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는 조금 불편한 일일 뿐”

이준혁 / 기사승인 : 2012-07-27 10:4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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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n피플] 김유진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장

지난 2009년 10월 SBS ‘놀라운 대회 스타킹’ 135회에 출연해 당당히 스타킹을 거머쥔 실력자는 바로 김유진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장이다. 가수이자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을 맡고 있는 김유진 단장은 장애의 불편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무대에 선다. 노래와 사물놀이에서 꽹과리 등 악기를 다루는 그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이들에게 희망이 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장애인들의 예술적 재능을 개발해 그들에게 무대에서 맘껏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장애인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은 미비한 상태다. 그들에게 무대를 제공하고 예술활동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차원에서 지원이 마련돼야한다.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 아침 기자는 경기도 시흥시 정왕동에 위치한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을 찾아 김유진 단장을 만났다. 그는 밝은 목소리로 인사한 뒤 기자에게 점자명함을 건넸다.



◇ 음악으로 제2의 인생 시작
김 단장은 배움의 열의가 강해 오전에 두 시간 정도 컴퓨터 공부를 한다. 정식 앨범까지 낸 가수이기에 노래 연습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특히 저녁에는 운동을 하며 건강관리에도 신경 쓴다. 그는 장애인 골프 ‘경기도 대표선수’이기도하다. 그의 일상을 살펴보면 비장애인보다 더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단장은 시각장애1급 장애인으로서 믿어지지 않을 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고 삶에 대해 긍정적이다.


그는 20대에 전자올겐과 노래로 음악활동을 시작했었다. 그러던 중 30대 초반에 시신경위축으로 중도 실명의 아픔을 겪게 됐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몇 년 동안 칩거를 하며 세상과 담을 쌓았던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해준 것은 바로 ‘음악’이었다. 많은 것이 그의 곁을 떠나갔지만 음악은 그의 곁에 남아 있었다.


그는 1996년부터 다시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비록 장애를 가졌지만 ‘장애는 조금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으로 예술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KBS대구가요제에서 금상을 수상했으며 그런 계기로 한국장애인예술단과 인연을 맺게 됐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기성앨범 2장과 타이틀 ‘청춘열차’ 음반(2007년)을 낸 실력파 가수이다. 인터뷰 도중 기자는 노래 듣기를 부탁했고 그는 꽤 익숙한 동작으로 직접 오디오를 작동했다. 그의 노래는 흥에 겨워 사무실 분위기가 한층 밝아졌다. 그는 공연 때 본인의 곡 대신 기성곡을 위주로 노래를 한다. 그래야 관객들이 함께 즐기고 분위기도 살릴 수 있다고 했다. 개인적인 욕심이 많았다면 앨범을 계속 냈을 테지만 예술단장으로써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직접 작사한 곡을 들려주며 이곳 ‘시흥’에 대해 널리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충남 논산에서 태어난 김 단장은 서울생활을 뒤로하고 1998년 시흥시민이 됐다. 그는 시골냄새나는 정겨운 곳이라고 시흥시를 소개했다. 그는 “주위에 대부도, 오이도, 소래산 등 좋은 곳들이 너무 많다”며 “마음이 답답할 때면 자주 찾아간다. 시흥시민으로써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그는 2004년에 ‘경기도 장애극복상’을 수상했으며 2009년 9월에 개최된 전국장애인체전에서 ‘시각장애인파크골프부문 금메달’을 획득했다. 파크골프는 장애인을 위한 골프로 그렇게 비싸지 않으며 장애인일수록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별명을 묻는 기자의 말에 그는 조금 쑥쓰러운 듯 ‘공주’라고 답했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기 때문에 공주가 됐다는 설명이다. 자동차를 탈 때, 컴퓨터를 사용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많은 부분을 장애인활동보조인이 도움을 준다.


◇ 목표는 전국을 무대로 공연
김 단장은 재능 있는 장애인들을 발굴, 그들의 소질을 개발해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게 도와주고 어려운 여건과 시각의 장애를 갖고 있지만 세상의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고자 한다고 밝혔다.


재소자 위문공연 때 장애인들이 불편한 몸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보고 재소자들이 장애인예술인의 정신에 감동을 받았다고 그는 말했다. “그들과 같이 노래하고 대화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며 “가족들을 생각나 흐느끼는 이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복지관 등에서 공연할 때면 어르신들이 살며시 다가와 그동안 모아둔 용돈을 손에 쥐어주며 “열심히 살자”고 말해 가슴이 뭉클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김 단장은 “무대에 필요한 세트를 싣고 이동할 수 있는 무대이동차량을 구입해 전국을 무대로 공연을 하고 싶다”고 꿈에 대해 말했다.


일단 장애인들은 몸이 불편해서 무대에서 공연하기가 쉽지 않다. 일반인보다 무대에 설 기회가 부족한 현실에서 공연 장소가 타 지방에 잡히면 더더욱 힘든 상황에서 공연을 해야만 한다. 비장애인과 함께 공연하지만 시설이 잘 갖춰지지 않아 힘들 때가 많다는 것이다. 또 그는 “좋은 분들과 어울리면서 오래토록 문화생활을 같이 하고 싶다”며 소박한 꿈에 대해 말했다.



◇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 창단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은 지난 2000년 7월1일 창단된 이후, 교도소, 병원, 요양원, 장애인 작업장, TV방송, 지역축제 등 전국에서 공연을 펼쳤다. 예술단은 각 단체나 축제에서 초청을 받을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예술단은 3년 전부터 사물놀이팀을 구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작년에 지적장애시설 학생을 대상으로 사물놀이를 지도하기도 했다. 예술단은 장애인예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며, 국내 및 국제사회에서 장애인의 사회역량을 발휘 할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장애인복지의 증진과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


민종기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 회장은 “문화예술분야에서도 장애인예술인 및 장애인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소외받지 않도록 장애인 문화예술복지를 위해 한국장애인문화예술단이 존재하는 것”이며 “더욱 더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고 인간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며 장애인문화예술에 대한 복지향상에 매진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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