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이 NH농협금융지주 2대 회장으로 임명됐다. 농협금융은 지난 20일 주주총회를 열고 신 회장을 신임 회장으로 임명했다. 당초 18일부터 이틀간 열린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과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최종 후보로 올랐으며 이 가운데 이 전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예상하지 못했던 신 전 회장이 최종 후보로 올라온 것을 두고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농협노조는 신 신임 회장의 선임을 두고 ‘관치경영’이라며 출근저지 등 투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는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 제2대 회장 선출…우려ㆍ기대 공존
출범 100일이 지난 NH농협금융지주의 새 회장은 ‘모피아(재무관료 출신 인사)’였다.
앞서 농협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8일부터 이틀간 회의를 갖고 신동규 전 전국연합회장을 회장 후보로 결정했다.
회추위에 따르면 지난 18일 늦게까지 회의를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이날 오전 다시 회의를 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철휘 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지만 한나절만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신동규 전 은행연합회장이 후보에 낙점된 것이다.
회추위 관계자는 “정부 출자 문제 등 현안들을 해결해 나갈 강력한 추진력과 노조와 협력을 이끌어 낼 원만한 인간관계를 겸비하고 있다”며 “농협금융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고 내정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상 그는 재무부 출신의 전형적인 ‘모피아’다. 이른바 모피아들은 추진력과 돌파력이 강점으로 꼽힌다. 현재 금융권에는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과 김석동 금융위원장,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장영철 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등이 대표적인 모피아다.
당초 신충식 회장이 100일도 안 돼 사임한 뒤 차기 회장은 농협 내부가 아닌 외부에서 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다. 출범 3개월이 지난 농협금융이 다른 지주와 본격적 경쟁에 나서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게다가 농협금융은 신용부문과 경제부문을 분리하면서 정부로부터 5조원을 지원받기로 했다. 하지만 5조원 현물출자 1조원에 대한 집행이 아직 이뤄지지 못한 상태다.
농협은 산은금융지주 주식 5000억원과 한국도로공사 주식 5000억원어치를 받기로 했지만 산은지주 주식 등에 대해 국회 동의 절차는 물론 배당률 협상을 마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협금융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대외적으로 영향력이 있고, 외풍에도 견딜 수 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한편 앞서 농협 노조는 차기 회장 후보로 신 내정자가 결정된 것을 두고 ‘관치경영의 결정판’이라며 잔뜩 날을 세우고 있다. 허권 노조위원장은 “정부 관료 출신의 신 내정자가 회장직에 오는 것은 명백한 관치경영”이라며 “출근저지투쟁이라도 벌여서라도 반드시 막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신 내정자는 “공식 절차를 밟고 취임을 한 뒤 서로 대화를 해봐야 어떤 해법들이 나올 수 있을지 알 수 있다”며 말을 아꼈다.

◇ 신동규 농협금융 신임 회장은?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2대 회장 내정자는 금융정책에 대한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51년 경남 거제 출생인 신 내정자는 경남고와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웨일즈대에서 금융경제학 석사를, 경희대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신 내정자는 1973년 제14회 행정고시를 통해 공직에 발을 디뎠다. 이듬해 한국은행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아시아개발은행(ADB)와 재무부, 재정경제원 등을 거치며 금융 감각을 키웠다.
지난 2003년 한국수출입은행장으로 취임한 신 내정자는 2008년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분과 상임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신 내정자는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전국은행연합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동아대학교 석좌교수를 맡고 있다.
신 신임 회장의 출신도 눈에 띈다. 그는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강만수 KDB금융 회장과 같은 경남고 출신이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과는 동향(경남 거제)일뿐 아니라 경남고, 경희대(박사)까지 동일한 이력을 갖고 있다.
◇ 신 신임 회장 내정 배경
당초 농협금융지주 2대 회장에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금융 회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8일 서울 시내 모처에서 회의를 갖고 이 전 사장과 권태신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놓고 후보 심사에 들어갔다.
그 결과 이 전 사장이 3표, 권 부위원장은 2표를 얻었다. 농협금융 사외이사인 이장영 한국금융연수원 원장과 허과현 한국금융신문 편집국장이 권 부위원장에 투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황이 급변한 것은 다음날 오전에 열린 회의에서였다. 회추위 실무진이 3 대 2의 투표 결과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 최종 후보가 결정되기 위해서는 회추위원 가운데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규정을 뒤늦게 지적했다. 이 규정대로라면 회추위원 5명 중 4명의 표를 얻어야 한다.
갑작스러운 이의 제기에 회의는 진행되지 못한 채 공전했다. 회추위원 가운데 일부 위원이 2명의 후보를 모두 임시이사회에 올리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실무진은 단독 후보만 안건으로 채택할 수 있으며 이날 이사회에 반드시 후보를 추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종 후보로 올라온 이 전 사장과 권 부위원장을 놓고 회추위원들의 합의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후보를 늘려 다시 검토하는 방안 등이 나올 무렵, 이 원장이 예상 못한 제안을 했다. 바로 ‘신동규’ 카드였다.
이 전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집사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의 처남으로 ‘청와대 외압’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고, 권 부위원장은 ‘민간인 사찰’ 논란 등으로 부적합하기에 ‘ 3의 인물’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실무진은 이사회가 예정대로 열려야 한다며 서둘러 마무리 해줄 것을 재촉했고, 회추위원들은 투표가 아닌 ‘합의’로 신 전 회장을 농협금융 2대 회장으로 내정했다. 신 신임 회장은 2~3일 전에 회추위의 제안을 받고 고민을 거듭하다 회추위의 설득 끝에 회장직을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 회추위, 합리적 절차 밟았나
농협금융 회장 선출에 참여한 한 회추위원의 측근은 “농협금융 회장 후보 결정 과정에서 불합리한 절차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투표를 통해 이 전 사장으로 결정된 상황에서 갑자기 ‘3분의 2’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이 측근은 “회추위원들은 다수결에 의해 결정되는 줄 알았다. ‘'3분의 2’ 룰이 있는지는 전혀 알지 못했다”며 “농협금융 측이 사전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다음날 19일 회추위 회의에서 최종 후보로 결정된 2명이 아닌 제3자가 등장한 것 또한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검증 과정에서 탈락한 후보를 일정한 공식절차 없이 갑자기 회장 후보로 올리는 것은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이 측근은 “법적으로 검토한 결과 최종 결정 과정에서 이미 탈락한 후보를 제대로 된 심의없이 올린 것은 절차상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 전 사장과 권 부위원장을 두고 결론이 나지 않는다면 최초 후보 검증 등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지만 이 원장이 ‘신동규 카드’를 들고 왔다”면서 “실무진이 오후 5시에 이사회가 잡혀있으니 서둘러 회의를 끝내달라고 재촉하는 상황에서 정상적인 심사 없이 신 전 회장을 내정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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