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리오사와 덴마크 레고사등 다국적기업이 우월한 지위를 악용, 불공정거래행위를 저질러 100여개가 넘는 한국 중소기업들이 파산하거나 또는 위기를 맞았다.
아이시스컨텐츠는 일본 헬로키티 캐릭터를 국내인지도 1위로 만들어놨으나, 본사인 산리오사가 “계약위반 사실이 있다”는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 작년에는 부도를 맞았다. 알코사는 10여년을 연구해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 ‘레고교육시스템’을 덴마크 레고사로부터 탈취당하고 계약 갱신도 일방적으로 거절당했다. 현재 알코사는 113개까지 확대 운영중이던 가맹점 등 모든 것을 잃었다.
다국적기업의 횡포가 날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피해를 입은 60여개 기업들로 구성된 '다국적기업 피해 중소기업 모임'이 10일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다국적기업의 불법·불공정행위’에 대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 대사관에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 일방적 계약해지 횡포는 기본
최근 다국적기업과 거래관계에 있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본사의 횡포에 이기지 못해 국내 시장을 뺏기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해외 다국적기업의 위탁을 받아 영업을 해온 국내 중소기업들이 불법적·일방적인 계약해지로 피해를 보고 있다. 더욱이 중소기업들은 계약해지 후 10여 년간 노력으로 확대·운영하던 국내 시장까지 고스란히 뺏겨 막대한 피해를 입은 것은 물론 협력업체들까지도 파탄 위기에 몰렸다.
일본 캐릭터 '헬로키티'와 장난감 부품 '레고'가 대표적인 갈등 사례다. 헬로키티는 일본 캐릭터 전문기업인 산리오에서 만들어낸 상품용 캐릭터다. 의인화된 흰 아기고양기로 오른쪽 귀에 리본이나 그 외의 장신구를 달고 있는 것이 특징으로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캐릭터다.
헬로키티는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었고 여러 중소기업들이 산리오사와 계약을 맺기 위해 경쟁했다. 국내 헬로키티 시장이 커지가 본사는 산리오코리아를 만들고 한국시장을 점령하려 했다가 시장확대가 물거품이 되자 2001년 아이시스컨텐츠와 캐릭터 마스터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아이시스컨텐츠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산리오와 상품화허락계약을 한 상태로 산요사와는 합작법인이다.
한국라이선스 사업자인 아이시스컨텐츠는 산요사와 계약을 맺고, 노력 끝에 헬로키티를 지난해 캐릭터 이미지 조사 '국내 1위'로 만들었다. 아울러 아이시스컨텐츠는 헬로키티 캐릭터를 통해 국내시장 규모도 5000억~7000억원으로 성장시켰다. 여기에 국내 180개 생산업체와도 라이선스를 맺어 산리오가 시장에 진출했을 때보다 2~3배 정도 매출을 신장시켰다. 헬로키티는 아이시스컨텐츠가 시장을 키워 놓은 것과 마찬가지다.
그러나 작년 11월23일 산리오사는 ‘업무감사를 통해 아이시스컨텐츠에 계약위반사실이 있다’며 일방적인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더욱이 산리오사는 다음날인 24일 사업설명회를 통해 아이시스컨텐츠의 라이선스업체 및 제조·유통 협력업체 80여 곳과 새로운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산리오와 재계약하지 못한 아이시스컨테츠는 작년 11월 28일 부도를 맞았다. 아이시스컨텐츠와 헬로키티에 증지를 붙이고 최소 로열티인 미니엄 개런티를 계약했던 180개의 사업체도 줄파산 당했고 1000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안우진 아이시스컨텐츠 대표는 “우리는 수년간 라이선스업체, 제조·유통협력업체들과 함께 노력해 헬로키티 캐릭터의 국내인지도를 1위로 만들었으나, 산리오사의 불법·불공정한 계약해지로 모든 사업을 탈취 당했다”며 “아이시스컨텐츠는 현재 기업회생 절차를 밟고 있으며, 산리오사의 횡포로 수많은 라이선스업체와 협력업체들이 파탄 위기에 처해있다”고 호소했다.
◇ 개발프로그램 뺏기고 계약갱신 거부당하고
계약파기 외에도 다국적기업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다른 횡포도 부리고 있다. 알코사의 경우 10년간 레고를 통해 개발한 자체프로그램까지 뺏겼다.
알코는 2001년부터 레고사로부터 레고제품을 공급받아 자체 제작한 교육용 콘텐츠를 이용해 전국에 113개의 '레고교육센터'를 운영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레고사는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2008년 3억, 2009년 4억5000만원, 2010년 5억5000만원, 지난해 12억원 등 과다한 라이선스비를 요구했다.
그러다 레고사는 지난해 12월 계약만료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계약갱신을 거절한 후 한국법인인 레고코리아를 통해 알코의 가맹점과 가맹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탈취했다.
문제는 상표등록, 특허등록은 원저작권자 즉 일본 사리오나 덴마크 레고가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중소기업들은 상표에 대해 등록을 할 수가 없다. 새로운 상품을 개발해도 마찬가지다. 아이시스컨테츠나 알코사는 상품에 본사의 정품상표마크를 붙여주고 사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로열티를 받기 때문이다.
최계희 알코 대표는 "알코는 레고사의 일방적인 계약갱신 거절과 한국 법인을 이용한 교육시스템 탈취로 인해 세계 최초의 레고교육시스템 개발 및 10여 년간의 노력으로 113개까지 확대·운영하던 가맹점 등 모든 것을 잃었다"고 밝혔다.
◇ 중소기업들 "법적 보호 장치 필요"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대해 한국 중소기업이 맞설 힘은 아직까지 희박해보인다. 사실상 보호받을 만한 법적장치가 미비하기 때문이다. 아이시스컨텐츠 안우진 대표는 “우리는 너무나 억울하다. 중소기업들이 이렇게 열악한 환경에서 다국적기업의 횡포에 시달리고 있지만 법제도도 제대로 없다. 그러나 산리오와 소송을 할 것이고 꼭 이길 것이다. 그러기 위해 국회차원에서 꼭 법을 만들어서 중소기업들을 보호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민주통합당 김영환 의원은 “다국적기업들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은 보장해야겠지만 이들이 우리 기업과 시장을 침탈하는 것을 그대로 방조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국회 차원에서 관련 입법이 조속이 이뤄지고 공정거래위원회 차원에서도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산리오 "로열티 탈루 때문, 불공정거래 아냐"
한편, 산리오코리아는 “작년 감사에서 아이시스컨텐츠가 로열티 수입 중 45억원을 탈루한 점이 발견돼 계약을 해지하고 검찰에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며 “아이시스컨텐츠는 이미 2010년 업무감사에서도 10억 이상의 로열티를 탈루한 사실이 있어 시정의 기회를 부여하며 확인서를 체결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확인서에는 계약기간동안 아이시스는 서브 라이선스 계약 체결에 대한보고 및 승인 절차를 성실히 수행하지 않는 등 중대한 계약 위반 행위를 했을 경우 모든 계약의 해제 및 그 외의 어떤 조치가 취해져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며 “아이시스와 신뢰 관계가 무너져버렸고, 신뢰 회복을 모색했지만 개선될 가능성이 희박해 계약을 해지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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