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 재보선의 규모가 정치권의 당초 예상보다 작아질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정계에서는 안철수 의원의 행보에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현역 의원이 의원직을 상실해 선거가 실시되는 지역이 정치권의 관측보다 대폭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계 일각에서는 10월 재보선을 기점으로 정치세력화를 가속화 할 계획이던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행보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10월 재보선, 예상보다 ‘판’ 작아져
오는 10월 국회의원 재ㆍ보선이 치러지는 지역이 당초 예상보다 적어질 전망이다.
지난 5월말 기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지역구 국회의원이 당선 무효형을 받아 2심 이상의 재판이 진행 중인 지역은 모두 15곳이다.
10월 재ㆍ보선은 올해 4월1일∼9월30일 사유가 확정되는 지역에서 열린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상고심 재판부가 3개월 이내에 선고해야 하기 때문에 6월말까지만 결과가 나오면 이번 재ㆍ보선 지역에 포함된다.
문제의 15개 지역 의원들은 새누리당 정두언(서울 서대문을), 윤진식(충북 충주), 박덕흠(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 성완종(충남 서산ㆍ태안), 심학봉(경북 구미갑), 안덕수(인천 서구ㆍ강화을), 윤영석(경남 양산), 이재영(경기 평택을), 조현룡(경남 의령ㆍ함안ㆍ합천) 의원, 민주당 배기운(전남 나주), 신장용(경기 수원을), 이상직(전북 전주완산을) 의원, 통합진보당 김선동(전남 순천ㆍ곡성) 의원, 무소속인 박주선(광주 동구), 김형태(경북 포항 남ㆍ울릉) 의원이다.
당초 정치권에선 10월 재ㆍ보선이 ‘미니총선’과 같은 규모가 될 것이라고 점쳐져 왔다. 그러나 이 관측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일부 지역에서 재ㆍ보선이 치러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영석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5일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이에 앞서 같은 당 조현룡 의원도 지난달 31일 항소심 결과 의원직을 유지하게 됐다.
정치권은 호남과 충청권 일부에서도 재판 결과 당선무효형에 못 미치는 형량이 선고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일부 지역은 재판 절차 지연으로 이번에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5일 당선무효형을 받은 무소속 현영희 의원은 비례대표여서 재ㆍ보선 규모와 관계없이 원래 소속이었던 새누리당이 한 석을 승계하게 된다.
남은 선거구의 재보선 여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 서대문을(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충북 충주(윤진식 새누리당 의원), 전남 나주ㆍ화순(배기운 민주당 의원), 전남 순천ㆍ곡성(김선동 통합진보당 의원) 등 4곳은 10월 재보선 전까지 최종 선고 결과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법조계와 정치권은 분석하고 있다.
충북 보은ㆍ옥천ㆍ영동 (박덕흠 새누리당 의원)은 공소장에 검사의 서명 날인이 없어 기소의 효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당초 10여 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선거가 치러질 것으로 예상돼 ‘미니 총선’으로 불렸던 10월 재보선이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 새누리ㆍ민주, 내심 ‘안도의 한숨’
이렇듯 재ㆍ보선 규모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자 여권은 내심 안도하는 분위기다.
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지니는 재ㆍ보선은 ‘여당의 무덤’으로 통했고, 선거 규모가 커질수록 정치적 의미가 더해졌던 게 사실이다.
새누리당 핵심 당직자는 “사법부의 판단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현재 7∼8곳에서 재ㆍ보선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면서 “아무래도 선거 규모가 줄면 여당으로서는 부담이 줄어든다”고 말했다.
내심 안도해 하는 것은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새정부 출범 첫 해여서 정권심판론 정서가 형성되기 이른데다, 저조한 당 지지율을 재ㆍ보선 때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특히 호남에서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과의 대결이 불가피한 민주당으로서는 가능한 적은 지역에서 재ㆍ보선이 치러지기 바라는 분위기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당 혁신을 통해 국민적 신뢰를 되찾은 후에나 재ㆍ보선 지역이 많이 나오는 게 좋다”고 말했다.
◇ “‘힘’ 과시해야 하는데”… 安 속내 ‘복잡’
독자세력화를 노리는 안 의원측의 속내는 다소 복잡해 보인다.
안 의원측으로서는 최대 전략지인 수도권과 호남에서는 재ㆍ보선 지역이 늘어나야 첫 시험대로서의 의미가 커지는데 실제는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재보선에 관한 안 의원의 최근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안철수 진영의 힘을 보여주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일부러 기대치를 낮추는 발언은 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안 의원은 지난 3일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내는 것은 아니다”며 “형편대로 후보를 낼 것이다. 안되는데 무리하게 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어 4일에는 “10월 재보선은 하나의 과정”이라며 “성과가 있으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없으면 원점에서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의 한 측근은 “외부 상황은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 밖의 일”이라며 “안 의원은 십고초려의 심정으로 좋은 사람을 구하는데 주력하고 있을 뿐”이라고 전했다.
출범조차 않은 ‘안철수 신당’ 지지율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호남에서 재보선이 한 곳도 치러지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정치적 위상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아졌다.
그러나 선거구가 늘어날 경우 안 의원 측이 ‘인물수혈’의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안 의원 측의 속내는 복잡하다고 볼 수 있다.
◇ 안철수 ‘독자세력’, 성공하려면…
독자세력화를 도모하려는 안철수 의원이 재보선에서 정면승부를 걸 경우 수도권과 호남 4 곳의 성적표는 민주당과의 야권 주도권 경쟁의 바로미터가 될 것이다. 여기서의 성적표가 민주당 고사(枯死)냐, 안철수-민주당 병립이냐, 안철수 세력의 후퇴냐 등 세 갈래의 길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안 의원 측이 수도권과 호남 4곳 중 당선자를 2곳 이상 배출하고 민주당이 사실상 전패에 가까운 성적을 올릴 경우 야권은 ‘안철수’ 주도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움직임은 민주당 내부에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내년 지방선거와 차기 총선을 내다보고 사실상 ‘안철수’에게 투항하려는 흐름이 강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수도권-호남 4곳에서 안 의원 쪽이 각각 1곳 정도로 나눠 가질 경우 야권은 ‘안철수-민주당 병립’ 구도가 형성돼 내년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경기-인천 3곳의 선거구에서 안철수-민주당 중 당선자를 내는 쪽에 힘의 균형추가 실릴 것이다.
그러나 안철수-민주당이 경기-인천 3곳의 선거구에서 새누리당에게 전패할 경우 양쪽 모두에게 심대한 타격을 줄 것이다. 호남에서의 성적표는 안철수-민주당의 호남민심 향배를 가르는 싸움에서 일시적으로 승리한다 하더라도 수도권 3곳의 선거결과에 따라 호남민심 또한 급격한 변곡점을 탈 것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3곳 전패의 성적표는 안철수-민주당 모두가 경쟁력에 한계를 드러낸 것으로 평가되면서 호남에서의 두 세력의 성적표는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호남은 안방에서의 경쟁력을 기준으로 대표선수를 선택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 의원 쪽이 더 큰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야권분열이란 현실적 난관 앞에 정치적 선택을 강요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 의원은 유시민 전 장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명박 정부 시절 야권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한 때 1위를 기록했던 유 전 장관이 급격하게 무너진 것은 2011년 경남 김해을 4ㆍ27재보선 패배가 계기였다. 국민참여당 간판으로 나선 이 선거에서 패배한 유 전 장관의 정치적 가능성은 사실상 종지부를 찍었다. 야권지지층 중 다수는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불과 4개월 후에 ‘안철수 현상’, ‘문재인 급부상’이란 정치적 결과를 낳았다.
◇ 경남북ㆍ충남 中 최소 1곳 승리해야
경남북과 충남 4곳의 선거결과는 안 의원의 정치적 파괴력을 측정하는 ‘가능성’의 영역으로 분류된다. 이들 지역 모두는 속칭 새누리당의 ‘나와바리’다. 그리고 민주당의 현재 역량으로는 도저히 공략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충남 서산-태안 선거는 지난 4월 재보선 당시 이완구 새누리당 의원이 완승한 충남 부여-청양 선거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총선과 대선 그리고 재보선을 거치면서 야권의 전략적 취약지점이 ‘충청’에 있었음이 거듭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다. 민주당이 지금까지 새누리당과 충청권의 강력한 결합을 깰 전략적 접근방안을 보여주지 못한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좋은 성적표를 기대하기 어려운 곳이다.
경북 포항과 구미는 새누리당의 철옹성이다. 민주당의 공략이 결코 쉽지 않은 곳이란 얘기다. 경북 포항의 경우 김형태 의원의 탈당이 변수가 될 소지는 있으나 현재까지의 흐름을 볼 때 야권진영이 파고들기란 여의치 않아 보인다.
안철수 의원의 미래 가능성은 이들 4곳에서 어떤 성적표를 내밀 것인가에 달려 있다. 야권의 절대 열세지역에서 안 의원의 ‘새정치=양당 대립구도 청산’이란 메시지에 동의하는 세력을 일정 확보해 최소한 1석 이라도 건질 경우 정치권에 ‘대파란’을 일으킬 것이다.
이는 호남에서의 ‘안철수 vs 민주당’이라는 경쟁구도를 영남에서 ‘안철수 vs 새누리당’이라는 경쟁의 틀을 만들 가능성을 제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안 의원은 ‘야권재편’보다 확장된 여야를 뛰어넘는 ‘정계개편’의 중심으로 떠오를 수 있다.
그러나 역으로 이들 4곳의 선거결과가 새누리당이 독점하거나 이 지역 여권 무소속 의원이 가져가는 결과를 빚을 경우 안 의원의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가 강화될 것이다. 그리고 ‘미래 가능성’의 영역은 향후 자신이 어느 정도 개척하느냐의 몫으로 남겨질 것이다.
안 의원은 10월 재보선을 자신의 정치적 승부처로 보고 전면적으로 나설 지 아니면 호남과 수도권 몇 곳에서만 전략적으로 승부수를 띄울 지는 예단하기 어려운 여건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10월 재보선은 그에게 정치적 고비이자 관문이 될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안 의원에게 가장 최악의 경우는 10월 재보선의 국면을 애매한 형태로 승부하는 상황이다. 자칫 ‘독자세력화’를 공공연히 표방했음에도 승부를 주저한다는 인상이 국민들이나 지지층에 내비쳐질 경우 10월 재보선은 향후 안 의원의 행보에 두고두고 발목을 잡는 지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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