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8세기 산업혁명이래 인류의 문명은 산업기술의 급격한 발전에 뒷받침된 것이다. 오늘도 서울 도심전체를 메우고 있는 고층빌딩으로부터 출근길 도로를 꽉 채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엘머 루이스가 쓴 테크놀로지의 걸작들은 과학과 공학의 구분으로부터 얘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한다.
우선 과학은 자연현상과 원리에 대한 탐구를 목적으로 제한된 조건아래 실험과 증명을 연속함으로써 발전해왔다. 반면 공학은 인간의 생활에서 필요와 편리성을 위한 목적으로 끊임없는 진보의 과정을 되풀이해서 새로운 문명을 창조해왔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랫동안 하루하루 채집과 사냥으로 기본적인 먹을 것과 입을 것, 어설픈 쉴 곳을 만드는 것으로 보내던 원시적인 인류가 문명화를 이룩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일까? 문명의 발상지 이집트에서 고대인들은 마치 2미터가 넘는 거인들이나 살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피라미드와 다양한 신전 등 석조건축물들을 남겼다.
그들의 수학지식은 형편없었으며 보잘것없는 도구에도 불구하고 거대한 건축물들을 곳곳에 만들어냈다. 평평한 대지에 개당 2톤이 넘는 석재로 지어져 정확히 동서남북 네 방향을 가리키는 정사각뿔, 그 웅장한 모습은 수천년이 지난 현재도 알 수 없는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어떤 사람들은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를 외계인이 만들었다고 주장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인류가 터득한 공학적 결과물이었다. 당시 고대기술자들은 열악한 조건에서 설계와 실패를 반복했으며 그 결과 만들어진 피라미드를 현대인들이 보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를 비롯한 교통수단의 원형이 된 수레바퀴 역시 결코 단순히 발명된 것은 아니며 수많은 실패와 도전으로 만들어진 공학적 걸작이다.
살과 테, 축과 연결하는 통으로 구성된 단순하게 보이는 바퀴 하나 역시 사용자입장에서 가장 쓰기 좋은 바퀴들이 우선적으로 주문됐고 점차 표준형 바퀴가 제작됐다. 저자는 기술의 역사가 인간의 필요와 편리를 추구하는 수요에 맞게 개량한 다수의 장인들의 노력을 통한 결과이며 적자생존의 원리에 의해 보다 발전된 기술이 후대로 전수돼왔다고 강조한다.
특히 샤르트르성당, 다빈치의 3차원도면, 도르래의 원리에서 자동차 조립라인과 마천루, 보잉777비행기, 로켓과 같은 흥미로운 사례를 통해 공학의 본질에 접근하려는 독자들을 친절하게 안내한다. 작동원리를 몰라도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각종 문명의 이기들이 창조되는 과정과 에피소드들을 읽으면서 미래 인류문명의 발전을 추론할 수 있게 된다. 공학에 의해 가능해진 물질적 풍요를 걷어내 보면 그 뿌리는 산업혁명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매혹적인 세계이다.
새로운 기술을 창안하고 어떤 일이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 어쩌면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공학에도 한계는 분명히 있다. 저자는 공학으로 탐욕과 편협한 마음, 권력을 휘두르려는 욕심까지 극복할 수 없다며 기술의 진보가 가져오는 가능성에 맞는 사회적 가치에 따른 선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특히 이 책이 공학과 과학,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파악하는 척도가 되기를 바라는 저자의 결론이 독자들에 올바르게 전달됐으면 하고 바란다. 엘머 루이스 지음, 김은영 옮김, 생각의나무, 1만7,000원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