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로비스트인 박태규씨를 둘러싸고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민주통합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의 대립이 점차 격화되면서 ‘점입가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법적대응으로 나선 박 전 위원장의 측근들이 가세하고 민주당은 친박계 인사들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면서 ‘당 대 당’의 싸움으로 전선이 확장되고 있다.
이번 ‘박태규 공방’은 지난 21일 박 전 위원장측이 박 원내대표와 인터넷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주진우 시사인(IN) 기자 등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하면서 본격적으로 확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공방의 결과에 따라 정치권은 칼바람이 휘몰아 칠 정도로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 박 원내대표 ‘폭로’에 박 전 위원장 법적대응으로 확전
지난 18일 박 원내대표가 “박 전 위원장이 박태규씨와 여러 차례 만났는데 이 만남이 저축은행 로비에 어떤 작용을 했는지 의혹을 밝혀야 한다”고 폭로하고 ‘나꼼수, 봉주’ 11화와 12화 방송이 이와 관련된 허위사실을 유포하면서 명예를 훼손당했다는 게 박 전 위원장 측의 주장이다.
박 전 위원장은 로비스트 박태규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듭 부인하고 있다. 또 검찰의 철저한 수사로 네거티브 공세를 뿌리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자 친박계 지도부도 공세에 가담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지난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원내대표를 향해 “모범을 보여야 될 분이 대선을 앞두고 상대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를 흠집 내기 위해 사실이 아닌 말을 반복해서 발언함으로써 국민은 속이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사무총장은 이어 “상대방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는 현행법으로 당연히 처벌해야 한다”며 “정확한 진술과 육성을 가지고 있다면 즉시 검찰이나 언론에 제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그는 “정치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겠다는 우리 정치권의 행태는 반드시 반성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우택 최고위원도 이날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원내대표는 국회 원구성을 위해 골몰하고, 민생 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며 “(박 원내대표가) 이런 문제를 도외시하고 민생보다 정쟁을 하는 등 예전 모습을 재현하는 모습에 실망감을 금치 못하겠다”고 꼬집었다. 특히 그는 “‘흥미진진한 일이 벌어지겠다’는 발언을 하는 등 정치를 희화화 하는 모습은 결코 보기 좋은 모습이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앞으로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에 대해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가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니면 말고 식의 폭로 공세에는 공정한 선거풍토를 조성키 위해 초기에 대응해야 한다. 경선관리위원회 등을 구성할 때 야권에서의 네거티브 공세를 대응할 수 있는 팀이나 위원회 구성도 고려해야 할 것”며 당 차원의 대응을 주문했다.
로비스트 박태규씨는 지난해 부산저축은행그룹 김양 부회장으로부터 “감사원, 금감원 등 고위간부에게 청탁해 영업정지를 막아주겠다”며 10차례에 걸쳐 17억원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8억4000여만원을 선고 받은 인물이다.

◇ 박 원내대표 ‘자신만만’…민주당 ‘맞고소’로 대응
반면 박 원내대표는 확실한 증거를 가지고 있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22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참으로 흥미진진한 일이 앞으로 벌어지겠구나하는 생각이 저를 흥분하게 했다”며 법적대응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다음날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사실이기에 어떠한 대화가 있었는가를 검찰이 밝혀야 한다”며 역으로 검찰수사를 촉구했고 “(연루설과 관계된) 명확한 진술과 육성을 가지고 있다. 기다려보면 진실이 무엇인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한길 후보도 지난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 전 위원장의 고소를 “무리한 정치행위”라며 “박 원내대표가 그런 발언을 했다면 상당한 근거를 배경으로 했을 것”이라고 거들었다.
민주당은 이규의 수석부대변인의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을 끌고 들어가려는 박근혜 위원장 측의 전형적인 물타기 수법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두 사람의 만남여부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특히 민주당은 이날 “박 원내대표가 박태규씨와 가까운 사이이며 자신에게 불똥이 튈 것을 우려해 박 전 위원장을 끌고 들어가려는 꼼수”라는 요지의 언론 인터뷰를 한 익명의 친박계 인사 2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박 전 위원장을 직접 겨냥하지는 않았지만 측근들이 대상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맞고소나 다름없다.
이 대변인은 “박 전 위원장과 박태규씨가 만났다는 사실과 관련해 이를 증명해 내는 증언을 할 사람이 있고 녹취록을 가지고 있음을 검찰에 가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박태규씨를 둘러싼 여야의 진실공방은 대선을 앞두고 벌어진 유력 정치인간의 법정다툼과 함께 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 전 위원장이 각종 여론조사의 대선후보 지지율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후보 검증이냐, 근거 없는 네거티브 공세냐로 갈릴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검찰수사로 박 전 위원장과 박태규씨와의 만남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박 전 위원장은 거짓말 논란에 휩싸임과 동시에 야권으로부터 후보자 검증이라는 명분으로 대대적인 공세에 휘말릴 수 있다. 그 반대의 경우 야권은 박 원내대표의 기소로 전투력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며 대선후보 검증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가 그동안 ‘폭로’를 할 경우 상당히 구체적 근거와 제보자를 바탕으로 하면서 대부분이 추후에 사실로 확인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번 건 역시 주목된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시각이다. 아직까지 구체적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는 것도 본격적인 대선정국이 도래하기를 기다려 그 파괴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따라 검찰의 수사결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지만 그 시점이 언제가 될지는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 사건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가 이른바 ‘도박승려’ 사건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데다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사안이라 신중한 접근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 檢, 박근혜-박지원 ‘명예훼손 고소’ 사건 수사 착수
서울중앙지검은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의 유착 의혹을 제기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고소한 사건을 전날 형사4부(부장검사 허철호)에 배당했다고 지난 24일 밝혔다.
검찰은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이번 달 말 박 전 비대위원장의 고소대리인을 출석시켜 구체적인 고발 경위와 내용 등을 확인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후 박지원 원내대표 측을 피고소인 신분으로 소환해 폭로 내용과 의혹을 제기한 경위 등을 조사한 뒤 사실관계를 따질 방침이다. 검찰 관계자는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직접 검찰에 출석해 조사받을 필요가 있는지는 고소대리인을 먼저 조사한 뒤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박 전 위원장은 지난 21일 박 원내대표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반면 박 전 위원장은 같은 날 박태규씨와의 관계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일축했다.
◇ 박근혜 “검찰, 제대로 수사해 네거티브 뿌리 뽑아야”
박근혜 새누리당 전 비상대책위원은 22일 명예훼손 혐의로 박지원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를 고소한 것과 관련해 "검찰에서 제대로 수사를 해 네거티브를 뿌리 뽑고 결과도 소상히 밝혔으면 한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당선자총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정치 지도자나 언론은 국민에게 진실을 얘기해야 하는데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어 법적 조치를 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박 전 위원장은 저축은행 로비스트 박태규씨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거듭 부인하고는 “(박 원내대표가)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해서 허위로 네거티브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박근혜 전 새누리당 위원장이 전략적 계산으로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를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을 거부하는 처사”라며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확대간부회의에서 “민주당 자체 여론조사에 의하면 완전국민경선을 찬성하는 국민은 63.1%, 반대는 13.6%에 불과하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그는 “박 전 위원장이 국민이 원하고 바라는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는 완전국민경선제 도입에 찬성해야 한다”면서 “새누리당 일부 의원이 제출하려는 법안과 민주당 제출 법안을 동시에 심의해 가장 좋은 제도를 도입해서 이번 경선부터 적용하자”고 제안했다.
박 위원장은 전날 대구ㆍ경북지역 당대표 경선과 관련, “또 한 번의 역전극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박진감 넘치는 경선이 흥미진진하다”고 총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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