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실험 징후에 전문가 “예전처럼 큰 영향 없을 것”
개성공단 전면 중단하자 “국내 경제 큰 피해 예상”
불안감 가중되자 대통령 나서 ‘불안심리 차단’ 주력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북한發 전쟁공포에 한 주간 전국이 들썩였다. 연일 미사일 발사를 암시하는 듯한 북한의 행동에 군 당국과 국민들은 바짝 긴장했고, 일부에서는 곧 전쟁이 날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
북쪽에서의 미사일 발사 위협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것은 비단 정치권 만이 아니다. 재계에서도 이번 상황이 국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 주시했다. 이번 상황이 예전보다 심각하기 때문에 경기에 부정적일 것이라는 의견과, 별다른 악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맞서고 있다.
◇ 핵실험 징후 감지되며 ‘불안감’ 고조
북한의 도발 가능성이 점쳐진 것은 지난 2월 12일 오전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인공지진이 감지되면서부터다. 당시 군 당국은 3차 핵실험의 위력을 6~7킬로톤(Kt) 정도인 것으로 추정했다.
북의 핵실험으로 추측된 뒤 경제 전문가들은 그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명활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국제금융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핵실험의 영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렇게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관련한 학습효과 때문에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보인다"며 "지금까지 북한 관련 이슈가 장기간 영향을 미친 적이 없었다. 오늘 주가를 봐도 크게 출렁이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봐서는 과거랑 비교했을 때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후에 전개되는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북한의 핵실험이후 국제적으로 강력한 제재가 뒤따르고 그에대해 북한이 과격하게 대응하면 한반도 지정학적 위험이 높아지면서 외환시장부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거시경제담당 연구위원도 북한의 핵실험이 전반적으로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고, 단기적 영향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실험 등의 리스크가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적은 없었다"며 "전반적으로 북한 관련 이슈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반영 되어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도 주가와 환율 등은 단기적으로 영향을 받았지만 장기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2006년 핵실험과 2010년 연평도 포격사건 등 과거 북한으로 인해 충격이 컸던 시기에는 생산과소비는 감소하지 않았고, 설비투자는 감소하는 모습이 있었지만 이내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김창배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의 핵실험이 우리나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아직까지는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에 반영이 많이 안된 것 같다"며 "여러번 하다보니 면역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 북한 리스크가 우리나라 경제에 영향을 주었을 때를 살펴봐도 그 영향이 오래는 안갔다"며 "바로 금융시장과 실물시장에서 그 영향력이 소멸된다"고 덧붙였다.
김 연구위원은 "주식시장의 경우 그 영향력이 하루, 2~3일 내로 끝났을 때도 있었다"며 "사건의 연속성이 있으면 몰라도 단발성 이벤트는 심리적으로 불안했다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 개성공단 폐쇄하며 ‘위기감’
전문가들의 ‘낙관론’은 북한이 개성공단 가동을 전면 중단시키며 뒤집히기 시작했다.
북한이 지난 8일 남북 소통과 협력의 최후 보루인 개성공단 운영을 잠정 중단키로 함에 따라 공단이 문을 닫을 경우 남북 모두에 경제적 손실이 큰 것이란 예상들이 나왔다.
개성공단에는 섬유와 기계·금속, 전기·전자 업종을 비롯한 제조업체 123개사가 입주해 북측 근로자 5만4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조업이 실제 중단될 경우 이들 기업은 연간 총생산액(지난해 기준 4억6590만 달러)을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하루 128만 달러(약 14억7000만원)씩 생산 차질을 보게 된다. 국내 하도급업체까지 포함하면 1만5000여명의 남측 근로자들이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그간 정부와 기업들이 공단 조성을 위해 투자한 비용은 1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처럼 막대한 비용과 수많은 인력이 투입된 개성공단이 만약 전면 폐쇄까지 갈 경우, 우리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올 것은 자명한 것이었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2009년 6월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공단 인프라 조성과 기업들의 직접투자액 약 1조원, 국내 모기업 부실, 협력업체 부도 등으로 모두 6조원의 피해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개성공단의 폐쇄는 비단 우리에게만 손해인 것은 아니었다. 남측에서 올라오는 유일한 ‘달러박스’였던 개성공단의 폐쇄는 북한에게도 꽤 큰 타격이 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번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으로 북측 근로자들의 임금으로 들어오는 연 9000만달러(약 1031억원) 상당의 현금을 포기해야 한다.
개성공단의 북한 노동자들은 매달 임금 명목으로 1인당 평균 134달러(약 15만원)를 받는다. 1명이 연간 1608달러(약 184만원)를 버는 셈이다.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200달러(약 137만원) 수준인 점을 감안할 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또 개성공단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5만 명이 넘는데 공단 중단으로 이들이 실업자로 전락하게 될 경우 북측은 상당한 부담을 떠안게 된다. 개성공단 노동자들이 부양하는 개성과 인근 주민 25만~30만명의 생계도 막막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조봉현 IBK기업은행 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8일 오전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개성공단을 통해 북한이 벌어들인 돈이 크다"며 "북한이 개성공단으로 경제 특구 개발을 자신감 있게 추진했던 만큼 개성공단마저 무너진다면 북한 전체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대통령 직접 나서 ‘달래기’
개성공단 중단 이후 북한의 미사일 발사 위협까지 가시화되자,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면서 국내외의 ‘불안심리’와 북한발 리스크에 따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차단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박 대통령은 11일 오전 외국인 투자기업 및 주한상공회의소 관계자들을 청와대로 불러 오찬 간담회를 가졌다.
안보위기 국면에서도 박 대통령이 외국인 투자기업인들과 만나기로 한 것은 우리나라의 투자가치가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비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뜩이나 경기회복의 모멘텀이 약한 상황에서 북한발 리스크로 외국기업들의 자금유출이나 투자취소까지 이어질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주식시장에서는 북한이 연일 도발 위협의 수위를 높여간 이후 외국인 매도세가 계속되고 우리 국채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 역시 상승세로 전환된 상황이다.
최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미국과 일본의 주한대사들을 잇달아 면담하고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이 없도록 신용평가사들을 대상으로 북한 정세 관련 설명 자료를 송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 경제부처 장·차관 외에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및 주철기 외교안보수석 등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을 동석시켰다. 이는 우리 정부의 굳건한 대북 대응 태세를 설명토록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간담회에서 박 대통령은 북한의 도발 위협에 대해 우리 정부는 철저한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으며 차분한 대응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임을 밝혔다. 대한민국은 여전히 안정적인 투자처라는 점도 강조하면서 외국기업들을 안심시켰다
박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지난 60년 동안 북한의 도발과 위협 속에서도 눈부신 경제성장과 민주주의를 이뤄 왔다"며 "현재 대한민국은 강력한 군사적 억지력을 바탕으로 미국·중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와 긴밀히 공조하면서 철저히 대비하고 있고 우리 국민들도 북한의 위협 의도를 잘 이해하고 차분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에서 보면 수십 번도 더 놀랐을 위기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최고의 능력을 발휘해 온 국민들이 모여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 온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며 "앞으로도 여러분이 안심하고 투자하고, 또 기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정적 환경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또 새 정부 경제정책의 방점이 자유무역협정(FTA) 등 대외개방과 경제민주화, 창조경제에 찍혀 있다는 점을 알리면서 적극적인 투자 확대를 당부했다.
박 대통령은 "외국인 투자 기업들도 혁신적인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국내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해서 창조경제 발전에 동참해 달라"면서 "이미 체결된 FTA를 차질 없이 이행해 갈 것이고 현재 진행 중인 FTA 협상 역시 상대국과 윈-윈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청와대는 연일 차분한 대응 기조를 강조하는 한편 언론보도에 적극적으로 해명하면서 대내적인 불안심리 차단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창중 대변인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이 지난 10일 격상됐다는 보도에 대해 "3월5일 북한 최고사령부 성명 발표 이후에 사실은 (워치콘이) 격상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난달부터) 한미정보감시자산 능력이 증강돼서 운영돼 온 것"이라며 "어제 격상된 게 아니라는 것을 참고해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당초에는 한미연합군사령부가 지난 10일 북한의 미사일 도발에 대비해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을 3단계에서 2단계로 격상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사일 도발 위협이 구체화되기 전부터 정찰자산을 증강하는 등 철저한 대비를 해 왔다는 얘기다.
아울러 김행 청와대 대변인은 전날 박 대통령이 일명 '지하벙커'라 불리는 국가위관리상황실을 방문했다는 보도에 대해 "오늘 박 대통령은 지하벙커에 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그는 "국민들은 대통령이 지하벙커에 가 있다고 사실과 다른 보도가 나오면 굉장히 불안해 한다"며 안보상황과 관련해 국민불안을 가중시키는 일이 없도록 협조를 구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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