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점한 지 5개월 만에 거리로…”

유상석 / 기사승인 : 2013-06-10 09:4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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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경제민주화 역행 논란...롯데월드 프리미엄쇼핑몰 상인 퇴출

△롯데월드 ‘월드 프리미엄 쇼핑몰’ 상인들이 입점 5개월 만에 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롯데의 무리한 계약해지 통보 행위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야기하고 있다.


“저희가 1년 장사하려고 1억원 씩이나 투자 했겠습니까”


서울 잠실 롯데월드 ‘월드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 상인들의 절규다.


‘갑’과 ‘을’간의 불공정 계약이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롯데백화점의 ‘갑질’이 거센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지난해 4월 입점 업체들의 인테리어 공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개장을 독촉하더니, 개점 5개월 만인 같은 해 9월에 역시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한 탓이다.


롯데백화점의 이런 태도는 ‘경제민주화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야기하고 있다.


◇ “개점한 지 5개월 만에 철수하라니…”
지난 30일 서울 중구 롯데백화점 본점 앞에 중소상인들이 모여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계약 1년 만에 내쫓기는 신세가 된 서울 잠실 롯데월드 지하 3층 ‘월드 프리미엄 쇼핑몰’ 입점 상인들이었다. 중국인 등 외국인 단체관광객을 상대로 인삼이나 화장품, 잡화 등을 판매하는 이 쇼핑몰은 지난해 초 개점했다. 이 당시만 해도 상인들은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았다. 입점 상인들의 인테리어 공사가 마무리되지도 않았는데 롯데 측은 일방적으로 개점 날짜까지 잡아가며 개장을 독촉했다. 상인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야간공사를 하며 겨우 4월10일 개점 일정을 맞췄다. 상인들은 “전(前) 매장 철거 비용과 우리 매장 인테리어 비용을 합하니 점포당 대략 4억8000만원 정도가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매장을 연 지 5개월 만인 지난해 9월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롯데월드는 리뉴얼을 이유로 “2013년 2월19일까지 매장을 비우라”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롯데월드는 계약 당시 상인들로부터 “리뉴얼 공사가 시작되면 계약해지를 할 수 있다”는 각서를 받은 상태다. 하지만 상인들은 “롯데월드 측이 2015년 3월에나 리뉴얼 공사를 하고 그때까지는 매년 계약을 갱신해준다기에 많은 비용을 감수하고 입점했다”고 말했다.


롯데월드는 계약해지를 통보하기 전 쇼핑몰 주변을 리뉴얼하며 주출입문을 막기도 했다. 상인들에게 아무런 예고도 하지 않은 채였다. 쇼핑몰 입구를 찾지 못해 발길을 돌리는 관광객들이 속출하면서 외국인 관광객 유치를 전문으로 하는 여행사들은 하나둘 거래를 끊었다.


쇼핑몰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상인들은 매장당 초기투자 비용으로 8000만~1억원의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관광객 유치 마케팅을 도맡아 10억원의 손실을 입은 상인도 있다. 이들의 피해액을 모두 합하면 30억원이 넘는다. 그러나 상인들은 임대료가 아닌 매출액의 13~15%를 롯데에 지불하는 ‘수수료 매장’이어서 재계약이 5년 동안 보장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쇼핑몰에서 화장품 매장을 운영하던 한 업주는 “인테리어 공사기간을 제외하고 제대로 영업한 것은 4~5개월에 불과하다”며 “롯데를 믿고 시작한 장사였는데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셈”이라고 말했다.


◇ 상가임대차보호법 ‘허점’ 막아야
이번 ‘롯데월드 사건’이 알려지면서, ‘수수료 매장’ 점주 등을 보호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달 28일 서울 통인동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는 건물 임대차 계약관계의 ‘을’인 상가 세입자들이 건물주인 ‘갑’의 횡포를 제도적으로 막아줄 것을 호소하는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피해사례 보고대회’가 열렸다.


이날 보고대회 자리에는 최근 건물을 매입한 유명 연예인에게서 퇴거 통보를 받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곱창집 주인을 비롯해 건물주들의 부당한 처사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세입자 5명이 참석해 피해 사례를 발표했다.


많은 상가 세입자들이 흔히 피해를 보는 사례는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으로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상가에서 쫓겨나는 경우다. 현행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은 일정액의 보증금 이하 임차인에게 최대 5년간의 계약기간을 보장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이 법이 적용되는 환산보증금 기준은 3억원 이하로, 예를 들어 보증금이 5000만원인 경우에는 월세가 250만원(월이율 1% 적용, 환산보증금 2억5000만원) 이하라야 한다.


하지만 상가 세입자들은 이런 보증금 제한 규정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최근 수년에 걸친 임대료 급등으로 현재 서울시내 상가의 4분의 1 정도만 보호 대상이 되는데다, 건물주가 상가 임대료를 올리면 현재 보호 대상인 세입자도 언제든 사각지대로 밀려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 참석한 한 상가 세입자는 “건물주의 선의에 기대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임차인들이 마음 편히 장사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서기호 진보정의당 의원은 “판사 시절에 건물명도사건을 많이 접해봤지만 법이 임차인에게 불리해 가급적이면 조정으로 마무리지으려 했다”며 “위헌법률 심판을 제청했어야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후회스럽다”고 말했다.


서 의원은는 “액수 상한선을 폐지하고 임대인이 임차인을 내쫓는데 활용되는 조항을 삭제하는 등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6월 국회에서 경제민주화법안과 함께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률 전문가들은 건물주가 상가건물 대부분 또는 전부를 철거하거나 재건축하는 경우에는 세입자가 계약 연장을 청구할 수 없도록 한 법 규정을 독소조항으로 꼽는다. 임차인으로서는 재건축을 목적으로 건물이 매매되더라도 손을 쓸 도리가 없고, 일부 악덕 건물주가 세입자들을 내쫓기 위해 재건축을 악용하는 경우에도 대처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밖에 보증금과 월 임대료 대신 임차인이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건물주에게 수수료로 지불하는 이른바 ‘수수료 매장’의 경우,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롯데월드 월드 프리미엄 쇼핑몰’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전문가들은 건물주의 일방적인 계약 해지와 과도한 임대료 인상을 막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하루빨리 손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재건축이나 리모델링으로 인한 건물주의 계약갱신 거절 사유를 노후ㆍ붕괴 위험에 따른 재건축 등 더욱 엄격하게 적용할 필요성도 제기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김남주 변호사는 “환산보증금 3억원 이상도 대부분 영세상인에 해당하기 때문에 일부 기업형 상가 등을 제외한 모든 임차상인을 보호하는 것이 법 취지에 맞는다. 상가 임대차 계약기간도 현행 최장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 롯데월드 측은 “상인들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을 밝혔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1년 계약을 했고 다음해 리뉴얼 계획이 있다고 미리 공지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기간에 투자금액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다고 했던 것은 상인들”이라면서 “이전 매장의 철거 비용은 우리가 지불했고 일방적으로 막았다는 출입문도 사실은 보조통로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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