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계, 사상최초로 은행 수익 제쳤다

송현섭 / 기사승인 : 2015-02-13 17: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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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은행 총수익 6조2000억원…56개 보험사 6조6000억원

[토요경제=송현섭 기자] 저금리·저성장 기조가 계속되면서 지난해 은행권의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돼 18개 은행의 총수익 규모가 사상 최초로 보험업계 수익보다 적은 기현상이 연출됐다. 특히 자산규모에 비해 안정적 수익만 노려온 은행권은 이자마진에 의존해온 영업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지난해 투자영업 수익을 중심으로 은행권 수익규모를 제친 보험업계 역시 장기 저금리로 인해 투자처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져 지속적인 수익구조를 갖추기 어려운 만큼 단발성 실적으로 끝날 것으로 보인다. - <편집자 주>

지난해 국내 금융사상 최초로 은행권 순이익 규모가 보험업계 전체에 비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나 역전현상이 빚어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특수은행 등 국내 18개 은행의 순이익은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반해 25개 생명보험회사와 31개 손해보험사 등을 합한 56개 보험업계의 작년 3분기 누적 순이익 규모는 5조100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 지난 3일 서울 예금보험공사에서 열린 '대한민국 금융의 길을 묻다-2015 범금융 대토론회'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을 비롯해 주요 금융회사 CEO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고 있다.


보험업계 회계연도가 6월을 기준으로 한다는 점에서 보면 작년 4분기 예년 평균수준을 유지한다는 가정 하에서 최소 6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앞서 보험업계는 지난해 1분기 1조5000억원, 2분기 1조9000억원, 3분기 1조7000억원의 순이익 규모를 각각 나타냈다.


◇ 신한은행 빼면 삼성생명 수준도 못미쳐


다만 금융권 일각에선 보험업의 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의 예상치를 하회할 것이란 관측이 있기는 하지만, 작년 4분기에 분기별 최저실적인 1조5000억원만 넘으면 지난해 연간 순이익 규모가 6조6000억원을 초과 달성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면 1897년 조흥은행 전신인 한성은행, 1922년 메리츠화재의 전신인 조선화재가 각각 국내최초 은행 및 보험회사로 설립된 뒤 처음으로 보험사 순이익 규모가 은행권을 뛰어넘는 것이다.


물론 1930년대 세계 대공황과 1950년대 초반 한국전쟁, 1990년대 후반의 외환위기 등 경제위기가 닥칠 때마다 은행권이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으나 업역별 격차는 거의 없었다. 실제로 일련의 위기상황에서 국내 금융권에서는 은행은 물론 보험업종과 종합·여신·상호금융 등 전반적으로 손실이 컸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산규모가 큰 은행권 피해는 적었다.


지난해 보험사 개별 순이익을 살펴보면 삼성생명의 순이익은 1조4000억원으로 시중은행들 중 상대적으로 양호한 1조5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신한은행에 비해 1000억원이 적을 뿐이다. 다만 삼성생명이 8000억원대 삼성물산 지분매각으로 일시적 수익을 낸 면이 있지만 우리은행 1조2000억원, 국민은행 1조원, 하나은행 9000억원에 비해 순이익 규모가 훨씬 크다.


이는 지난 2000년대 후반 은행권이 보험업계에 비해 4배이상 순이익을 창출할 정도로 수익성이 높았던데 비한다면 놀라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05년 은행권이 13조6000억원의 순이익을 실현할 당시 보험권의 순이익 규모는 불과 3조3000억원에 그쳤다. 이는 최근 수년간 장기 복합불황에 따른 낮은 경제성장과 함께 기준금리의 꾸준한 인하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는데 따른 것이기도 하다.


◇ 은행권, 신수익원 찾기보다 이자수익 의존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금융환경 변화에 대응해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보다 손쉬운 수익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권에서 자산을 운용하고있다"며 "주로 이자수익에만 의존해온 수익전략이 한계를 노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은행권은 최근 전체 수익규모의 90%이상을 이자수익에 의존하는 금융권 내 자산운용만 주력했는데 저금리로 이자마진이 줄어들자 순이익 규모가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를 반증하듯 지난 2005년 2.81%에 달했던 순이자마진은 지난해 1.79%까지 급락해 이자마진에 의존해온 은행권 수익의 급격한 하락세를 부추긴 셈이다. 게다가 은행권은 대기업 위주의 여신관행을 탈피하지 못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간 STX그룹과 쌍용건설을 비롯해 오너 리스크로 홍역을 치른 동양그룹 및 동부그룹 등 부실화로 큰 손실을 입었다.


더욱이 신흥국 위주로 급성장하는 현지 금융시장에 대응해 해외진출을 추진해야 할 시점을 놓쳐 기회를 상실한 것으로 분석되며, 그나마 최근 해외 개설한 영업망은 사무소 수준에 불과해 본격적인 해외 현지영업이 불가능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결국 총자산 규모가 1700조원에 육박하는 은행권이 830조원인 보험업계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져 순이익 규모를 추월당하는 지경에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2005년 기준 13조6000억원에 달했던 은행권 순이익 규모가 지난해 6조2000억원으로 절반 가량으로 줄었으나 같은 기간 보험업계 순이익이 3조3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2배 정도 늘었다는 점에서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 보험업계, 사업비율 개선 놓고 전망 엇갈려


따라서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가 뚜렷했던 보험업계가 2014년 순이익에서 은행권을 제친 것을 계기로 수익성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보험업계의 사업비율 개선 노력을 통해 보험영업이익이 증가하고 사업비를 절감함에 따라 비용 절감효과가 가시화되면서 투자영업이익이 늘어났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보험업계는 2014년 3분기까지 분기별 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13년 1.83%에 비해 0.3%P 오른 2.13%을 기록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이 수익성 지표가 개선된 것은 보험 및 투자영업이익이 모두 전년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며 "삼성생명의 경우 지난해 삼성물산 보유지분을 매각해 일시적으로 대규모 수익을 냈다"고 언급했다.


생·손보 등 업역별로 구분해 살펴보면 생보업계는 보험영업이익 10.1%, 투자영업이익은 6.4% 증가했으며 손보업계는 투자영업이익 12.3%, 보험영업이익이 11.3%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따라서 생보업계는 사업비율 개선에 따른 보험영업수지가 개선된 것으로 종목별로는 무배당 저축성보험의 보험영업수지 개선효과가 두드러지고 있는 상황이다.


손보업계의 경우 사업비율 개선이 보험영업이익이 상승세를 타게 된 주요 원인으로 파악되는데 경과 손해율은 소폭 악화됐음에도 불구, 순사업비율이 전년대비 0.81%P 개선된 점에서 주목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투자영업이익 증가의 요인은 생·손보를 막론하고 모두 관련 사업비가 감소한데 따른 것으로 비용 절감으로 각기 수익성이 향상됐다.

◇ 보험업계, 지속적인 투자수익 창출 어려워


다만 보험업계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운용자산 규모가 증가했지만 지난해 투자영업수익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투자영업비용이 전년대비 1조3020억원 줄어들면서 투자영업이익이 1조4230억원 증가해 외면적으로 수익성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투자영업비용은 재산관리비와 자산처분손실 및 이자비용 등으로 구성돼 비용관리와 함께 투자리스크 관리강도에 직접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외면적으로 수익성이 호전됐다고 하지만 올해가 더 큰 문제"라며 "지난해 투자영업비용을 절감하는 노력이 계속됐지만 근본적으로 저금리 기조로 자산운용처가 마땅치 않다"고 전했다.


그는 또 "보험영업은 사업비 지출 감소로 인한 기저효과로 수익성이 개선된 것이지 근본적으로 본업인 보험영업을 위한 사업비가 줄어 추후 영업여건이 녹록치 않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업계에는 투자여건이 악화되고 감독당국의 재무건전성 강화 유도로 인해 보험업계 전반적인 수익성 개선추이가 올해에도 지속될지 여부를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무엇보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조치로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예금금리가 마이너스로 반전된 만큼 적절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작년과 같은 투자수익 유지가 어려운 형편이다.


◇ 당국 규제로 보험업계 자본확충 최대과제


이를 반증하듯 10년만기 국고채 금리는 작년 8월 3.086%에서 올 1월 2.415%로 대거 하락했는데, 금리가 하락하면 매도가 가능한 증권을 처분해 투자수익을 늘릴 수도 있지만, 결국 자본이 줄어들고 재투자시 이자수익이 감소하는 등 부작용이 불가피한 측면이 많다. 아울러 당국의 재무건전성 규제에 부응해 지급여력비율 등을 높여 추가로 적립금을 쌓게 되거나 채권 발행 및 증자를 통해 자본확충에 나설 경우 오히려 수익성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각 보험사는 오는 2018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되는 정량평가 강화로 인해 보험부채에 시가평가 시행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자본확충이 필요한 국면을 맞고 있다. 만약 자본확충을 위해 후순위채를 발행하면 이자비용이 소요되면서 영업이익이 줄어들고, 이를 피하기 위해 유상증자를 실시하게 될 경우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떨어지게 된다.


한 보험 전문가는 "향후 수익성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보험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손실을 줄일 필요가 있다"며 "투자비용과 사업비 절감노력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국제회계기준(IFRS4) 2단계 도입에 맞춰 장기 고수익 상품비중을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감원 등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은 수익성에 긍정적 영향을 줬으나, 당장 필요한 자본확충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해소하기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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