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사상 처음으로 내수시장에서 10만대 판매를 돌파한 수입차들이 무서운 기세로 국내 완성차 업계를 위협하고 있다. 24개 수입브랜드들의 총 판매량을 더한 숫자지만, 완성차 5사 중 벌써 르노삼성차와 쌍용차의 올해 1~7월 누계 판매량을 한참 앞섰다. 수입차는 7월에만 1만768대가 등록된 것으로 집계돼 5개월째 월간 1만대 판매를 넘어섰다. 르노삼성차(5006대)와 쌍용차(4164대)를 두 배 이상 앞섰고, 업계 3위인 한국GM(1만2001대)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수입차의 거센 바람은 1~7월 내수 누계 판매량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르노삼성차가 3만5654대, 쌍용차가 2만6005대 판매에 그친 반면 수입차 브랜드들은 7만3007대를 팔았다. 르노삼성차와 쌍용차 판매를 더해도 6만1659대에 불과해 수입차와 1만1348대나 차이난다. 한국GM만 8만3507대를 판매해 체면을 차렸을 뿐이다.

◇ 수입차 ‘증가’, 국산차 ‘감소’
특히 주목할 것은 수입차 판매량이 국산차와 달리 갈수록 판매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1월 9441대로 시작한 판매량이 2월(9196대)에 조금 주춤하다가 3월(1만648대)들어 1만대를 돌파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4월 1만668대에서 5월에는 월별 최고 판매량인 1만1708대를 찍은 후 6월(1만578대)로 소폭 내려갔다가 7월(1만768대)들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이대로라면 연말에는 작년에 세운 10만대를 넘어 13만대도 문제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국산차는 갈수록 실적이 급감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내수는 경기침체와 파업, 휴가철까지 겹치는 ‘3중고’ 탓에 6월보다도 12%나 감소한 12만1426대에 그치는 부진한 성적을 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4.5%나 감소한 수치다.
그나마 선전한 수출도 부진하긴 마찬가지였다. 모두 50만360대가 팔리며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증가했지만 지난 6월보다는 14.2%나 줄었다. 내수와 수출을 더한 전체 판매량도 62만1786대에 그쳤다. 이는 전월보다 12%, 작년 같은 기간보다 0.5% 하락한 수치다.
전문가들은 수입차의 파상공세가 갈수록 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올해 점유율 10%를 넘기는 것은 물론 6~7년 내에 15%까지 판매량을 늘릴 것으로 보고 있다. 내수시장 규모가 150만대에서 향후 200만대까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20만대 규모에서 많게는 연간 30만대 이상 팔리는 상황도 올수 있다는 것이다.
◇ 수입차라고 다 잘나가는 건 아냐
그러나 수입차 업체 간에도 잘 나가는 업체는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는 반면 오히려 빠른 속도로 퇴보하고 있는 업체도 있어 희비 차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수입차 돌풍을 이끄는 브랜드들은 BMW와 벤츠, 아우디, 폭스바겐, 토요타로 이들 5총사는 1~7월 누계로만 5만5379대를 합작했다. 전체 판매량의 76%가량을 점유한 것이다.
베스트셀링 모델들을 앞세워 수입차 판매 1위를 지키고 있는 BMW는 꾸준히 성장세를 이어가며 선두 자리를 고수하고 있다. 올 1~7월까지는 1만6917대를 판매해 전년 동기 대비 17.4% 늘어난 판매량을 기록, 2위 업체인 메르세데스-벤츠와 5000대 이상 차이를 벌려놨다.
벤츠는 지난 7월 작년 동기 대비 18.5% 늘어난 1804대를 판매했고, 그 뒤를 아우디와 폭스바겐이 잇고 있다. 올해 들어 유난히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아우디는 지난 7월 전년 동기 대비 31.6% 증가한 1238대를 팔았다. 토요타도 그건 지속됐던 악운을 뒤로하고 전년 동기 대비 무려 89.0% 증가한 894대를 기록했다.
그밖에 미국 빅3 중 하나인 포드도 다운사이징 엔진과 한·미 FTA를 발판 삼아 시장점유율을 무섭게 잠식하고 있으며 볼보(85.7%), 포르쉐(44.6%), 랜드로버(61.3%), 재규어(28.8%), 닛산(30.9%), 혼다(27.1%) 등이 잇따른 신차 출시와 마케팅 전략으로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의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반면 판매량이 급락하며 하락세를 거듭하는 업체들은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닛산의 고급 브랜드인 인피니티의 7월 판매량은 67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5% 감소했다. 누계로도 54.7% 떨어진 수치다. 작년 1~7월 판매량(1418대)의 절반에 겨우 턱걸이한 수준이다.
미국 빅3인 캐딜락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캐딜락은 작년 동기 대비 18.4% 줄어든 40대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7월 판매량도 전년에 비해 28.1% 급감해 한·미 FTA 효과가 무색한 수준이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수입차 판매량이 급증하고 있지만 그만큼 시장변화가 빨리 이뤄지고 있어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며 “FTA 등의 변화에 발맞춰 소비자 취향을 맞추지 못한 업체는 결국 뒤쳐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올 초에 포드와 함께 한·미 FTA로 이득을 볼 것으로 예상됐던 캐딜락은 상품개선 모델 및 신차 출시 등이 미흡해 명암이 갈렸다”며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수입차 판매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지금이 시장의 판도가 갈리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수입차의 공세가 강헤지자 국내 완성차 5사와 수입차는 8월들어 초저금리 할부에 각종 유류비 지원, 내 맘대로 할부 등 다양한 판매조건을 내세우며 ‘전쟁’에 돌입할 전망이다.
◇ “소비자 중심 전략 세워야”
한편 이와 관련해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수입차 판매가 증가하는 이유는 2~3년 전부터 중저가 브랜드가 늘어나 가격 거품이 빠진 데다 FTA로 가격인하에 날개를 달아줬기 때문”이라며 “국산차는 가격이 오르고 수입차는 내리는 소위 ‘가격 역전’ 현상이 중산층을 중심으로 수입차에 눈을 돌리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올해 수입차 점유율은 10%를 넘길 가능성이 크고 2020년이면 15%까지 갈 가능성이 높다. 대략 20만~30만대 정도 팔리는 셈인데, 현대·기아차의 대항마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수입차와 국산차가 사실상 전쟁 중인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국산 브랜드의 전략에 대해서는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이 작년부터 수입차에 대항할 수 있는 차량을 만들라고 지시했지만 아직은 먼 이야기다”며 “내수와 수출용이 다르다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하기 때문에 이를 먼저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산차의 장점인 저렴한 부품 값과 수월한 애프터서비스 등을 부각시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고 품질도 세계적 수준으로 올려놔야 한다”며 “소비자 중심의 전략을 세워야 수입차의 파상 공세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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