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임대사업 ‘게스트하우스’ 급부상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7-20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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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ㆍ친숙한 시설 찾는 배낭여행객에 ‘인기 폭발’

한국의 숙박 문화가 아직 낯선 배낭 여행객 리사(23ㆍ여ㆍ오스트레일리아) 씨는 호텔과 모텔을 꺼린다. 자신처럼 젊은 배낭여행객들이 묵고 가기엔 부담스럽다는 것이 이유다. 리사는 “호텔과 모텔은 편리하긴 하지만, 구조 때문인지 고립된 느낌이 든다. 직원들도 너무 예의바른 모습을 보여 대하기가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타인과의 교류를 좋아하는 그는 현재 한국인이 운영하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한 게스트하우스에 머물고 있다.


이런 수백만 명의 ‘리사’들이 한국에 몰려옴에 따라 이색 숙박시설인 게스트하우스가 주목을 받고 있다. 서울 마포구청 문화체육과 관계자는 “홍대와 신촌, 합정을 중심으로 현재 70여 개 게스트하우스가 운영되고 있으며, 최근엔 일주일 당 한 개 꼴로 새로 문을 열고 이다”고 밝혔다.


마포구는 배낭여행객들이 선호하는 상업시설이 많고, 최근 홍대입구역과 인천공항을 바로 연결하는 공항철도까지 개통되자, 게스트하우스가 가장 많이 늘어나는 지역이 된 것이다.



◇ 숙박업 등록 없이 운영 가능한 ‘도시민박’
최근 게스트하우스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모텔보다 저렴하고 친근한 숙박시설을 찾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는 것과 함께 작은 방 하나에 여러 명이 숙박 가능해 민간 주택도 충분히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해 수익을 남길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정부도 게스트하우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데, 작년 12월 도입한 ‘외국인 관광 도시민박업’ 조항이 그 증거다.


원래 게스트하우스는 일반 주거지역에 허가 없이 만들면 안되는 시설이었지만, 정부가 ‘도시민박업’이라는 새로운 분류를 만들고 게스트하우스를 여기에 포함시킨 것. 주거용 주택으로도 사용하는 펜션은 ‘농어촌민박업’으로 규정돼 숙박업 등록 없이도 숙박시설로 운영할 수 있다. 주택의 연면적 제한 외에는 별다른 규제도 없다. 이런 점은 게스트하우스도 마찬가지라, 사실상 ‘도시에 차리는 펜션’인 셈이다.


게스트하우스가 급증하는 또 다른 이유는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숙박시설이 부족하기 때문.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2년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외국인 관광객은 약 1100만 명이다. 최근 4년간 외국인 관광객 증가율은 연 10%에 달한다. 올 1분기 증가율도 20%를 넘어서면서 성장세가 계속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숙박업소는 여전히 부족하다. 한국여행이 처음이라는 랄프(19ㆍ캐나다) 군은 “한국엔 숙박업소가 너무 적다. 마음에 드는 게스트하우스에서 숙박하기 위해 석 달 전에 예약해야 했다”며 쓴소리를 했다. 서울시 관광과 관계자는 “올해 서울의 호텔 객실 수요만도 4만4300실 정도가 예상되는데, 현재 공급가능한 건 70%도 채 되지 않는 2만9500여 실이 전부”라며 “게스트하우스나 유스호스텔 등 다른 숙박시설들도 상황이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적고, 관련 규제도 그다지 까다롭지 않다. 이는 현재 서울에서 게스트하우스 창업 열풍이 부는 큰 이유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최근 원룸이나 도시형주택을 지어도 분양률이 떨어져 외국인 관광객 수요를 믿고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서는 이가 많다”며 “단순 계산하면 서울지역 평균 월세가 방 한 칸에 5~60만원인데, 게스트하우스를 차리면 하루 숙박료 5만원만 받아도 월 150만원이 돼 수익이 2배 가량 남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 ‘원룸’보다 수익 높을 수 있지만… 허드렛일 등 감당해야
여창렬(42ㆍ금융인ㆍ가명) 씨는 지난 해 12월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처음 게스트하우스를 낼 때만 해도 꿈에 부풀어 있었다. 연면적 225㎡(약 68평)인 2층 단독주택을 보증금 1억원, 월세 350만원에 임차했다. 게스트하우스로 수익형 임대사업에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실히 믿었기 때문이다.


여 씨의 초기 투자비는 1억2000만원. 보증금이 1억원, 침대ㆍ소품 등의 구입에 2000만원을 투자했다. 방은 총 4개, 최대 16명이 숙박할 수 있게 꾸몄다. 6인실 두 개(침대 당 하루 숙박료 2만원)과 2인실 두 개(하루숙박료 5~6만원)으로 이루어졌다.


방이 꽉 차면 하루 숙박비는 46만원, 월 최대 1380만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 가능하다. 매달 게스트하우스 운영에 들어가는 고정비는 전기ㆍ수도ㆍ가스비 100만원, 아침식사 준비에 100만원, 월세 350만원 등 총 550만원이다. 조 씨는 한 달 만에 객실 점유율 40%를 넘겨 이 손익분기점을 달성했다.


그러나 그는 4개월 만에 여동생에게 게스트하우스를 맡기고 본업인 금융업으로 돌아갔다. 오빠에게서 게스트하우스를 인수한 동생 여수영(39ㆍ프리랜서ㆍ가명) 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일에 매달렸을 정도로 오빠의 기대가 컸는데, 기대에 비해서는 수익이 별로였다”며 “이 일 자체가 본인에게 맞지 않았던 것도 큰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오빠가 이 일을 임대사업으로만 생각했지, 청소ㆍ빨래ㆍ외국인 응대 등 자질구레한 일상사를 처리해야 한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다”며 “참고 일했지만, 큰 재미를 볼 수 없겠다는 생각에 그만두기로 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기존 직장을 포기하면서까지 이 일에 매달릴 정도의 큰 수익은 얻을 수 없었고, 하루 종일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해야 했던 탓에 찾아온 피로감이 여창렬 씨의 발목을 잡은 셈이다.


여수영 씨가 오빠에게서 넘겨받은 게스트하우스의 현재 객실 점유율은 약 70%로, 월 순이익은 3~400만원 가량이다. 침대 수를 늘려 수익성을 높이고, 직원을 채용해 업무를 부담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싶겠지만, 이용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호주 출신 배낭여행객 리사(23ㆍ여) 씨는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거 그 곳에서 숙박하고 온 이용자들이 웹 사이트에 남긴 후기들”이라며 “소형 게스트하우스를 선택하는 큰 이유는 그 특유의 친밀감 때문인데, 직원을 고용하거나 침대 수를 억지로 늘리는 등 수익성 중심으로만 운영하면 소문이 퍼져 여행객들이 찾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했다.


서교동 내 유명 게스트하우스에서 3년째 근무 중인 황채현(31) 씨도 “게스트하우스는 임대업이 아닌 생계형 서비스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주인이 갑, 세입자가 을인 일반 임대업에 비해 게스트하우스는 주인이 을, 방문객이 갑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황 씨는 “이 일을 수익형 임대사업으로 단순히 생각하고 접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대단한 착각”이라고 꼬집으며 “기본적으로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 낯선 사람 만나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업종이다. 그렇지 않으면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는 “유럽의 게스트하우스 주인들은 한국인의 인터넷 예약을 받기 위해 밤낮을 바꿔 생활할 정도로 공을 들인다. 단순히 수익형 임대사업이라는 생각으로 안일하게 사업을 시작하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 게스트하우스란
게스트하우스란 외국인 배낭 여행객이 주로 찾는 저가 숙박시설을 지칭하는 것으로, 여관 보다는 하숙집에 더 가깝다. 여관과 비교하면 방 구성이 더 다양하다는 것이 차이점. 게스트하우스에는 1인실, 2인실 외에도 공동침실(Dormitory)이 있다. 2단 침대를 갖다 놓은 공동침실에는 한 방에 최대 8~10인도 숙박 가능하다.


게스트하우스는 규모를 기준으로 크게 둘로 나뉜다. 연면적이 230㎡(69.575평) 이상인 건물을 게스트하우스로 활용하려면 호텔ㆍ여관 등 정식숙박업으로 등록해야만 한다. 이 경우 각종 세금이나 공중위생관리법상 규제가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비슷한 규모의 건물에서 할 수 있는 원룸이나 고시원 사업에 비해서는 수익성이 나을 수도 있다.


230㎡ 미만의 소규모 게스트하우스는 보통의 가정집에서도 가능하다. 본인 소유의 집이 아니라 집을 임차한 경우에도 실거주자면 도시민박업으로 신고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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