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염유창 기자] 운전자 및 탑승자를 지켜 줄 자동차 에어백이 제때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운전자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3년간 에어백 관련 불만 사례 중 ‘에어백 미작동’은 무려 78.6%에 달했다. 더 큰 문제는 사고 후 90.1%가 자동차 회사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단 한 건도 ‘문제가 있다’는 답변을 듣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 “에어백 안 터져 깜짝 놀라”
박민영(가명·29)씨는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손발이 떨린다. 그녀는 지난 2012년 가을 도로 위에 있는 고양이를 피하려다 가로수를 들이받았다. 안전벨트를 하고 있어 큰 사고는 면했지만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이마 15바늘을 꿰매야 했다. 그녀는 “당연히 에어백이 터질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터지지 않아 정말 많이 놀랐다”며 “후에 자동차회사에 문제점을 얘기했지만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자동차 에어백 미작동으로 인한 소비자 불만이 많은 것으로 지난 7일 나타났다.
지난 3년간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에어백 관련 불만사례는 669건으로 그중 ‘차량 충돌 시 에어백 미작동’이 78.6%(52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에어백 자동작동’ 5.8%(39건), ‘에어백 경고등 점등’ 5.8%(39건), 기타 9.7%(65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지난 201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년간 접수된 228건 중 104건을 심층 분석한 결과, 에어백이 미작동된 91건의 차량 연식은 2010년 20.9%(19건)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으로는 2011년 19.8%(18건), 2008년 12.1%(11건) 이었다.
에어백 미작동 차량의 주행거리는 ‘2만km 미만’이 25.3%(23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2만km~4만km 미만’이 20.9%(19건), ‘10만km 이상’이 18.7%(17건)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가 주장하는 에어백 미작동 차량의 충돌 사고 당시 속도는 ‘60~80㎞/h’이 39.6%(36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40~60㎞/h’이 24.2%(22건) ‘80㎞/h이상’ 이 23.1%(21건)를 차지했다.
차량 충돌 시 충돌 대상은 ‘차량’이 53.8%(49건)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공사표지판·전봇대 등 ‘기타’가 19.8%(18건), ‘가드레일’이 12.1%(11건)의 순으로 나타나 차량에 의한 충돌사고가 가장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고 후 상해 정도는 ‘전치 5주 이상’이 26.4%(24건)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전치 2주 이하’ 18.7%(17건)가 많았다. 전치 5주 이상 사례자의 경우 장애 6급 진단, 전신마비 등도 있었다.
사고 후 차량은 ‘폐차’되는 경우가 38.5%(35건)로 가장 많았다. 수리비도 ‘400만 원 이상’ 35.2%(32건), ‘300~400만원 미만’ 12.1%(11건)의 순으로 나타나 차량 파손 상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보였다.
◇ “에어백 성능 검증할 제도적 장치 없어”
사고를 당한 소비자의 90.1%가 사고 후 제작사에 문제 제기를 했지만 단 한 건도 ‘문제있다’는 답변을 듣지 못했다.
이에 대해 윤경천 소비자원 소비자안전국 생활안전팀장은 “에어백은 차량에 부착된 센서가 제작사에서 정한 충격량 등 전개 조건이 만족됐을 때 작동된다”며 “현재는 제작사가 정한 에어백 성능을 검증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어 이에 대한 검증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에어백과 관련된 법규는 없는 실정이다. 다만 승객 보호와 관련해 ‘자동차 안전기준에 관한 규칙’ 제102조(충돌시의 승객보호) 규정을 만족하기 위해 자동차 제작사가 자율적으로 에어백을 장착하고 있다.
윤 팀장은 “에어백은 안전벨트와 함께 인명 보호를 위한 최후의 안전 보조 장치로 미국 연방고속도로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사망 감소효과가 안전벨트는 45%, 에어백은 13%인데 비해 안전벨트와 에어백을 동시에 사용하면 50%까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지난 1987년부터 2010년까지 약 32,500명이 정면 에어백으로 인해 목숨을 건진 것으로 추정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소비자원은 탑승자 안전 강화를 위해 △제작사에서 정한 에어백 성능 검증 제도 마련 △충돌시험 방법 다각화 △중고자동차 매매 시 에어백 성능 점검 의무화를 국토해양부에 건의할 예정이다.
◇ 현대차, 지난해 에어백 문제로 美서 리콜
현대차는 지난해 SUV인 싼타페의 안전시스템 문제, 중형세단 쏘나타의 에어백 결함으로 미국에서 22만대를 리콜 했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지난해 7월 2007~2009년형 싼타페 19만9118대에서 안전시스템인 승객식별장치(OCS)에 결함이 발견돼 리콜을 실시한다고 발표했었다. 또 2012~2013년형 쏘나타 2만2512대가 커튼 에어백 결함으로 리콜됐다.
OCS는 조수석에 무게가 느껴지면 성인, 아동, 물건인지 등을 감지하는 센서다. 무게 인식을 통해 에어백 작동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면 충돌 사고 시 에어백이 과도하거나 작동하지 않을 수 있어 부상 위험을 높일 수 있다.
현대차는 130파운드 미만의 성인이 조수석에 있다 충돌사고가 일어났지만 에어백이 터지지 않아 소비자 불만을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상은 보고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 택시 승객석 에어백 장착률 1%
인천지역 내 전체 택시의 승객석 에어백 장착률이 1.00%에 불과해 안전불감증이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문병호(인천 부평 갑) 국회의원에 따르면 인천지역 내 면허대수 기준 법인 및 개인 택시 1만4352대 중 운전석에 에어백이 설치된 차량은 3037대(21.16%)인 반면 동승석에는 144대(1%)에 불과했다.
특히 법인택시의 경우 5385대 중 운전석에 설치된 에어백은 540대(10.03%)였으나 동승석에는 단 한 개의 에어백도 창작되지 않았다.
개인택시는 8967대 중 운전석에 2497대(27.85%), 동승석에는 144대(1.61%) 장착됐다.
이 같은 낮은 에어백 장착율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영업행태가 한 몫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현대차의 경우 택시용 차량으로 많이 판매되는 소나타의 경우 승객석 에어백을 아예 옵션으로도 선택할 수 없도록 해 에어백 장착 차량 구매가 불가능 하다.
또 기아차는 택시용 K-5를 판매하면서, 29만원인 운전석 에어백을 구입하기 위해서는 15인치 알로이 휠(22만원)과 안개등(5만원)을 반드시 구매하도록 해, 구매자가 실제로는 56만원을 지불해야 에어백을 장착할 수 있도록 악덕 상술을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문병호 의원은 “국민이 애용하는 택시가 탑승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이윤을 앞세워 승객과 운전자의 안전을 외면하는 행태는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지탄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기적으로 택시에 에어백 의무제를 실시하되, 중간 단계로 ‘에어백 끼워 팔기 금지, 승객석에도 에어백 기본옵션제 실시, 택시 에어백 보조금 제도 시행, 신규 택시부터 에어백 설치 의무화’ 등의 단계를 밟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과 전북지역의 법인 택시는 운전석과 승객석 모두 에어백 설치율이 0%였으며, 특히 부산은 개인택시와 법인택시를 모두 통틀어 승객석에 에어백이 설치된 차량이 단 한 대도 없는 것으로 드러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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