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제재 보험사 담합 주도 후 ‘리니언시’ 악용
리니언시 이용해 약 1000억대 과징금 탈세 효과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보험업계 1등 업체 삼성생명이 전방위로 난맥상을 드러내며 표류하고 있다. 경영상황이나 여건이 악화된 것이 아니라, 최근 보험업체 간 담합을 주도해놓고 리니언시(자진신고) 제도를 악용해 교묘히 과징금을 피해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고채만으로 고객예치금을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새로운 수익창구로 생각해 야심차게 진행했던 부동산 투자가 ‘부동산 침체기’라는 암초에 부딪힌 모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했고, 투자규모를 매해 늘리는 무리수로 자충수를 두고 있다.
수천억을 쏟아 부은 중국의 부동산 시장도 점점 악화일로다. 또 대규모 개발을 감안해 매입한 삼성동 한국감정원 부지는 삼성물산의 용산개발사업 포기로 난맥상에 빠져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건희 삼성 회장의 신임이 두텁던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의 경영능력이 도마에 올랐다.

◇보험사 간 담합 주도하고 리니언시로 빠져나가
최근 보험업계가 변액보험 수수료율을 담합한 것이 적발돼 어수선한 가운데, 삼성생명이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미꾸라지처럼 공정위 제재를 피해갔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 대한, 교보, 푸르덴셜 등 4개 생명보험사는 2001년 7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변액종신보험상품에 부과되는 최저사망보험금보증(GMDB)수수료율을 상한선인 연 0.1%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삼성, 대한, 교보, 신한, 메트라이프 등 9개 생명보험사는 200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변액연금보험에 부과되는 GMDB 및 최저연금액보증(GMAB) 수수료율 수준을 각각 연 0.05%, 연 0.5%~0.6%로 동일하게 책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삼성, 대한, 교보, 알리안츠 등 4개 생명보험사는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모든 변액보험상품에 부과되는 특별계정운용수수료율의 상한을 특별계정적립금 대비 연 1% 이내에서 부과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들 9개사는 담합에 앞서 변액보험상품이 도입되기 직전인 지난 2001년 5월부터 수수료율을 논의하기 위해 각사 실무자들로 구성된 업계 작업반을 조직하고, 업계 내 모임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합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공정위는 이처럼 담합을 한 보험사들에 대해 각각 삼성생명 73억9200만원,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71억2200만원, 교보생명 40억9500만원, 메트라이프생명 8억7400만원, 신한생명 4억500만원, 알리안츠생명 1억3400만원, 푸르덴셜생명 4900만원, ING생명 6100만원, AIA생명 10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액수로만 보면 삼성생명이 가장 많지만, 리니언시 제도를 이용해 과징금의 대부분을 피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10년 보험 예정이율과 공시이율을 담합한 혐의로 공정위 조사를 받던 중 담합을 인정하며 자진신고했다. 당시 업계에는 3000억원대의 역대 최고 과징금이 예고돼 있던 때였다.
그 결과로 1순위 자진신고자인 교보생명은 리니언시를 적용받아 과징금을 100% 면제받았고, 2순위 신고자인 삼성생명은 50%만 감경받았다. 액수가 만만치 않았는지 삼성생명은 곧바로 다른 담합에 대해 자진신고했다. 바로 변액보험 수수료율 담합건을 최초로 신고한 것이다.
삼성생명이 다른 건에 대해 자진신고한 것은 ‘20% 추가 감경’에 대한 조항 때문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담합 조사 중에 다른 담합을 자진신고하면 조사중인 사안에 대해 과징금 20%를 추가로 감경해주게 돼 있다. 즉 삼성생명은 이율 담합에 대한 건에서 50%감경을 받았으나, 이후 변액보험 담합까지 최초로 신고하면서 50%에 추가 감경 20%를 더해 총 70%의 과징금을 감면받은 것이다. 덤으로 변액보험 담합 건으로 면제받은 과징금까지 더하면 1000억 이상의 과징금을 아끼게 된 셈이다.
이런 상황이 전해지자 삼성생명이 교묘하게 제도를 악용했다는 여론이 일어나 삼성생명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담합은 자신들이 주도해놓고 제도를 악용해 자기들만 살아난 케이스”라며 “대기업 위주로 돌아가는 보험정책이나 관련 제도에 대한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10대기업 상장사중 부동산투자 압도적 1위
25일 재벌닷컴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 순위 10대 그룹 소속 92개 상장사가 보유한 `투자부동산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작년 말 장부가액 기준으로 13조 6188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 2011년 말 기록한 12조 7719억원에 비해 6.6%가 증가한 것으로, 금액으로는 8411억원이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투자목적의 토지는 2011년 말 6조 8739억원에서 지난해 7조 2589억원으로 5.6%(3850억원), 건물은 5조 8980억원에서 6조 3599억원으로 7.8%(4620억원)가 각각 증가했다.
이처럼 투자부동산 규모가 늘면서 이를 통해 벌어들인 임대수익도 지난 2011년 6916억원에서 지난해 8108억원으로 17.2%가 급증했다. 이 중 삼성생명이 소유한 부동산은 공시지가 기준으로 토지 1조 9570억원, 건물 2조 4257억원 등 총 4조 3827억원어치에 달한다. 이는 전년보다 13.3% 늘어난 규모이며, 2위인 한화생명의 2조 453억원보다 2배 이상 많은 압도적 수치다.
삼성생명이 이처럼 부동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저금리 상태가 계속되면서 투자할만한 아이템을 찾지 못하자 부동산 투자를 통해 이익을 내고자 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그룹의 경우 투자부동산의 임대수익이 2011년에 비해 10.6% 늘어났다. 10대 그룹이 보유한 투자부동산의 임대 수익률은 2011년 연 5.41%에서 작년 5.95%로 연 3% 가량인 시중금리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부동산 경기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투자금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임대 수익 때문에 제때에 처분하지 못해 소유한 부동산 자체의 가치가 하락하고 있는 것.
특히 지난 2011년 매입한 한국감정원 부지가 삼성생명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시 삼성생명은 감정원이 대구 혁신도시로 이전하게 돼 내놓은 부지 1만 988.5㎡와 연면적 1만 9564.1㎡의 건물을 2328억원에 매입했다. 낙찰가액은 3.3㎡당 7000만원 정도였다. 당초 삼성생명은 이 부지에 대규모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추진해온 용산 개발 사업이 엎어지면서 제동이 걸렸다. 사업 취소와 더불어 삼성그룹의 부동산 사업 전반에 타격을 입게 된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삼성동 부동산 개발 계획은 갈 곳을 잃게 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삼성생명은 파트너를 이룰 금융사를 찾기 힘들게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생명이)강남 요지의 땅을 개발한다고 하니 다들 한번씩 들여다보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 부동산 경기가 이렇게 좋지 않은데 금융사 입장에서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란 입장을 보였다. 또한 “최근 용산, 여의도, 상암지구 등의 개발사업이 좌초하면서 다른 개발사업을 할 동력 자체가 부족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와 삼성생명이 매입한 감정원 부지, 2호선 삼성역 일대에 대규모 컨벤션타운을 건설할 계획을 수립했지만 부동산 침체로 진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삼성생명이 자금조달에 실패한다면 부지매입비용 2328억원에 대한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이자만 한해 약 90억원 대에 이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투자한 중국 베이징 랜드마크 빌딩 사업도 최근 중국 정부의 부동산 억제정책이란 암초를 만난 상태다. 2011년 7월 삼성생명은 6500억원 정도를 투자해 중국에 부동산 개발과 임대를 담당할 자회사 ‘베이징삼성치업유한공사’를 설립해 베이징에 건설할 랜드마크 빌딩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끝모를 정도로 성장하던 중국 부동산 시장이 하락세에 접어들고, 중국정부가 양도소득세 20%부과, 모기지 규제 등 부동사 억제정책을 강하게 걸면서 투자가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삼성생명이 추진한 부동산 투자가 여기저기서 문제를 일으키자 지난해 상반기에만 부동산 가치 하락에 따른 손실충담금이 36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맨’ 박근희 사장, 리더십 ‘실종’?
부동사 시장 악화로 인한 고객예치금 손실 우려, 리니언시 제도 악용으로 인한 과징금 회피 등으로 인해 삼성생명의 대한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는 이때에 박근희 삼성생명 사장의 경영능력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박 사장은 1978년 삼성전관에 입사해 삼성그룹 비서실을 거쳐 구조조정본부 부사장과 삼성캐피탈, 삼성카드 대표이사 등 요직을 거쳤다. 전형적인 ‘삼성맨’이다.
지난 연말 삼성그룹 정기인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제외하고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박 사장이 유일했다. 당시 박 사장은 삼성생명 대표로 취임한 지 1년만에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만큼 오너의 눈에 들었다는 얘기다.
박 사장이 삼성생명을 통해 하는 역할은 삼성그룹 부동산 투자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이다. 실제로 삼성그룹 17개 계열사 전체 투자부동산 규모는 2012년 기준 5조 3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이 중 토지가 2조 435억원, 건물이 2조 8915원에 달하고 있다. 이 중에서 삼성생명이 투자부동산의 8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생명이 중국에서 추진했던 베이징 랜드마크 빌딩 사업 역시 삼성생명과 삼성물산이 9:1의 비율로 참여할 정도로 삼성생명은 그룹 내 타 계열사보다 주도적인 위치에서 부동산 사업을 지휘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삼성생명은 대표인 박 사장이 오너 일가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너가의 한 마디에 휘둘리기도 쉬운 관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박 사장은 오너인 이건희 회장, 이재용 사장의 그늘에서 자유롭지는 못할 것”이라며 “무리한 부동산 투자 역시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즉 오너의 입김 때문에 자신만의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고, 그저 손실을 메꾸기에 급급했던 것이란 평이다.
◇ 삼성생명, “전혀 문제될게 없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담합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투자부동산에 관련된 내용이 대해서는 전혀 문제가 없고, 잘못된 시각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리니언시 문제와 관련 “우리가 답변할 일이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 부분은 공정위에 알아보는 것이 맞고, 우리가 뭐라고 말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부동산 문제와 관련 최근 제기된 지적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없는 일인데, 왜 그렇게 보는지 모르겠다”며 “용산개발과 감정원 부지 개발은 전혀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또 “재벌닷컴이 밝힌 ‘투자부동산 현황’ 보고서가 무슨 근거로 만들어진 건지도 모르겠다”면서도 “우리가 보고한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다”며 당황해했다.
관계자는 또 “투자부동산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은 전년도만 비교했기 때문”이라며 “10여년간의 통계를 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고 덧붙였다.
관계자는 또 “부동산 투자 비율은 3.3%에 지나지 않는다”며 “수익도 안정적이고, 경영도 안정적으로 잘 하고 있는데 왜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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