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년 챔피언’과 ‘무서운 신인들’ 맞붙다

유상석 / 기사승인 : 2012-08-09 17:5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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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거담제 최강자 가리기 ‘진검승부’

작년까지만 해도 진해거담제(기침ㆍ가래약) 시장은 ‘푸로스판시럽’의 독주체제가 이어졌다. 매출 400억원대를 넘나드는 푸로스판을 이길 경쟁자는 보이지 않았다.


올해는 상황이 급격히 변화했다. 올 상반기 ‘푸로스판시럽’은 시장에서 아예 모습을 감췄다. 작년 원개발사와 안국약품 간의 판매계약이 종료된 탓이다. 절대 강자가 사라진 반년간의 기간 동안, 안국약품은 자체 개발 천연물신약 ‘시네츄라시럽’을 들고 나왔고, 한화ㆍ유유제약의 움카민시럽도 푸로스판 공백을 틈타 대형 블록버스터 품목으로 입지를 다졌다.


시네츄라시럽과 움카민시럽의 신라이벌 경쟁이 펼쳐지는 가운데, ‘푸로스판’은 광동제약의 품에 안긴 채 다시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진해거담제 삼국지’가 시작된 것이다.


◇ 푸로스판과 결별한 안국… ‘시네츄라’ 출시
푸로스판의 위기는 작년 일반의약품 전환과 내용액제(시럽)에 대한 급여제한 조치가 이어지면서 시작됐다. 그동안 천연물신약으로 전문의약품의 위치를 유지해 온 푸로스판은 작년 2월 식약청 재평가 끝에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됐다.


당시 보건복지부가 일반의약품에 대한 급여 제한 조치를 확대하고 있었던 터라 푸로스판에게도 위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러다 진짜 위기가 터졌다. 작년 10월부터 같은 성분의 다른 제형이 존재하는 내용액제는 12세 이상부터 급여를 받을 수 없게 된 것이다.


푸로스판은 12세 이상 환자 매출이 약 40%에 달했기에 막대한 손실이 예상됐다. 안국약품은 그해 계약을 종료하는 결단을 내렸다.


안국은 대신 자체 개발 천연물신약 ‘시네츄라시럽’으로 푸로스판의 빈자리를 채웠다. 푸로스판의 주성분인 아이비엽과 황련이 복합된 천연물신약이었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작년 9월 발매 이후 1년이 채 안 됐지만 푸로스판의 공백을 완전히 메꿨다”고 자체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이 ‘시네츄라시럽’에 대해 “높은 안전성과 유효성을 무기로 차별화 마케팅으로 스티렌에 이은 국산 천연물신약 성공신화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


독일계 슈바베사에서 개발한 움카민시럽은 지난 2007년 국내에 들어왔다. 도입 초기에는 푸로스판에 밀려 제대로 힘을 내지 못했으나 2009년 한화제약이 유유제약과 함께 공동 마케팅을 벌이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작년에는 푸로스판의 악재가 터지면서 100억대 블록버스터로 우뚝 섰다. 푸로스판, 시네츄라시럽과 마찬가지로 펠라고니움이라는 천연물이 주성분. 한화ㆍ유유제약 측은 “생약 제제 특유의 안전성과 임상시험을 통한 타 약제 대비 효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한편 광동제약은 8월부터 진해거담제 ‘푸로스판시럽’ 공급을 재개한다고 밝혔다. 새로 국내 판매를 맡은 광동제약은 이 기간동안 시네츄라와 움카민에 빼앗긴 정상 자리를 재탈환해 푸로스판의 옛 명성을 다시 세우기 위해 힘쓰고 있다.


광동제약 관계자는 “지난 1월부터 미리 마케팅을 시작해 전체 소아과의 절반 이상을 신규 거래처로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전에 400억원까지 매출을 올린 바 있는 ‘검증된’ 제품인데다, 공급 중단 이후에도 개원가에서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기간 내 자리를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동제약 측은 출시 첫해 매출목표를 밝히는 것을 꺼려하면서도 내심 블록버스터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 ‘푸로스판’에 맞선 두 약품의 강점과 약점
푸로스판과 비교할 때 시네츄라와 움카민의 장점은 복지부의 내용액제 급여제한 조치에서 자유롭다는 것이다. 또 이전 진해거담제 시장의 노하우가 그대로 전수됐다는 것도 강점이다.


시네츄라는 푸로스판의 영광을 실현한 안국약품이 공백기 없이 자연스럽게 이어받아, 성공신화를 다시 쓰고 있다. 움카민시럽은 ‘뮤테란’을 통해 호흡기 분야에서도 강자본색을 드러낸 바 있는 한화제약이 전사적인 영업을 펼치고 있어 이번 ‘진해거담제 삼국지’에서도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업계는 두 제품 모두 천연물신약으로서의 기존 약물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시럽 제형과 거부감 없는 맛으로 주요 고객인 어린이 환자들에게도 안성맞춤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여기에 한화제약은 “움카민시럽은 원료채집부터 독일 현지의 노하우가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움카민시럽은 제네릭 홍수로 위기를 맞고 있다. 올초 움카민 제네릭은 무려 63개 품목(63개 업체)이 쏟아졌다. 아직까지는 매출선전이 뚜렷한 제네릭사는 없지만 점차 점유율을 넓혀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올 1분기 53억원의 처방액을 자랑하던 움카민시럽은 2분기 37억원으로 제네릭 유입에 따른 실적하락을 겪어야 했다.


푸로스판과 같이 재심사 결과 일반의약품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계약 종료’를 선택해야만 했던 안국약품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한화제약 측은 이를 대비해 정제 개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작년 천연물신약으로 허가받은 시네츄라는 여유로운 편이다. 4년간 자료가 보호돼 독점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푸로스판의 복귀는 두 약물 모두에게 위험요소다.


광동제약은 8월부터 푸로스판을 출시할 계획이다. 개원가에서 인지도가 높은 약물이어서 푸로스판의 재입성이 두 약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한편 광동제약의 입장에서는 푸로스판시럽이 연령제한에 묶여 12세 이상부터 보험급여가 안 돼 시네츄라, 움카민과의 삼자대결에서 불리하다는 점이 약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푸로스판이 처방경험을 중시하는 의료진의 수요가 많은 제품인 만큼 하반기 진해거담제 시장에 다크호스로 작용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 ‘푸로스판’에 대응할 두 신흥 강자의 전략은…
움카민시럽은 제네릭에 맞서 ‘우리가 원조’임을 강조하고 있다. 생약제제는 식물의 생산지와 재배조건, 추출방법에 따라 약효와 부작용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한화제약 측은 “독일 슈바베사에서 엄격한 검증을 통해 채집과 선별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타 제네릭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안국약품은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시네츄라의 입지를 넓힌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미 중국 화진제약과 870억원 규모의 수출계약을 체결한데 이어 베트남, 스페인과 수출협약을 맺었다. 또 SK케미칼에서 잔뼈가 굵은 천세영 상무를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해 시네츄라를 글로벌 약물로 키우기 위한 1단계 전략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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