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요경제=윤은식 기자] 세계 무기강국인 만큼 미국 내에선 총기사고로 인한 사망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한 총기 업체는 생애 첫 총이란 광고슬로건으로 어린이들에게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총을 판매하고 있는 가 하면 미 정부 당국의 총기규제법안에 맞서 전미총기협회(이하 NRA)가 대규모 연례행사를 갖는 등 정부 당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한편 미 공화당은 지난해 대선패배로 침체돼 있는 당내 분기위를 NRA연례총회 지원사격을 통해 재기의 발판으로 삼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살상 무기가 멋진 장난감 총으로 비쳐
미국의 한 총기 업체 광고 장면에는 초등학교 3학년으로 보이는 어린이가 공기권총을 겨누거나 또 다른 어린이는 반자동 소총을 넋이 잃은 듯 바라보고 있다.
사람을 살상할 수 있는 총들이 이 광고를 통해 어린이들의 눈에는 멋진 장난감으로 비춰지는 것이다.
얼마나 비참한 사건이 발생해야 총기규제가 이뤄질까?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미국에서 참극이 벌어졌다.
지난달 30일 美 켄터키 주 버크스빌에서 캐롤라인 스타크(2세, 여)가 집에서 5살 된 오빠가 쏜 총에 맞아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캐롤라인 오빠가 4살 되던 해 선물로 받은 이총은 미국의 한 총기 제조업체가 ‘어린이용 생애 첫 총’ 시리즈로 판매하고 있는 장총이다.
사고당시 이들 엄마는 청소를 하기위해 집을 비운사이 캐롤라인 오빠가 총이 장전된 것을 모르고 실수로 방아쇠를 당겨 캐롤라인이 총에 맞아 숨진 것이다.
컴벌랜드 카운티 판사는 “무척 슬프고 마을 전체도 마찬가지다, 마을이 충격에 빠져 있다”고 이 번사고의 참담 함을 전했다.
이에 따라 오바마 미 대통령이 추진하고 있는 총기 규제강화 법안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총기사고로, 힘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 총기사고 피해자·유족들 총기규제 촉구
이 같이 미국에서 어린이들의 총기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가운데 전미총기협회가 어린이들이 즐기는 총기 쇼를 벌여 비난이 일고 있다.
지난 4일 열린 전미총기협회 행사장에는 어린이들이 총을 들고 떠드는 진풍경이 펼쳐져 이 모습을 본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 참사 피해자 가족들에게 또 한번 슬픔을 안겼다.
지난해 12월 발생한 샌디훅 총기 참사사건은 한 20대 남성이 무차별 총기를 난사해 어린이 20명을 포함해 교직원 등 총 27명이 사망하고 다수의 중상자들이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아이를 잃은 헤슬린은 “총을 들고 노는 저 아이들을 보라,숨진 우리 아들과 같은 나이다”라고 착잡한 심정을 드러냈다.
그는 “전미총기협회 멤버들에 총기규제를 촉구하기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가 천진난만한 어린이들이 총을 들고 노는 모습을 봐야했다”며 “이건 옳지 않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 전미총기협회, 오바마 총기규제 법안 반대 입장표출
한편 전미총기협회 회장 짐포터가 미 상원의 총기거래 수표 조회를 확대하는 법안과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과 민주당이 우리 친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하며 “우리는 오바마가 망가뜨리려는 친구들을 도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들은 지난 대선에서 미국이 패배했다고 말하지만 선거는 그것만이 아니다”면서“개인의 총기권리를 보장한 수정헌법 2조를 뒤흔드는 두 번째 선거가 있다”며 “총기규제 움직임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행사장을 찾은 10살 난 앤드류 디츠는 “작년에 크리스마스 선물로 소총을 받았다”고 말한 뒤 “누군가 나를 공격하면 총이 나를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미총기협회는 늘어난 여성회원들을 자랑하며 총기로 무장한 여성들의 프로필과 이 여성들이 전미총기협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는 내용으로 자체 웹사이트를 새로 단장하는 등 오바마 대통령의 총기규제 정책에 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NRA 대변인 앤드류 아루라 난담은 “NRA가 사람들 요구에 호응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최근 총기를 사서 NRA에 가입하거나 사설 안전교육 수업에 등록하거나 여성 전용 사냥 단체를 조직해 참여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를 증명하듯 일부 행사 참가 업체들은 분홍색 NRA티셔츠를 판매하고 콘실드 캐리, 얼반 목시 등 가방제조회사들은 권총을 넣을 수 있도록 디자인 한 핸드백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얼반목시의 판매 여직원은 권총이 가방 속 잠금장치가 있는 주머니 안에 들어가는 것을 시연해 보였다.
◇ 미 공화당, NRA연례총회 등에 업고 재기발판
이번 NRA연례총회에는 차기 대통령 선거를 겨냥한 공화당 후보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눈에 띄었다.
수려한 외모를 가진 쿠바출신 테드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은 물론 지난해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초반 돌풍을 일으킨 샌토럼 전 상원의원, 릭페리 텍사스 주지사, 바비 진달 루지애나 주시사 등이 앞다퉈 총기소지권리를 주장했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미국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지난 4일 “코네티컷의 샌디훅 초등학교 총기난사 참사에도 불구하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강력히 추진해온 ‘총기규제법’ 수정안을 끝내 부결시키는데 앞장선 NRA의 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제스처”라고 풀이했다.
NRA는 회비를 내는 회원만 400만 명이 넘을 정도로 광대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역대 대통령 선거에서 총기소지 권리 옹호를 위한 캠페인에만 2천만~3천만 달러를 쓸 정도로 막강한 자금력을 자랑하고 있다.
NRA는 지난달 상원에서 부결된 총기규제법 수정안(맨신-투미 타협안)과 같은 법적인 규제방안이 또다시 등장하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수정안은 총기거래자에 대해 예외 없이 신원과 전과를 조회하고, 총기 전시회나 인터넷상에서의 매매까지 규제대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으나 상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표결과정에서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반대표가 나온 것으로 드러나면서 ‘NRA의 힘’을 보여준 것으로 평가됐다.
한편 공화당의 주요 정치인들은 NRA의 지원을 토대로 지난해 대선 패배로 침체해있는 공화당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은 연설을 통해 총기규제에 앞장서온 조 바이든 부통령을 향해 “그와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나란히 앉아 과연 총기범죄를 어떻게 줄일지 제대로 된 토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초선에 불과한 자신의 위상을 민주당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바이든 부통령과 견준 ‘도전적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는 총기규제법 수정안이 의회를 통과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가장 적극적으로 행동해온 정치인이었다. 이 때문에 바이든 부통령 측에서는 총기범죄의 심각성을 무시하는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라고 그를 비판해왔다.
크루즈 의원은 상원에서 부결된 수정안에 대해 “이 법안이 겨냥하는 대상은 정작 범죄자들이 아닌 일반인들 이었다”고 비난했다.
페리 주지사도 미국은 자유를 사랑하는 나라라고 아예 총기소유 권리를 주장하기도 했다. 또 NRA 로비에 앞장서온 크리스 콕스의 소개를 받고 등장한 샌토럼 전 의원은 “당신들은 전사”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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