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경제=유지만 기자] 국내 상위 9개 생명보험사들이 실적배당형 보험상품인 변액보험 가입자가 부담하는 수수료율을 담합해오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200억원 상당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으나, 자진신고(리니언시)를 이용해 업계 대형사가 과징금 폭탄과 검찰 고발을 피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각각 1,2순위로 자진신고해 과징금과 검찰고발을 모두 피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변액보험상품에 부과되는 수수료율을 담합한 9개 생명보험사들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01억4200만원을 부과하고 삼성, 대한, 교보, 신한, 메트라이프 등 5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고 21일 밝혔다.

보험사별 과징금은 삼성생명 73억9200만원, 한화생명(구 대한생명) 71억2200만원, 교보생명 40억9500만원, 메트라이프생명 8억7400만원, 신한생명 4억500만원, 알리안츠생명 1억3400만원, 푸르덴셜생명 4900만원, ING생명 6100만원, AIA생명 1000만원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삼성, 대한, 교보, 푸르덴셜 등 4개 생명보험사는 2001년 7월부터 2009년 3월까지 변액종신보험상품에 부과되는 최저사망보험금보증(GMDB)수수료율을 상한선인 연 0.1%로 책정하기로 합의했다.
또 삼성, 대한, 교보, 신한, 메트라이프 등 9개 생명보험사는 2002년 10월부터 현재까지 변액연금보험에 부과되는 GMDB 및 최저연금액보증(GMAB) 수수료율 수준을 각각 연 0.05%, 연 0.5%~0.6%로 동일하게 책정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삼성, 대한, 교보, 알리안츠 등 4개 생명보험사는 2004년 1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모든 변액보험상품에 부과되는 특별계정운용수수료율의 상한을 특별계정적립금 대비 연 1% 이내에서 부과하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이들 9개사는 담합에 앞서 변액보험상품이 도입되기 직전인 지난 2001년 5월부터 수수료율을 논의하기 위해 각사 실무자들로 구성된 업계 작업반을 조직하고, 업계 내 모임을 통해 이러한 내용을 합의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담합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온 삼성생명은 ‘리니언시’제도를 통해 공정위의 제재를 모두 감면받았다. 이번 담합에서 삼성생명은 1순위 제보자로 과징금의 100%를 면제받음과 동시에 검찰 고발도 면제됐다. 이어 교보생명은 2순위 제보자로 과징금의 50%와 검찰 고발을 면제받았다.
삼성생명 등 대형보험사가 리니언시를 이용해 과징금을 피해간 사례는 이번만이 아니다. 지난 2011년에도 공시이율과 예정이율 담합 건으로 삼성생명과 대한생명(현 한화생명), 교보생명은 수백억원의 과징금을 피하기 위해 담합 사실을 자진신고 한 바 있다.
결국 리니언시 제도가 애초부터 대형보험사에게만 유리한 제도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공정위의 담합 조사 자체가 대형사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이번 담합 과징금 전체 액수에서 대형사가 차지하는 과징금은 전체의 92%에 달한다”며 “담합을 주도한 대형사들이 리니언시로 제재를 피해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 금소연, “자발적 보상해야”
한편 사단법인 금융소비자연맹(www.kfco.org, 회장 김영선, 이하 ‘금소연’)은 보도자료를 내고 “생명보험사들이 담합으로 수조원의 부당이득을 취하고, 담합이 적발되면 자진신고해 과징금도 안내고 검찰고발도 피해가며 소비자피해는 외면하고 있다”라며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자발적으로 보상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변액보험 수수료 담합을 주도한 삼성이 제일 먼저 자진신고하여 74억 전액을 면제받고 검찰고발도 피해갔으며, 교보가 2번째로 50%인 21억원을 감면 받아 201억중 94억이 부과 면제를 받았고, 2012년 개인보험 이율담합도 과징금 3,653억중 교보, 삼성이 리니언시해 2천억이 넘는 금액을 면제 받았다”고 밝혔다.
금소연은 또 “생명보험사들이 담합으로 보험료를 부풀리거나 이자를 적게 지급하고, 수수료를 덤터기 씌워 소비자들을 속여 피해를 주고 부당이득을 챙긴 잘못이 드러나게 되도, 부당하게 취득한 이득에 턱없이 미미한 금액의 과징금만 내면 되고, 이마저도 리니언시로 빠져나가 손해가 없기 때문에 이들의 ‘불공정행위’가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라며 ”피해소비자들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면, 소비자가 낸 보험료로 김앤장과 같은 국내 최대 로펌들을 동원하여 ‘소비자권리찾기’를 무력화시키려고 하고, 법정에서는 ‘담합’을 부인하는 등 파렴치한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생보사들의 계속되는 담합으로 인한 소비자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담합은 모두검찰에 고발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하도록 하고, 소비자들에게 입힌 피해는 의무적으로 스스로 보상토록 법제화 하거나, 박근혜 정부 공약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단체소송제도를 확대하고 공정거래위의 전속고발권을 폐지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금소연 조연행 부회장은 “생보사들이 겉으로는 공익을 표방하지만 속으로는 담합과 같은 불공정행위로 소비자들로부터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은 소비자들로부터 용납받지 못할 파렴치한 행위”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소비자들에게 입힌 피해는 자발적으로 보상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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