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송현섭 기자] 통상 계절적 수요증가에 대한 요인에도 불구, 국제유가 하락세가 이어져 두바이산 기준 배럴당 60달러대를 나타내고 있다. 근본적으로는 셰일오일·셰일가스 등 대체 에너지원의 등장과 더불어 OECD(석유수출국기구)의 원유 생산량 감축합의가 불발돼 업종별 명암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당장 연료비 절감효과로 항공·해운 등 물류업계에선 표정관리에 들어갔지만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정유업계는 올 연말 유난히 추운 겨울을 맞게 될 전망이다. - <편집자 주>
최근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저유가 기조가 정착된 가운데 산업계의 명암이 교차되면서 주목되고 있다. 특히 연료비 절감효과로 인해 항공업계의 경영수지가 연내 흑자기조로 전환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상황이다.

반면 정유업계는 저유가의 직격탄을 맞아 조만간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재고평가손실 규모가 늘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됐다. 조선업계 역시 글로벌 오일 메이저 회사들을 중심으로 석유시추선을 비롯한 해양플랜트 발주량이 급감해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특히 연일 이어지는 국제유가 하락세는 OPEC가 감산합의 도출에 실패한데 따른 영향으로 당분간 저유가 기조가 계속될 수 있는 여지를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5일 기준 뉴욕상업거래소 WTI(서부텍사스산원유)가격이 65.84달러를 기록, 1개월 전인 78.68달러에 비해 약 16.31%가 급락하며 2009년 7월이후 최저수준을 보였다.
같은 날 런던 ICE선물시장 북해산브렌트유 역시 69.07달러로 1개월 전인 82.95달러에 비해 16.73% 하락하며 2009년 10월이래 최저치를 기록했다. 결국 국제유가가 한 달새 15%이상 급락하자 예상치 못한 외부 악재로 인한 희비가 산업계의 연말연시 풍경을 바꾸고 있다.
◇ 항공업계, 하반기 실적 개선효과 뚜렷
우선 항공·해운업계는 뚜렷한 실적 개선효과를 누리고 있는데 올 3분기 대한항공이 순수하게 유가 하락으로 1000억원에 가까운 유류비를 절감한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항공은 또 원가 산정시점 등을 반영하면 올 4분기이후 본격적인 실적 개선효과가 구체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증권가 일각에선 조심스럽게 흑자 전환까지 예상하고 있기도 하다.
통상 선박 운영비의 20% 가량을 유류비로 사용하는 해운업계 역시 유가 하락으로 그동안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을 개선시킬 수 있는 호기를 맞고 있다. 실제로 한진해운은 올 3분기 15분기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는데 가장 큰 요인은 단연 유가 하락으로 인한 원가 절감효과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매년 평균 국제유가가 전년대비 10% 떨어질 경우 한진해운의 영업비용은 1300억원이나 감소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 정유업계, 60달러선 붕괴시 '구조조정'
이에 반해 정유업계에선 당장 예측조차 불가능한 유가전망 때문에 사업계획 수립은 고사하고 당장 재고평가손실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더욱이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은 올 연말 송년회까지 취소하고 급격한 하락세를 연출하고 있는 국제유가 시황만 모니터링하면서 사실상 비상 경영체제를 가동하고 있는 처지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올 하반기 때만 하더라도 두바이산 원유를 기준으로 배럴당 80달러 안팎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전망했다"며 "사업계획 역시 이 같은 전망치에 기초해 수립했으나 연일 계속되는 유가 하락으로 곤혹스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60달러 수준인 유가가 내년에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 쉽게 전망치를 내놓기 어렵다"며 "국내 4개 정유사 모두 대응책 마련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히 정유업계에선 내년에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해 심리적 지지선인 배럴당 60달러선이 붕괴될 경우 사업의 정상적 수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다는 위기마저 감돌고 있다. 이는 결국 각 사별로 전면적인 사업계획 재조정 또는 사업구조 및 인력 구조조정에 착수할 수밖에 없는 긴급한 국면이 전개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 정제마진 축소·재고손실 '눈덩이'
이를 반증하듯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업체 4개사는 이미 올 3분기 누적기준 저유가에 따른 정제마진 축소, 재고손실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업계 전체적으로 정유사업 부문에서만 총 971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영업이익률 역시 같은 기간 -1.1%를 나타내며 최악의 상황에 직면해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정유산업은 대규모 장치산업인 만큼 충분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정유설비와 R&D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면서 "현재로선 회사별로 투자재원 마련이 쉽지 않은 처지"라고 설명했다.
참고로 앞서 국제유가가 20% 하락했던 지난 2002년 상반기 당시 정유업계는 재고평가손실이 누적되면서 4200억원에 육박하는 영업손실을 낸 바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엔 유가 하락폭이 가파르고 내년에도 이 같은 급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정유업계 전체적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재고평가손실로 인해 경영난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수입선 다변화불구 근본대책 안돼
게다가 중국과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원유 정제설비가 최근 2∼3년새 신·증설되며 동남아와 신흥국들에 대한 수출실적이 둔화되고, 공급확대에 따른 마진 하락 등의 파장이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여름철 비수기와 성수기인 겨울철 원유가격이 2배이상 차이가 나는데 올해 처음으로 이 같은 가격변동 패턴이 파괴됐다면서 최악의 위기를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정유업계의 정제능력은 세계 6위로 최근 3년동안 매년 500억달러를 넘는 석유제품 수출실적을 올려왔으나, 저유가로 올 4분기 실적 및 내년 경영성적에 빨간 불이 켜졌다. 다만 국내 정유업계 4개사는 현재 80%에 달하는 두바이산 원유 의존도를 낮춰 러시아나 중남미 등 공급처를 다변화해 비용 절감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경주할 것으로 보여 향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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