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사망

임성준 / 기사승인 : 2013-03-08 11: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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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고 차베스, 암 투병 중 5일 사망

▲ 지난달 15일 쿠바 아바나에서 우고 차베스 대통령이 그의 두 딸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토요경제=임성준 기자] 베네수엘라 우고 차베스 대통령(58)이 지난 5일 사망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은 차베스 대통령이 5일 별세함으로써 14년 간의 통치를 마감했지만 그의 사회주의 정당을 확고히 다진 채 떠났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암 수술을 받은 차베스는 그 동안 전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베네수엘라 관리들은 차베스가 기관 튜브를 통해 호흡하고 있어 말을 하기가 어렵더라도 여전히 서면 등으로 통치하고 있다고 밝혔었다. 차베스 비판자들 수백 명은 지난 3일 차베스 대통령의 생존 증거를 요구하며 거리행진을 벌이기도 했다. 남미 좌파 동맹의 맏형 격인 차베스가 사망함으로써 베네수엘라 및 남미 동맹의 향후 행보에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 미 외교관 추방 직후 사망 발표
차베스의 사망으로 디오스다도 카벨로 국회의장이 대통령 대행으로써 과도정부를 이끌게 되며 재선을 주관하게 됐다. 이날 차베스의 사망 발표는 마두로가 2명의 미국 외교관들을 추방했다고 발표한 지 몇 시간 뒤에 나왔다.


그는 “2011년 처음 진단된 차베스의 암이 우리 조국의 역사적 적들의 추악한 음모로 발생했다는 것을 전혀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마두로는 그 상황을 팔레스타인 지도자 야세르 아라파트의 사망과 비슷하다면서 아라파트는 독극물에 중독됐다고 주장했다. 차베스 측근들은 미국이 2002년 그의 정권을 무너뜨리려다 실패한 쿠데타를 배후 조종했다고 주장해왔다.


마두로는 차베스가 선택한 후계자로서 차베스가 지난 12월 4차 수술을 받으려 쿠바로 떠나기 전에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게 만일 자신에게 유고가 발생할 경우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도록 역설한 이후 활발한 행보를 보여 왔다.


베네수엘라 헌법은 대통령의 유고시 신속한 대선을 실시하도록 규정돼 있으나 일부 분석가들은 마두로가 미국의 음모설을 제기한 것은 대선을 지연시키면서 자신의 통치를 강화하기 위한 구실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 4일 차베스의 상태가 새로운 호흡기 감염으로 ‘매우 미묘’하다고 발표한 바 있다.


◇ 남미 좌파 동맹 수장 누가 될까
강경한 좌파 성향을 보인 남미 좌파동맹의 맏형인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암 투병 끝에 지난 5일 사망하면서 반미를 고집하던 베네수엘라 정정과 함께 남미 좌파동맹의 앞날에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차베스 대통령은 집권 초기부터 남미 지역에 좌파 이념을 확산하면서 좌파 동맹의 수장 노릇을 자행해 왔고, 그동안 미국 등 서방 국가와 긴장감을 유지해 왔다.


차베스 정권은 14년 간의 장기 집권 기간에 미국을 제국주의로 규정하고 온갖 악의적 비난을 퍼부으면서 국제적으로 서방국과 적대 관계에 있는 이란, 쿠바와 적극 협력했고, 차베스를 롤 모델로 한 일부 좌파국가들은 그 영향으로 사회주의적 개혁들을 성실히 실행해 왔다.


지난 5일 미국 허핑턴 포스트는 최근 3선에 성공한 라파엘 코레아(50) 에콰도르 대통령이 차베스의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그는 차베스,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 3인방’으로 불린다.


남미 강경 좌파동맹 결속력 강화에 주력해 왔던 지도자 가운데 차베스가 작고했고, 쿠바의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그의 형인 피델 카스트로 형제는 모두 80대 후반으로 기력이 쇠퇴한 상황에 처해 있기 때문에 50대로 기력이 왕성한 코레아 대통령이 차베스의 빈 자리를 채우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선택이 될 것이라고 언론들은 평가했다.


코레아 대통령은 지난달 대통령 선거에서 57%의 지지율로 3선에 성공했고, 그의 대선 성공은 남미 좌파 건재를 재확인했다고 평가받았다.


코레아는 쿠데타와 정정 불안의 에콰도르에서 1968년 이래 처음으로 연임에 성공한 대통령으로, 전문가들은 지난 수 세기 에콰도르 대통령 가운데 코레아만큼 강력하고 지속적인 지도력을 소유한 대통령이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차베스가 받는 평가와 매우 흡사하다.


특히 당선된 후 코레아 대통령은 이 승리를 차베스 대통령에게 바친다고 말하며 개인 친분 이상의 감정을 드러낸 바 있다.


차베스로부터 적극적인 지지를 받아온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볼리비아 대통령도 좌파동맹 결성에 일조할 수 있지만 국내 정치적 혼란 가중으로 국내 문제에 더 신경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트 차베스’ 시대에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나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부통령 중 누가 정권을 잡더라도 좌파 블록인 ALBA의 고리도 이전보다 느슨해지는 등 세력 약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베네수엘라 야권은 지난해 10월 대선 캠페인 당시 차베스식 석유 지원 프로그램을 비판하면서 손해를 볼 것이라고 주장했다. 야권 통합 후보로 출마한 엔리케 카프릴레스 주지사는 유세 당시 “차베스가 국유 자원인 석유로 친구들을 매수하고 있다”며 “정권 교체에 성공할 경우 이 같은 프로그램을 단절하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한 바 있다.


차베스라는 구심점을 잃은 좌파동맹은 결국 힘을 잃어가고 중도 혹은 온건 좌파로 불리는 세력이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것으로 분석된다.


남미 최대의 경제국 브라질의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온건 좌파주의자로 룰라 전 대통령의 실용 노선을 고스란히 이어받고 있으며, 차베스를 개인적으로 지지해 왔지만 베네수엘라의 정책에 비판적 입장을 보여왔다.


◇ “베네수엘라 미래가 걱정”
암투병 끝에 사망한 남미의 대표적인 좌파 지도자인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사망이 남미 대륙은 물론 국제사회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차베스 대통령의 죽음이 국가적으로 큰 손실이라는 반응에서부터 베네수엘라가 그의 그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맞았다는 주장까지 각 국의 반응도 엇갈리고 있다.


반미 동맹의 중심축 역할을 해온 차베스는 반미 노선에 협조하는 대가로 좌파 정권들이 집권한 중남미 국가들에 국제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석유를 공급하며 영웅으로 추앙받기도 했지만 어떤 지도자들은 차베스가 집권했던 베네수엘라를 ‘불량국가’로 지목하기도 했다.


평소 차베스와 두터운 친분을 자랑했던 볼리비아의 에보 모랄레스 대통령은 차베스 사망 소식에 눈물을 보이며 “차베스는 우리 마음 속에 여전히 살아 있다”라고 말했다. 모랄레스는 5일 TV로 중계된 연설에서 “차베스는 해방을 위해 투쟁한 모든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것”이라며 “차베스는 세계 모든 지역에서 그리고 모든 사회 분야에서 영향을 남길 것으로 생각한다. 우고 차베스는 항상 우리를 이끌며 동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차베스 재임 기간 베네수엘라의 석유 자원에 의존했던 쿠바는 핵심 동맹국의 지도자가 사망한 것이 쿠바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을 우려했다. 쿠바 아바나에 거주하는 마이테 시에라(72)는 “타격을 받은 느낌이다”며 “앞으로 우리의 앞날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차베스의 집권 기간 동안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긴장된 관계를 형성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5일 발표한 성명에서 “미국은 베네수엘라 국민 및 베네수엘라 정부와 생산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가 역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가운데 미국은 민주주의 원칙, 법의 지배, 인권 존중 등을 증진하는 정책을 계속 지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중식당에서 베네수엘라인 한 명은 차베스의 사망 소식에 환호를 보내기도 했으나 대부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후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나타난 재미 베네수엘라인들의 등장으로 식당 분위기는 환호성과 기쁨의 눈물이 교차했다.


베네수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도랄의 엘 아레파조 식당에 베네수엘라 국기를 들고 등장한 프란시스코 고메스(18)는 “우리 모두 여기에 모여 환호하고 있지만 베네수엘라 미래가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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