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묵혀서 헐값에 판다고?

전성운 / 기사승인 : 2012-06-08 17:4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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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외환은행 지분 ‘매각 특혜’ 논란

최근 한국은행은 하나금융지주에 보유중인 외환은행 지분 6.12% 매각을 추진 중에 있다. 이를 위해 기획재정부는 ‘수의계약’을 허용하고 은행지주회사에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지침을 고시한 바 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명백한 특혜’라는 비판의견이 나왔다. 내부적으로 매각 지침에 정해진 마당에 외환은행 지분을 장기 보유하는 것도 부담스러운 한은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난국에 빠졌다.


▲ 김중수 한국은행장


지난달 31일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지주에 대한 한국은행 지분의 특혜성 매각 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은행 공공성의 보루가 되어야 할 공적 지분을 헐값에 일괄매각 하는 것은 특정 회사 및 개인에 대한 명백한 특혜다”며 매각 가격, 특정 상대에 대한 일괄매각, 소액주주 피해 등의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우선 현재 외환은행 주가가 8000원 언저리로, 한국은행 지분의 취득원가 1만원에 한참 못 미친다는 점을 들었다. 노조는 “2010년 10월 1만5000원 수준에 달했던 외환은행 주가는 그 해 11월 하나금융이 인수에 나선 이후 대폭락했다”며 “국민혈세가 포함된 공적 지분을 20년이 넘도록 보유하고 있다가, 손해를 볼 시점에 굳이 팔려고 하는 것이 특혜가 아니면 무엇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수의계약 및 은행지주사에 대한 매각이 가능토록 명시한 것은 이번 지침이 하나금융지주 앞 일괄매각을 전제로 만들어졌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며 “제값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하나지주 특혜 의혹의 화룡점정”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하나지주는 외환은행 지분 51%를 인수할 당시부터 범국민적인 특혜 의혹을 받아 왔음을 감안하면 이번 지침에 따른 한국은행 지분 매각은 론스타에서 시작된 거대한 금융 스캔들의 완결판이다”고 덧붙였다.


또 “하나지주가 이번 지침에 따라 주식교환 등에 필요한 지분을 확보할 경우 소액주주들은 축출당할 가능성이 높다”며 “2010년 11월 이후 하나지주가 외환은행 소액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혀온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 “헐값매각 강행 시 특혜논란 번질 것”
특히 노조는 최근 저축은행 비리로 하나금융 전·현직 경영진이 검찰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고, 론스타는 한국 정부의 과세에 불복해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를 이용한 국제소송까지 언급되고 있는 상황임을 지적했다.


유럽발 금융위기와 대선정국 등 금융시장의 안정이 그 어느 때보다 긴요한 시점에 한은 지분의 성급한 매각으로 불필요한 특혜 논란을 자초하는 것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되는지 자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만약 하나지주에 대한 한국은행 지분의 졸속적인 헐값매각을 강행한다면 이는 곧바로 정권 차원의 특혜 논란으로 번질 것이다”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은 매각 시기와 대상은 정해진 바가 없다는 내용을 담은 해명자료 배포를 준비했으나 해명자료 배포로 구설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 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외환은행 노조의 비판을 차치하더라도 한은이 외환은행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것도 쉽지 않다. 기획재정부가 매각 지침을 한은에 일임한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도 취하지 않을 경우 비판을 받을 수 있다.


지난 2010년 국정감사에서는 한은이 외환은행 주식을 20년 이상 장기 보유하고 있는 것을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공적기관으로서 외환은행 주식 매각은 법적 절차에 따라 신중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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