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후 MBC 뉴스데스크 단독 진행으로 화려한 복귀를 한 아나운서 김주하. 여성으로 첫 뉴스 단독 진행을 맡게 된 그녀의 소식은 많은 여성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최근 우리사회 각계각층에서 부각되는 여성 리더의 성공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이기 때문이다.
현 시대에서 여성 리더의 위상과 영향력, 그리고 미래는 어떨까. 여성의 고학력화와 전문직 추구 경향이 강화되면서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여성 리더가 크게 증가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지난 7일 발표한 '여성 리더계층의 부상과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 고시 여성합격자 비율이 4~6배 상승하는 등 여성 리더계층의 진입이 활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절대적 열세에 밀렸던 정치계에도 여풍(女風)이 불어, 1990년대초 1~2%로 머물렀던 여성의원 비율 10% 증가해 2004년에는 13% 기록했다. 여성 지방의원 비율도 크게 늘어 199년 0.9%에서 지난해에는 14.5%로 껑충 뛰어올랐다.
이들은 여성의 강점을 바탕으로 교육, 급식, 성매매, 문화재 보호, 영유아 보육법, 모자보건 등 생활정치 분야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조계에는 1990년 중반 이후 여성 사법고시 합격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해, 1996년 36명(7.2%)에서 2006년 375명(37.7%)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12명의 현직 대법관에서도 2명의 여성이 활동 중이다.
행정고시 합격자 중 여성비율은 1996년 19명(9.9%)에서 2006년 104명(44.6%)로 남성과 대등한 수준을 보였으며, 국제통상과 교육행정분야에서 오히려 남성대비 우위를 차지했다.
이밖에 언론사 기자, 기업 중간간부, 학계 등 다양한 통로에서 여성 리더층이 두텁게 형성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언론계내 '여성 파워'가 두드러져 전국 11개 일간지 논설위원직 및 편집국 내 여성은 462명(18.2%)이고, 2006년 전국 일간지 수습사원 채용에서 여성이 과반수를 차지했다. 방송 3사의 편성·제작부서에 576명(28.3%), 보도부서 167명(13.5%)의 여성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경제계에서는 여성 사업자 비율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지만 기업 규모는 대부분 1인 기업으로 영세했고, 기업 내에서는 여성 리더계층이 이제 막 '주변부'를 넘어서는 초기 확산 단계로 여전히 소수에 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처럼 여성 리더가 급성장한 데는 '교육'의 힘이 크다. 학사학위 취득자 중 여성비율이 50%를 넘어섰으며, 석사학위 취득자도 여성이 절반에 육박했다. 이는 여성이 리더가 되기 위한 전문성, 자격증, 경력 등을 확보할 수 있는 통로가 마련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강우란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소수의 탁월한 여성을 의도적으로 본보기화 하는 '상징화 단계'에서 사회적으로 여성 리더계층이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실질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그렇다면 여성 리더들의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 현재 각 분야에서 여성 리더 후보층이 활발하게 형성중이고, 1990년 중반 이후 선발·육성된 리더 후보자가 향후 중견 리더로 성장해 견인차 역할을 담당하게 돼, 전반적으로 전망이 밝다.
강 연구원은 2012년이 되면 정치, 법조, 언론 및 학계의 여성 리더 비율이 2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분야별로 법조계의 경우, 판·검사 임용자중 여성비율 증가로 리더계층 형성 전망이 밝다.
2007년 사법연수원 수료자중 여성은 24.8%(242명)인 반면 예비 판·검사 임용에서 여성이 53.7%(전체 190명중 102명)을 차지하는 등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정치권에서도 여성할당제 강화, 50% 비례대표수준 유지 및 지역구 당선자 증가하면서 주요 여성 당직자 점유 비율이 높아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관리자급 여성 재직 비율이 낮은 공무원은 국가고시를 통한 유입증가, 정부의 '여성관리자 임용확대 5개년 계획'과 같은 정책 추진으로 여성도 정책 결정과 조정자 역할을 본격적으로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외교 분야도 꾸준히 외무고시 합격자가 늘어나고 있고, 2006년 최초로 총영사가 배출됐고, 2명이 대사직으로 활동하는 등 여성이 요직으로 선발되는 신호탄이 켜졌다.
반면 고시나 자격증 분야와 달리 기업내 임원 승진까지는 긴 시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대기업의 경우, 대졸 여성인력 채용이 증가하고 있어 향후 여성관리직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언론계는 현재 여성 리더 후보층이 과거 문화, 생활부 위주에서 국제, 정치, 경제, 사회등 영향력 있는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어 향후 주필, 논설주간등 주요 보직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
학계에서도 대학교수 후보군인 국내외 박사학위 취득자중 여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학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여기에 2003년부터 시작된 '교원 양성 평등화정책과 이학, 공학 등 다양한 전공분야에서 임용을 확대하는 방안도 여성교수 증가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성 리더로 거듭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상대적으로 여성 리더가 취약한 경제계의 경우, 여성의 기업경영 여건 개선, 기업내 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도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로 인해 일부 여성의 경우, 리더계층에 진입하고도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해 하차하는 경우도 많다.
대기업의 중견임원으로 있는 한 여성은 "컨설팅 업무의 특성상 고객사의 최고경영진을 주로 접하는데 여성이라는 편견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관계를 형성하는 데 꽤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사회생활과 전통적인 역할 모두에 대해 거는 기대가 높다"며 "퇴근 후 '한잔 문화'가 있는 한국에서 여성은 인맥 구축이 어렵고 비공식 정보가 부족해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능력과 의욕을 갖췄음에도 일과 생활을 병행하지 못해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여성 리더의 원활한 정착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강 연구원은 "여성 리더가 확대되는 흐름에 발맞춰 사회·문화적 관행과 고정관념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면서 "여전히 우리사회에는 '리더계층이 속한 여성이 소수고, 상징적 역할만 수행한다'고 여기는 관성이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지난 22일에 열린 '여성 리더십 세미나'에 참석한 윤송이 SK텔레콤 상무는 "여성이 어디까지 올라갈 수 있겠는가 하는 식의 여성 리더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있는데, 구성원들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며
"리더가 여성이냐 남성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의 성장과 조직의 임무 달성에 자신이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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