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류층, ‘비버리힐스’로 눈 돌린다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6-08 17:24:19
  • -
  • +
  • 인쇄
고급 주상복합 가격 폭락… 단독주택 ‘재발견’

고급 주택의 아이콘이 변하고 있다.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고급 주상복합아파트의 가격 하락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자리를 고급 단독주택들이 꿰차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에 집을 가진 이들이라면 떨어지는 집값 탓에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지만, 이는 정확히 말해 아파트를 가진 집주인들에게 국한되는 얘기라는 게 통설이다.


한때 찬밥 취급을 받던 단독주택은 되레 화려하게 부활하며 가격이 꾸준히 오르는 모양새를 보인다. 단독주택이라는 상품의 특성상 매물도 귀해 단독주택 시장은 철저히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바뀌어 있다. 곳곳에 매물이 널린 아파트와 달리 단독주택은 사고 싶어도 쉽게 살 수 없는 귀한 몸이 돼버린 것이다. 부동산업계는 이를 두고 ‘주상복합의 재평가’ 혹은 ‘단독주택의 재발견’이라고 입을 모은다.


▲ 주상복합을 포함한 고급 아파트의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개성 있는 주거 공간을 찾는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고급 단독주택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동화SFC하우징의 고급 단독주택 모델하우스.

◇ 틀에 박힌 아파트 생활 벗어나려는 고소득자에 인기
치과의사 김모(36) 씨는 서울 잠실의 아파트에서 살다 지난 4월 판교신도시에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어 이사했다. 연면적 231㎡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짓는 데 약 12억원이 들었다. 땅값이 8억원, 건축비가 4억원 가량이다.


아내 역시 치과의사로 맞벌이를 하고 있어 두 아이와 많은 시간을 같이 할 수 없는 것이 늘 마음에 걸렸던 김씨는 단독주택을 지으면서 2층에서 1층으로 내려오는 계단 옆에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2층에 있는 자녀 방마다 다락방을 만드는 등 아이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많은 신경을 썼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싶었다”는 그는 “주말마다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이 집으로 친구들을 불러 함께 노는 모습을 볼 때 단독주택을 지은 것이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씨처럼 틀에 박힌 아파트 생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개성 있고 독창적인 주거공간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 늘면서 단독주택의 인기가 오르고 있다. 판교와 같은 신도시나 택지개발지구에서 공급되는 단독주택용지는 나오는 족족 날개 돋친 듯 팔리고 경매시장에서의 낙찰률도 아파트보다 높다.


◇ 판교신도시엔 단독주택 ‘붐’… 한국의 ‘비버리힐스’로도 불려
이 같은 단독주택 열풍은 지난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건축이 이뤄지고 있는 판교신도시가 그 진원지다. 흔히 서판교로 불리는 판교동과 운중동 일대는 ‘한국의 비벌리힐스’로 불릴 정도로 고급 단독주택단지로 자리 잡았다. 판교에서만 42동의 단독주택을 시공한 동화SFC하우징의 한 관계자는 “판교는 택지 가격이 3.3㎡당 평균 1,100만원 정도로 비싸지만 수도권에서 가장 단독주택 건축이 활발한 곳”이라면서 “매주 100팀 정도가 모델하우스를 찾아 설계와 시공비 등을 문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판교신도시에는 판교동과 운중동ㆍ백현동을 중심으로 3,420여필지의 단독주택용지가 공급됐다. 주거전용과 점포겸용이 각각 1,350여 필지와 2,078필지다. 이 중 지난 2007년 이후 신축해 입주한 주택은 924가구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314가구가 인허가를 신청했고 이중 195가구가 준공됐다. 올 들어서도 5월까지 80여가구가 인허가 신청을 했고 이중 20여가구는 공사를 진행 중이다.


판교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된 필지 중 약 40% 정도만 지어졌을 뿐 아직 비어 있는 땅이 많다”면서 “땅을 구입하려는 사람은 많지만 매도ㆍ매수 호가가 맞지 않아 거래는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1층에 상가를 입점시킬 수 있는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는 건물이 거의 다 들어섰고 단독주택용지 위주로 간간이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판교의 단독주택용지 가격은 3.3㎡당 900만~1,200만원대로 입지와 용도에 따라 편차가 크다. 지난 2007년 공급 당시 가격인 800만~900만원에 비해 100만~300만원가량 올랐다. 이곳에서 대지 200㎡ 규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을 지으려면 땅값을 포함해 평균 1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 건축비는 3.3㎡당 600만원 안팎이지만 고급 마감재를 사용할 경우 700만원을 넘기도 한다. 철근콘크리트 주택이 대부분이지만 친환경적인 목조주택도 적지 않은 편이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기본 설계를 제공하지만 건축주들이 기존 주택 설계ㆍ디자인을 제시하면서 까다롭게 주문하는 편”이라면서 “다들 개성이 강해 외관도 천차만별”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서판교 일대는 단독주택 설계 경연장으로 불릴 정도로 독특한 외관을 갖춘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지중해풍의 벽돌 건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하거나 외벽을 나무로 만든 집도 보인다. 세라믹 자재를 사용한 모듈러(조립식) 주택도 둥지를 틀었다.


단독주택 붐을 타고 판교에서만 60여개 국내 업체가 경쟁을 벌이고 있고 세키스이하임ㆍ 다니가와 등 일본 단독주택 시공업체들도 진출해 시공실적을 쌓아가고 있다. 조민이 에이플러스리얼티 팀장은 “판교는 아파트에 가려졌던 단독주택의 매력을 재발견하게 만든 곳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고 상가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어 판교 발 단독주택 열풍이 위례신도시와 동탄2신도시 등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