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은 올 초 은행, 보험사 등을 상대로 실시한 ‘금융권역별 감독 실태’ 감사 결과를 지난 23일 공개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서 학력을 이유로 대출 이자에 차별을 둔 시중은행이 적발됐다”고 밝혔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이 고객의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대출을 거절하거나 비싼 이자를 물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한ㆍ우리 등 대형 은행들은 이런 식으로 가산금리를 임의로 높게 정해 2009~2011년 3년간 총 1조550억원의 이자수익을 올렸다.
감사원은 “은행들은 중복되는 평가기준들을 이용해 고객들에게 가산금리를 불합리하게 높게 매긴 것”이라고 발표했다.

◇ 신한은행, 학력에 따라 대출 금리 차등
신한은행은 지난 2008년 초 대출 여부와 금리를 결정하는 심사항목에 고객의 학력을 추가했다. 석ㆍ박사 학위 보유자에겐 최고점인 54점, 고졸 이하에겐 최하인 13점을 매겨 점수에 따라 가산금리에 차등을 뒀으며, 금감원(당시 원장 김종창)도 이를 승인했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학력에 따라 금리 차별을 둔 곳은 신한은행뿐이다.
감사원 공보담당관실 관계자는 “개인별 학력 차는 직업ㆍ소득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므로 학력을 별도 항목으로 평가할 이유가 없다”며 “학력 때문에 대출이 거절되거나 더 많은 이자 부담을 초래한 사례가 있었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이 저학력 고객들에게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물림으로써 추가로 얻은 수익은 2008~2011년(해당 기간의 행장 신상훈ㆍ이백순ㆍ서진원) 기간 동안 17억원에 육박했다. 또 이 기간 신한은행에 신용대출을 신청했다 학력이 낮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례는 1만4138건에 달했다. 이 은행의 전체 신용대출 거절 건수의 31.9%에 해당한다.
금융감독원도 이런 관행을 방관 또는 유도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지난해 은행권 이자수익은 지난 2007년에 비해 20.6% 늘어났는데 금감원은 엄격한 은행 경영평가 기준을 적용해 “수익성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했고, 이에 따라 은행들의 가산금리 인상을 촉발시켰다는 것이다.
◇ 민주통합당 “학력으로 갈등 조장” 분통
민주통합당은 신한은행의 학력이 낮을수록 더 많은 이자를 부과한 것과 관련,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은행에서 대출을 하면서 공공연하게 학력차별을 하는 것은 사회갈등을 조장하는 일”이라며 “이런 차별을 받고도 부모들이 고졸 학력에 만족하겠느냐.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계가 돈벌이에 아무리 급급하더라도 사람과 학력을 차별하는 이런 일은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민주당 이언주 원내대변인도 “이제 학력에 따라 신용이 달라지는 사회가 된 모양”이라며 “국가ㆍ사회시스템의 혜택을 받고 있는 대형은행이 국민경제에 기여할 생각은 하지 않고 학력차별사회를 부추겨서야 되겠느냐”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어 “은행 등 대형 금융기관들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주길 바란다”며 “금융감독기관 등 관계당국 역시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 신한은행 “이미 폐지한 제도” 해명
신한은행은 올해 초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문제의 대출 조건을 이미 바꾼 바 있다. 서대원 신한은행 공보팀장은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신한은행과 거래 실적이 전혀 없는 사람의 경우, 신용평가가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고객들이 대출을 하려면 그 조건이 까다로워지는 것이 불가피했고, 그러다보니 ‘학력’도 고려하게 된 것이다. 거래 후 6개월간 한시적으로 반영한 것”며 “감독당국과 감사원 지적 후 지난 5월 폐지했다”고 해명했다.
서 팀장은 “‘학력’은 50여 개의 대출 조건 중 하나에 불과했을 뿐”이라며 “대출 금리를 정하는데 ‘학력’이 결정적인 요인이 되진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 김석동 금감위원장 “감사원, 금융시장 이해 부족”
은행 등 금융권에서 악재가 잇따르자, 김석동 금융감독위원장이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부실감독 책임론이 일고 있는데 대한 ‘반성’과 함께 불편한 속내도 내비쳤다. 그는 “적절한 감독과 제도정비를 통해 즉시 시정되지 못한 데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 면서도 “감사원의 지적이 금융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것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전반적인 금리산출 과정은 은행들의 자율영역으로 둬 온 만큼 가산금리에 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것은 ‘금리자유화’에 역행할 수 있다”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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