 낮춰 유인 효과를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삼성생명은 최근 저축성보험 공시이율을 연 4.9%로 인하했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저축성보험료가 급증한 손해보험사들도 공시 이율을 4%대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험사들은 확정금리형 상품에서 큰 손실을 내면서도 비슷한 구조의 상품에 대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유인할 확실한 방안이란 판단에서다. 최근엔 ‘최저보증’ 방식으로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경향도 두드러지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연 4%대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을 판매 중이다. 동양생명은 연리 5.1%짜리 장기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면서 연 4%의 최저보증 이율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도 대부분 연 2.5~3%의 최저보증 이율을 책정한다.


그러나 일본처럼 제로금리 시대가 닥치면 대규모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보험연구원 윤성훈 동향분석실장은 “금융회사가 확정금리 지급을 약속하면 반드시 계약기간만큼 고수익 자산에 매칭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상품은 찾기 어렵다”며 “유일한 방법은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시중금리가 오르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업계 “두 마리 토끼 어떻게 잡나”


한편 이번 조치에 대해 보험업계는 “저금리 시기엔 RBC기준 강화와 보험료 인하유도 간 상충위험이 있다”고 반발하는 모양새다. “적정 RBC비율이 높아질수록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적정 RBC비율이 강화되면 보험사들은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을 시도 하거나, 위험가중자산을 줄이기 위해 위험가중치가 낮은 공사·국고채 등을 확보한다. RBC제도는 보험계약을 부채로 인식, 계약기간과 유사한 만기채권 등을 매치시켜 리스크를 관리한다. 해당기간동안 자산과 부채 간 불일치가 커지면 이는 자산건전성 악화로 이어진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당국 정책기조는 보험료 인하 유도 혹은 최대한 적게 올리는 것”이라며 “당국은 이익을 내부 유보하는 방향으로 가라는 의도겠지만, 보험사들이 고배당 강행 시 갈등이 불가피할 것”이라 말했다.


* 위험기준 자기자본(Risk-Based Capital, RBC) : 각종 리스크를 감안해 보험사가 보유해야 하는 요구자본 대비 실제 사용 가능한 가용자본의 비율로 은행의 자기자본비율(BIS)과 유사한 개념. 보험사가 손실이 발생할 경우 이를 보전해 지급할 수 있는 자본준비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비율이 높을수록 보험계약자에 대한 지급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의미. 금융당국은 보험사에 150% 이상의 RBC를 충족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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