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이통사, 배고픈 점주

유지만 / 기사승인 : 2013-05-20 09:4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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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갑의 횡포' 천태만상 고발

[토요경제=유지만 기자] 최근 ‘남양유업 막말 파문’부터 주류업체 ‘배상면주가’ 대리점주의 자살까지 ‘갑’의 횡포에 대한 실상이 알려진 가운데, 이동통신 업계에서도 소비자들과 대리점을 향한 ‘갑질’이 만연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예상된다.

이통사 판매 관행에서 부조리가 있을 것이란 예측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언젠가부터 길거리에 휴대전화 판매대리점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부조리가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근 알려지고 있는 이동통신사의 ‘꼼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중 대표적으로 신용카드 자동납부 고객을 유치해 놓고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아 정작 소비자가 할인혜택을 보지 못하거나, 이통사 차원에서 대리점 측에 행사하는 부당한 대우 등이 있다.


▲ 최근 대기업이 일선 대리점에 영업 과정에서 과도한 횡포를 부려 사회적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동통신사 역시 각종 ‘편법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한 휴대전화 판매점의 모습.
◇ ‘통신할인 특화 카드’ 유도해놓고 서비스는 ‘무소식’
박봉에 통신요금을 조금이나마 줄여보려 한 회사원 박모(32)씨는 올해 초통신비 할인 특화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그리고 당연히 신용카드 신청서에 기재돼 있는 '통신요금자동납부접수'를 선택했다.
몇 달 후 카드 명세서를 확인한 박씨는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신용카드 결제로 빠져나갔을 것으로 생각했던 통신요금이 카드 결제내역에 찍혀 있지 않았던 것이다.
카드사에 확인해보니, '이통사 정책 변경으로 자동납부서비스가 신청되지 않아 이통사에 문의해야 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간 할인혜택을 받지 못하고 계좌이체가 되고 있었다는 사실에 박씨는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카드업계와 이동통신업계 등에 따르면 이통업계 80% 이상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는 SKT와 KT는 지난 1월 중단한 자동접수대행 서비스를 재개하지 않고 있다.
이는 일반 카드뿐만 아니라 하나SK카드의 '클럽SK카드'나 KB국민카드의 'olleh 카드' 등 소비자들이 통신요금 할인을 받기 위해 많이 찾는 특화 신용카드도 예외는 아니다.
서비스가 중단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 1월. 이통사가 인상된 가맹점 수수료율에 반발하는 상황에서 급작스럽게 카드사를 통한 통신요금 카드결제 신청을 중단하면서부터다.
이통사들은 표면적인 이유로 ‘해당 서비스로 인해 고객의 민원이 증가한 것’이었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이유는 인상된 수수료에 대한 반발을 표출하는 실력행사라는 게 업계의 전반적인 분석이다.
이로 인해 이통사에 신규로 가입하는 고객은 꼭 이통사의 대리점 등을 통해서만 카드결제를 신청을 할 수 있게 돼 불편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LGU+의 경우 수수료 협상을 마무리하는 카드사마다 자동납부서비스를 재개하고 있어 현재 신한·삼성·현대카드를 통해 LGU+의 통신비 납부 신청이 가능하다.
하지만 SKT는 일부 카드사와 인상된 수수료율을 받아들이는 협상을 마무리 했음에도 해당 서비스를 재개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KT는 아직 수수료와 해당 서비스 재개 등에 대해 협상 진행하지 않고 있다.
서비스가 재개되지 않아 카드고객들이 피해를 입고 있지만 '갑'인 이통사들의 입장 변화가 있지 않는 한 카드사 임의대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것이 카드업계의 설명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고객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하고 싶지만 이같은 경우에는 카드사가 '을'인 입장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며 "이에 대한 모든 공은 이통사에 넘어가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 결제대행업체·대형마갱점 간 ‘뒷거래’ 만연
대형가맹점의 '갑질'에 카드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것은 이통사만이 아니다.
대형할인점이나 주유소, 병원 등 카드매출이 많은 대형가맹점과 VAN(결제대행업체)사 간에 이뤄지는 리베이트(뒷거래) 관행이 여전하고, 발생되는 비용은 소비자들에게 전가되고 있다.


VAN사의 경우 결제 건수별로 수수료를 받게 되기 때문에 결제 건수가 많은 대형가맹점은 VAN사의 최대 고객이다. 또한 업계 내 경쟁도 치열하기에 대형가맹점을 유치하고자 하는 VAN사에게 대형가맹점은 절대 '갑'의 위치다.
실제로 VAN사가 일일 거래건수가 많은 대형가맹점에게 포스시스템과 단말기 등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약정기간에 따라 현금 등을 지급하는 리베이트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만큼 비용이 대형가맹점의 상품에 간접적으로 추가될 수밖에 없는 상황.

카드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로 지급되는 요율만큼 VAN사의 수수료를 낮추면 카드가맹점 수수료를 충분히 인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길 것"이라며 "소비자들의 이익을 위해 하루빨리 개선돼야 하는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 차감정책·오버펀딩 등 수법 다양...처벌은 힘들어
이통사들이 횡포를 부리는 대상은 소비자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이통사들은 단말기 판매점에도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동통신사들은 판매점에 ‘차감정책’을 적용했다. 차감정책이란 가입 대수, 특정 요금제 가입, 일정기간 가입 유지 등 다양한 명목으로 벌금을 부과하는 것을 말한다. 특정 판매점에서 목표치를 세우지 못하면 판매수당에서 차감정책에 명시된 만큼 금액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돈을 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 단말기 판매점주가 밝힌 판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차감정책의 사유는 다양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해지나 정지 등이 발생하면 건당 20만원 정도 벌금을 낸다”며 “이동통신 가입 건수 역시 구간을 설정해 10건을 기준으로 부족한 건수만큼 건당 몇 만원씩의 벌금을 내야 된다”고 밝혔다.
이통사들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항변한다. 익명을 요구한 이 이통사 관계자는 “보통 회사에서 판매수당이 나갈 때는 해당 판매점이 모든 조건을 충족했다는 가정 하에 지급된다”며 “가입 실적이 변경됐을 경우 판매수당을 회수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얘기”라고 말했다.
하지만 판매점주들의 주장은 달랐다. 한 판매점주는 “최근 남양유업이 밀어내기식 영업을 한 것과 마찬가지로, 판매점에 과다한 판매실적을 할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한다.

차감정책보다 더한 횡포도 있다. 한 이통사 대리점주는 “차감보다 더 무서운 건 ‘오버펀딩’(overfunding)이다”고 말했다. 오버펀딩이란 대리점주들 사이에서 쓰이는 용어로, 고객유치를 위해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과도하게 지급하도록 만드는 영업방식을 뜻한다. 이통사 측에서 판매점에 과도한 매출목표를 설정해주면, 판매점주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현금이나 상품권 등을 사은품으로 내걸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이통사측이 지급한 판매장려금보다 더 많은 비용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데, 이 돈이 판매점주의 개인 돈으로 빠져나가게 된다는 것이다. 한 점주는 “적게는 1인당 5만원, 많게는 10만원 이상씩 부담해야 간신히 매출을 맞춘다”며 “그러다 보면 돈을 벌기는커녕 빚만 쌓이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이어서 “계속 실적이 부진하게 되면 갑작스레 대리점 계약까지 해지한다고 하니 울며 겨자먹기로 해야 될 판”이라고 말했다.

현대 이통사의 이런 영업방침에 법적으로 제재를 걸기는 어려워 보인다. 공정위가 대리점 계약해지나 수수료 미지급 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일도 있었고, 관련 헌법소원도 진행됐으나 헌재 역시 공정위의 해석에 손을 들어줬다. 이통사 측에서도 “대리점 계약 해지 등은 서로 합의하에 진행된 일이고, 판매점주들 말처럼 매출 목표를 채우라는 압박을 했다는 것도 몇몇 판매점주들이 억지를 펴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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