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사태, 美 대공황 때보다 어려워”

이준혁 / 기사승인 : 2012-06-08 18:16:08
  • -
  • +
  • 인쇄
강만수, “현 정권에서는 IPO만, 민영화는 다음 정권이”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이 현재의 유로존 위기가 1929년 미국의 대공황 당시 보다 어렵다고 진단했다.
앞서 지난 4일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대공황 이후 최대의 위기”라는 말과 일맥상통해 유로존 위기에 대한 경각심을 잘 나타내고 있다.


강 회장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기자들과 만나 “유로존 사태는 미국 대공황보다 더 어렵고 오래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대공황 당시에는 제조업 소위 펀더멘탈과 관련한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다”면서 “케인즈 이론에 따른 유동성 확대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유로존 사태의 본질을 ‘나태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풍요와 평화가 지속되다보니 인간은 나태해지고 퇴폐해졌다”며 “결국 나태와 퇴폐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의 위기는 경제문제가 아닌 인간의 본질 그리고 정치적 결단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 상황에서도 국내 경제상황에 대한 긍정적인 견해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번 골드만삭스 아시아지역 사장이 한국은 믿을 수 있고 예측 가능하다며 내게 중국에 공동투자할 것을 제안했었다”면서 “현재 우리나라 외에는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고 자신했다.


▲ 강만수 KDB금융지주 회장이 현재의 유로존 사태의 본질을 ‘나태함’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추진 중인 기업공개(IPO)와 관련해서는 “현정권에서는 IPO만 추진하고 민영화는 다음 정부에서 결정할 사항”이라며 “나는 원래 민영화 반대론자였다. IPO와 민영화는 법적이나 논리적으로 아무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달 25일부터 중동·아프리카 출장을 다녀온 강 회장은 “중동쪽에서 산업은행 IPO에 관심을 나타냈다”고 밝혔다.


◇ “유로존 불확실성 커졌다”…한은, 비상점검체제 가동
이와 관련해 유로지역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은행이 비상점검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한은은 지난 5일 박원식 부총재를 반장으로 하는 기존의 ‘통화금융대책반’을 확대 개편하고, 이날 비상대책회의를 가졌다.


특히 지난 6일 국제금융시장이 열린 점을 감안해 국외 사무소와 연계를 통한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 체제를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한은은 컨틴전시 플랜을 지속적으로 점검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과 정보 교류를 통해 긴밀하게 협력키로 했다. 한은 관계자는 "향후 금융ㆍ외환시장 상황을 계속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필요할 경우 시장안정대책을 강구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 국내은행 유럽지역 외화차입 비중 급감
한편 국내은행들의 유럽 지역 외화차입 비중이 30%대 초반으로 뚝 떨어졌다. 지난 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4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유럽지역 차입비중은 31.9%로, 지난해 말 33.6%에 비해 1.7%p 낮아졌다. 지난해 6월말 36.0%에 비하면 4%p 이상 떨어진 수치다.


이는 은행들의 차입선 다변화 노력 등으로 인한 결과라고 금감원은 설명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유럽지역 차입의 72%가 유럽계 은행이 주간사가 돼 발행된 채권인만큼, 실제 투자자 기준으로 산정하면 실질적인 유럽지역 차입비중은 더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외화채권을 제외한 직접적인 유럽지역 차입비중은 지난해 6월 이후 하락세를 지속, 4월말 현재 20.5%까지 떨어진 상태다. 반면, 미국 및 일본 차입 비중은 지난해 6월 말 대비 각각 2.2%p, 1.5%p 상승했다.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유럽재정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글로벌 경기 침체 등 불안 요인이 상존하는 만큼 향후 대외여건 변화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예정”이라면서 “기존에 마련한 비상플랜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극 대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 원·달러 환율 다시 1180원대…유로존ㆍ美 지표 '먹구름'
이 같은 상황에서 원ㆍ달러 환율이 또다시 1180원대로 올라섰다. 지난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177.7원)보다 4.3원 오른 1182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1185.5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한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이날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4.9원 오른 1182.6원에 출발한 뒤 이후 오전 9시2분 1183.4원으로 장중 최고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장중에는 1181~1183원 사이에 머물면서 상승폭을 낮췄다. 환율이 지난달 31일(1180.3원) 이후 또다시 1180원대로 올라선 것은 그리스와 스페인 등을 중심으로 유로존 위기가 심화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지난 주말 미국 고용 지표가 악화된 탓이다.


이로 인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1.38포인트(2.80%) 하락한 1783.13에 마감했고,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2645억원을 순매도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1180원 부근에서는 레벨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추격 매수세가 주춤해진 데다 5월에 일시적으로 많았던 결제 수요도 둔화되고 있다”며 “대외적으로 미국 경기가 둔화세를 보이고 있지만 미 오퍼레이션 트위스트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달러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대외 불확실성이 유지되고 있어 추가적으로 고점을 경신하면서 급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미국 버냉키 의장 연설 등 시장 우호적인 발언들이 나올 가능성이 있으므로 환율은 추가 급등세가 제한되면서 1170원~1190원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