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4만 베이비부머 '총체적 난국'

정수현 / 기사승인 : 2012-07-12 15:4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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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 교육·결혼에 '노후준비' 엄두도 못내

1955년에서 1963년 사이에 출생한 ‘베이비 부머’가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그들에 대한 관심이 집중 조명되고 있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은퇴’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라 정부도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일 이명박 태통령 주재로 비상경제대책회의를 열고 노후생활지원법 제정, 성공적 창업을 위한 상권정보 시스템 구축, 해외 자원봉사 활성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베이비부머 세대를 위한 새로운 기회 창출- 상생형 일자리 확대 및 사회참여 촉진방안’을 논의했다.


◇ 베이비부머, 노후 준비 안함
지난 2010년부터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한 베이비부머는 현재 총 714만명으로 추산되며 국내 인구의 14.7%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끈 현대사의 실질적 주역으로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큰 세대이다. 또, 자녀 양육과 부모 부양의 책임을 동시에 지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자 노후를 스스로 준비해야 하는 첫 세대이다.


베이비부머 세대의 노후준비율은 53.7%가 ‘준비안함’, 44.1%가 ‘어느 정도’라고 답해 퇴직세대 빈곤율이 OECD 평균 15.1% 대비 45.1%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정부는 노후준비가 미흡한 베이비부머를 위해 ‘(가칭)노후생활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 체계적으로 자립 기반을 마련하고 개인의 욕구와 경력 분석을 토대로 한 맞춤형 노후설계 설비스를 지원하는 한편, 신규 취업 창업 등 생애전환기 노후설계교육 이수를 유도하고 국민연금 실버론 신청자, 퇴직연금 담보 대출자 등 재무 위험이 높은 계층에게는 더욱 심각한 빈곤 등 위기상황에 도달하지 않도록 노후설계 교육을 사전 이수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기업은 ‘더 고용하고’, 개인은 ‘더 일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 50세 이상 근로자가 현재의 일자리에서 더 오래 일하면서 제2의 인생도 설계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청구권 제도’를 도입하고, 근로시간 단축으로 생기는 일자리에 청년 등 취약 계층 신규 인력을 채용한 사업주에게 고용지원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 현장에선 베이비부머 기피
알리안츠생명은 지난 달 26일 베이비부머 중 79%가 “자신의 은퇴 설계에 실수를 범했다”고 답한 설문조사를 밝히면서 장년층이 본격적으로 노동시장에 나서는 이유를 짐작하게 했다.


베이비부머는 은퇴설계보다 자식들의 학업과 결혼 등에 많은 돈을 투자했기 때문에 은퇴자금 부족으로 취업을 원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 산업화 과정을 거치면서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가 급격히 증가한 시대에 살고 있는 탓에 능력면에서 청년층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생각도 그들을 노동시장에 나서게 한 것으로 파악됐다.


베이비부머는 높은 교육수준과 고용률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거대집단으로 정부도 그들의 능력을 활용하고 새로운 기회 창출을 위해 ‘퇴직 대책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기업체 대부분은 장년 근로자의 활용 가능성은 공감하지만 채용은 기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의 한 장년층(55세 이상) 취업박람회장, 낡은 서류가방을 멘 은발의 장년 구직자들이 바쁘게 면접장을 오갔다.


얼마 전까지 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쳤던 김모(64)씨는 “정년퇴임을 한 뒤 다시 사회 초년생이 된 것 같다”며 “40년 정도 학교에서 일했기 때문에 새로운 분야에서 일하고 싶지만 관련 경험이 없어 기업에서 피하는 것 같다”고 힘들어했다.


송창용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연구위원이 지난해 7월 근로자 30인 이상 기업 중 약 1727개 표본기업체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기업의 약 75%는 장년 근로자의 활용 가치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실제 채용한 기업은 48.6%에 불과했다.


업종별 장년근로자 채용현황을 보면 시설관리 및 사업지원 서비스업체(68.6%)의 채용비율이 가장 높았다.


반면 상대적으로 전문 기술이 요구되는 업종에서는 채용 비율이 낮았다. 출판·영상·방송통신·정보서비스업의 경우 21.4%만이 장년근로자를 채용했다. 금융·보험업(31.0%), 전기·가스증기·수도 사업(38.1%),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38.1%), 교육서비스업(38.5%) 등도 상대적으로 채용 비율이 낮았다.


송창용 연구위원은 “단순 업무는 상대적으로 나이가 들어도 취직할 시장이 많이 형성돼 있지만 우리나라의 산업구조 자체는 숙련기술 위주의 구조가 아니라 숙련 전문기술인을 필요로하는 기업체 자체가 적다”며 “때문에 장년퇴직자가 자기 전공을 살려 취직하려면 정부와 기업체에서 시장과 산업구조 자체를 바꿔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기업체에서 이사직을 맡고 있는 김모(62)씨는 “장년 구직자를 면접했는데 대부분이 60대 이상이었다”며 “나이가 너무 많아 일을 하기 힘들 것 같고 건강도 걱정된다”고 말했다.



◇ 한국노총, 핵심은 정년연장
한국노총은 지난 5일 정부의 노후대책 마련에 대한 논평에서 ‘노후생활보장 대책의 핵심은 정년연장’이라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정부가 늦었지만 이제라도 베이비붐 세대의 노후에 대해 대책을 마련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번 정부대책은 이것저것 여러 가지 발표는 했지만 근본적 대책 면에서는 미흡한 것이 많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국노총에 따르면 노후생활 보장 대책의 핵심은 ‘정년연장’으로 한국 기업(300인 이상)의 평균 정년은 57.4세다. 하지만 명예퇴직을 감안한 실제 퇴직 평균 연령은 53세다. 평균 정년이 65세인 대다수 유럽국보다 10년 이상 이른 셈이다.


한국노총이 정년을 60세로 법제화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현실에 맞추자는 것이다. 또 장기적으로는 국민연금 수급시기와 연계해 65세까지 정년퇴직 연령을 늦춰야 한다고 밝혀왔다.


한국노총은 ‘이번 정부대책에서는 60세 정년법제화라든가 하는 근본적 해법은 없고 정년퇴직 후 재고용을 하는 사업주에게 고령자 고용연장 지원금을 확대하는 정도’라며 ‘고용노동부가 도입하겠다는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도 50대에 지출이 가장 큰 점을 감안할 때 임금보전이 전제되지 않는 한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국민연금 수급시기는 자꾸 뒤로 미루면서 정년연장 문제에는 소홀히 하는 것은 베이비붐 세대를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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