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초반 대형 게이트가 터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화제의 중심에 선 ‘사회지도층 성접대 파문’ 때문이다. 본래 성폭행 고발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경찰 수사와 관계자 진술을 거치면서 점점 덩치를 불리기 시작하더니, 현 정권 김학의 법무부 차관까지 연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여론을 뒤흔들 태풍으로 바뀌었다.

◇‘성폭행 고발’로 시작된 사건
사건은 지난해 11월 교육업계에 종사하는 권모(51, 여성)씨가 사업가 윤모(52, ㅈ산업개발 전 회장)씨를 성폭행 혐의로 서울 서초경찰서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권씨는 윤씨가 자신을 강원도 원주의 별장으로 유인한 뒤 약을 먹여 성폭행했고, 이후 성폭행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고 협박해 20억원과 자신의 벤츠 차량도 가져갔다고 주장했다.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지난해 말 윤씨의 강원도 별장을 압수수색해 윤씨가 소유한 총기와 일본도 등 불법 무기와 알약 등을 확보했으나 문제의 성폭행 동영상을 입수하지는 못했다.
처음 경찰은 불법 총기와 약물 소지, 불법 음란 동영상 촬영 등에 대해 강간과 공갈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증거 불충분으로 기각했다.
영장이 불발돼 더 이상 수사를 진행하기 힘들다고 판단한 경찰은 지난 2월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과 총포도검법 위반 혐의에 대해 기소의견, 강간과 공갈 혐의는 불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한편 권씨는 윤씨가 가져간 자신의 벤츠 승용차를 찾아달라고 지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탁했다. 박씨는 권씨의 차량을 찾아서 가지고 있던 중, 윤씨가 차 안에 보관하고 있던 문제의 성접대 동영상 원본 CD를 찾게 됐다. 이 때부터 성폭행 관련 고소사건으로 마무리될 뻔 했던 사건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해당 동영상에 사회 고위층 인사들이 등장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와 ‘첩보’ 수준으로 사정기관 정보라인 관계자들 사이에 퍼지기 시작했던 것.
이후 첩보는 더욱 구체화되기 시작해 윤씨가 사정기관 전·현직 고위 관계자, 대학병원장, 사업가 등을 강원도 별장으로 불러 향응을 제공하면서 성접대를 벌였다는 내용으로 번져갔다.
◇ 의혹 확산...경찰 특수수사과 내사 시작
2월 중순이 되자 의혹은 점점 커져 나갔다.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이름이 거론된 것도 이맘때 쯤이다. 성관계 장면을 찍은 동영상을 봤다는 사람의 말이 퍼지면서, 동영상에 김 차관이 등장한다는 얘기가 흘러나왔던 것. 또한 김 차관 이외에도 대학병원장과 고위공직자 등 몇 명의 이름이 거론됐다.
결국 사정기관의 입방아를 벗어나 언론에까지 알려지게 되면서 의혹은 걷잡을 수 없게 퍼졌다. 여론마저 사회지도층이 부도덕한 성접대 사건에 휘말렸다는 사실에 분노하자 경찰청은 지난 18일 사건을 특수수사과에 배당하고 본격적인 내사에 돌입했다.
경찰은 내사에 돌입하자마자 관련자들을 만나 참고인 조사를 벌이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경찰 내부에서도 수사결과를 쉽게 낙관하지 못했다. 만약 동영상이 확보되지 못하거나, 확보하더라도 성접대를 받은 인물이 누군가에 따라 사건의 성격이 너무나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경찰청 범죄정보과 관계자는 의혹이 터지기 전인 지난 2월 말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이 건은 자칫하면 여론만 들끓다 끝나버릴 수도 있다”며 “동영상에 누가 등장하는지, 소문이 돌고 있는 그 ‘고위급 인사’들이 정말 나오는지 확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만약 마땅한 인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그저 그런 ‘섹스 파티’정도의 해프닝으로 끝나버릴 수도 있다”며 치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일관된 진술 “김학의 맞다”, 동영상도 확보
강도 높은 내사를 벌인 경찰은 참고인들을 대상으로 성접대에 참가한 이들이 누구인지, 세간에 떠돌고 있는 고위인사들을 정말 강원도 별장에서 만났는지에 대해 집중 조사했다. 조사 결과 참고인들의 진술은 일관되게 “2009년 무렵 강원도 원주 별장에서 김 차관을 접대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또한 당시 상황에 대한 자세한 진술까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 동영상을 확보하기 위해서 노력을 기울였다. 경찰은 윤씨의 조카가 해당 동영상을 가지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노트북에서 2분 분량의 성관계 동영상도 확보했다.
해당 동영상은 당시 별장에서 벌어진 성관계 과정을 자세히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영상에는 남녀 한 쌍이 등장하며, 누군가의 휴대전화 동영상 녹화기능으로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의 장소는 윤씨의 강원도 별장 내 노래방 시설이 있는 방으로 보이며, 하의를 탈의한 채 셔츠와 속옷만 입고 있는 남성과 원피스로 보이는 옷 하나만을 걸치고 있는 미모의 단발머리 여성이 나온다. 노래를 부르고 있던 남자가 옆으로 돌아서 여성과 관계를 맺는 장면이 고스란히 녹화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영상 속 인물들의 거리낌없는 행동으로 봐서 두 사람은 촬영 여부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영상 속 인물들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주로 옆모습만 나오는 관계로 쉽게 파악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해당 동영상은 극히 일부일 것으로 판단하고 ‘원본’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자에게 “(해당 동영상이)컴퓨터 화면에 재생시켜 놓고 휴대전화로 다시 녹화한 것”이라며 “상당히 화질이 좋지 않아 일반인이 보면 누구인지 잘 알아보기 힘들다. 분석 작업을 거쳐야 누구인지 윤곽이 잡힐 것”이라 밝혔다.
◇ ‘의혹’에서 ‘대형 게이트’로...김학의 결국 사퇴
관련자들의 일관된 진술과 동영상을 확보한 경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하게 됐다. 먼저 성접대 당사자로 지목된 윤 전 ㅈ산업개발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경찰에 보내며 김 차관의 실명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당시 성접대 상황을 자세히 진술한 피해 여성의 진술조서도 첨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으로는 동영상 ‘풀 버전’을 확보하기 위해 윤 씨의 조카를 소환조사하고 노트북컴퓨터를 제출받았으며, 동영상을 보관해뒀다는 인터넷 저장공간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의 수사상황이 급물살을 타게 되자 언론에서도 비로소 김 차관의 실명을 거론하게 됐다. 20일 종합편성채널 ‘채널A’는 ‘김학의 신임 법무부 차관이 사회지도층 성접대에 연루됐다’고 보도했다. 이어 다수의 매체에서 김 차관을 거론하며 당시 피해자들의 진술내용에서 김 차관의 이름이 언급됐다고 알렸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대형 게이트’로 번지게 됐다.
결국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된 김 차관은 21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 김 차관은 ‘사퇴의 변’을 통해 “모든 것이 사실이 아니지만 저의 이름과 관직이 불미스럽게 거론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저에게 부과된 막중한 책임을 수행할 수 없음을 통감한다”며 “더 이상 새 정부에 누가 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직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확인되지도 않은 언론 보도로 인해 개인의 인격과 가정의 평화가 심각하게 침해되는 일이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고 밝히며 “이제 자연인으로 돌아가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 덧붙였다.
◇ 김 차관 임명한 청와대는?
김학의 차관이 성접대에 연루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는 발칵 뒤집혔다. 가뜩이나 정권 초반 인사 시스템에 대한 지적이 많았는데, 이런 초유의 사태까지 발생해 당황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현재 김병관 국방장관을 비롯해 임명하지 못한 정부 인사가 허다한데 이런 일까지 생겨 앞으로의 국정운영에 큰 타격이 될 것을 우려하는 눈치다.
일단 청와대의 입장은 당분간 거리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 21일 오전 허태열 비서실장 주재의 회의에서 김 차관에 대한 내용을 다뤘고, 당분간 이에 대해 ‘노 코멘트’로 대응하기로 의견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날 기자들을 만난 청와대 관계자들은 “드릴 말씀이 없다”, “처음 듣는 이야기”라며 직접적인 답변을 피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가 이 문제에 대해서 어느 시점에 인지했는지도 중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현재 청와대가 김 차관의 의혹에 대해서 알고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지만 김 차관이 강력히 부인해 임명했다’는 설과 ‘임명 후에 알게 된 뒤 박 대통령이 대노했다’는 두 가지 설이 나오고 있다. 전자의 경우라면 ‘치명적 인사실책’이 될 것이고, 후자의 경우라 해도 ‘인사검증 시스템의 부재’라는 비판을 피해가긴 어려워 보인다. 야당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만약 김 차관이 연루된 것이 확실해진다면, ‘박근혜 식 인사’는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며 “나머지 인사에 대해서도 국민들이 모두 의심하게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멘붕’ 빠진 檢, 향후 행보는?
이번 ‘성접대 파문’으로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검찰이다. 가뜩이나 검찰총장의 장기간 공백으로 구심점을 갖추지 못한데다, 대검 중수부폐지, 검사장 축소 등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고 있는 상황에서 맞이한 대형 악재이자, 지난해부터 이어진 성추문에 검찰의 분위기는 침통 그 자체라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로스쿨 1기 출신 검사로 발령됐던 전모(31)씨는 지난해 11월 절도 피의자인 44살의 주부를 서울동부지검 청사로 소환해 조사하던 중 성관계 등을 맺는 등 부절적한 처신이 논란이 일면서 불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당시 초임 검사의 성추문 사건은 '뇌물검사', '브로커검사' 사건과 맞물려 검찰 조직 전체가 흔들렸다. 결국 흔들리는 조직을 바로잡지 못한 한상대 검찰총장이 사퇴했음에도 ‘검찰 개혁’의 필요성이 제기되며 험난한 시간을 보냈다. 그런 와중에 또 터진 ‘性 게이트’이기에 검찰이 입은 타격은 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른 한 편으로는 향후 예정된 검찰 인사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법연수원 14기인 채동욱 서울고검장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되면서 관행상 같은 기수인 김진태 대검차장과 노환균 법무연수원장의 사퇴가 불가피하고 대검고검장과 광주고검장도 대행체제여서 검찰 수뇌부에 대한 인사 폭이 넓어지게 됐다.
어떤 모양새가 되더라도 현재 검찰의 이미지가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보다 더 안좋을 수 없다’고 생각한 검찰의 이미지가 더 나빠질 것으로 보인다”며 “신임 경찰총장의 가장 중요한 임무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향후 쟁점은? 입증 못하면 ‘진실공만’만 될 수도
현재 김학의 차관이 사퇴하고, 각 언론에 건설업자의 실명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사건의 키를 쥐고 있는 것은 ‘동영상 CD’이다. 현재 주요 언론들을 통해 ‘경찰이 동영상을 입수했다’, ‘동영상을 확인했다’는 등의 보도가 나가는 상황이지만, 아직까지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김 차관이 맞다는 공식적 확인조차 되지 않은 상황이다. 다만 확실하게 경찰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참고인으로 소환된 사건 관계자들이 김 차관의 이름을 거론하며 일관된 진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여러 보도와 떠도는 소문을 종합해보면, 경찰이 ‘풀 버전’은 아니더라도 어느 정도의 동영상을 확보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그렇다면 확보한 동영상에 등장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김 차관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확보했는지 등이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찰이 확실한 물증인 김 차관의 동영상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결국 이 사건은 ‘진실공방’만 되풀이하다 여론의 관심에서 서서히 멀어질 수도 있다. 이 사건이 결국 ‘경찰과 검찰의 힘겨루기’라고 바라보는 시선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만약 이 사건이 ‘힘겨루기’라면, 김 차관이 사퇴한 것 만으로도 이미 절반 이상의 성공일 것”이라 지적하며 “진실공방이 계속되고, 재판이 진행되다 보면 화제에서 자연스레 도태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확실한 증거인)동영상의 존재가 더욱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성접대에 연루됐다고 지목된 이들은 한결같이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먼저 김 차관은 언론의 보도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된 것과 관련, “본인 사진을 화면에 게시하면서 마치 본인이 성접대와 관련이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으며, ‘사퇴의 변’을 통해 “반드시 진실을 밝혀 엄중하게 책임을 묻고 명예를 회복할 것”이라 경고했다.
또 “본인은 이와 관련해 성접대를 받거나 동영상에 찍힌 바가 없다”며 “이를 보도한 언론사에 대해서는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해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차관 외에 또 다른 성접대 인사로 지목된 전직 경찰 고위 관계자 역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고위층 성접대 관련자로 제 이름이 있다는데 있을 수 없는 음해”라며 “저는 성접대 사건과 전혀 무관하다. 명예 하나로 살아온 저의 인격에 대한 모독을 중지 바란다. 만일 제가 성접대 사건에 연루되었다면 할복자살하겠다”고 전했다.
정치권은 이번 성접대 의혹 사건에 대해 철저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새누리당 이상일 대변인은 논평에서 “고위공직자가 연루됐다고 해서 경찰이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 한다면 경찰의 위신은 추락할 것”이라며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수사에 임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성접대의 유무를 불문하고 어떤 명목으로든 건설업자의 호화별장에서 접대를 받은 고위층들의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일부 사회 지도층의 이런 행태는, 그들의 도덕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보여주는 안타까운 우리시대 지도층의 초상”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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