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통곡의 계곡’ 건넜지만…R&D확대는 ‘숙제’

조영곤 / 기사승인 : 2013-06-10 16:43:41
  • -
  • +
  • 인쇄
[진단]약가인하 1년 제약산업 현주소

▲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정책 시행 1년이 넘어서면서 통곡의 계곡을 서서히 건너는 모습이다. 하지만 중소 제약사 위축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토요경제=조영곤 기자]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이 시행 1년을 넘어서면서 제약업계가 서서히 충격에서 벗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하지만 저성장 기조 속 수익성 약화, 상위 제약사 독식 현상 심화, 차세대 먹거리 즉, 연구개발 축소 등 부작용이 나타나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5일 제약업계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상장 제약사 68곳의 매출 규모는 전년대비 2.9% 소폭 늘어난 11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선방했지만 영업이익 등 수익성은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상장 제약사의 영업이익은 9312억원으로 전년대비 15.7%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1.8% 줄어든 8.2%다.

지난해 제약업계가 약가인하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어적 자세로 일관해 차세대 먹거리 개발에 비상등이 켜졌다. 상장 제약사의 연구개발비는 8013억원으로 전년대비 4.4% 감소했다.


◇상위 제약사 편중…중소 설 곳 잃어


동아제약, 유한양행, 녹십자 등 상위 10대 제약사의 시장 편중 현상이 심화됐다. 지난해 상위 10대 제약사의 매출액은 5조5000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9.6%를 점유했다.
올 1분기 들어서도 유한양행이 창립이후 최다 매출인 2156억원을 기록했으며 한미약품은 전년동기대비 15% 늘어난 1076억원을 달성했다. 다른 상위 제약사 역시 소폭 증가와 감소로 선전을 이어가며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상위 제약사의 선방에 비해 중소 제약사들은 리베이트 근절을 위해 도입된 쌍벌제와 약가인하 후폭풍으로 인해 입지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약가인하 이후 상위 제약사들은 다국적 제약사로부터 도입한 오리지널 의약품의 매출 의존도가 높아졌다. 이는 범정부 차원의 의약품 리베이트 단속이 강화된 이후 의사들이 제네릭 보다는 오리지널 처방 빈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을 선호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제네릭 의존도가 높은 중소 제약사의 어려움이 심화되고 있는 것.
익명을 요구한 중소 제약사의 한 관계자는 “오리지널 의약품 처방이 증가하면서 상당한 타격을 입고 있다”며 “영업 현장에 적극적인 활동을 주문하고 있지만 시장에 먹히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중소 제약사들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 화장품 등 신규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있지만 진입장벽이 높아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국내 전문약 시장 다국적 기업이 장악


국내 제약업계의 일반의약품 편중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그동안 연구개발비용이 적게 드는 손쉬운 사업에만 집중했다는 의미다. 리베이트에 의존하고, 수익만 쫓다보니 전문의약품 역량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막대한 자본을 연구개발에 투입, 세계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지난해 국내 전문의약품 상위 10개 품목을 분석한 결과, 6개 품목이 다국적 제약사가 출시한 신약이었다. 국내 제약사도 4개 품목을 올려놨지만 동아에스티의 위염치료제 ‘스티렌’만이 유일한 토종 신약일 뿐 나머지는 개량신약과 복합신약이다. 결국 토종 신약은 1개 품목이 전부인 셈이다.
글로벌 전문의약품의 단일 매출액은 국내 중견 제약사 한 해 매출과 맞먹는 수준이어서 글로벌 신약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반면 일반의약품 부문은 상위 10개 품목 중 무려 9개 품목이 국내 제약사 제품들로 채워졌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상위 제약사를 중심으로 R&D 투자 확대 모습이 보이고 있다”며 “전문의약품 개발에는 최소 10년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장 신뢰 회복에도 적극성 보여야


상위 제약사의 리베이트 적발, 불량 의약품 공급에 따른 소비자 불만 가중 등 제약업계를 둘러싼 여론은 상당히 경색돼 있다.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필요한 시점이다.
한국얀센은 어린이타이레놀현탁액에 대한 자발적인 회수가 식약처 실사 이후 이뤄졌다는 점에서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5일 식약처에 따르면 한국얀센은 제조 표준서에 없는 수작업으로 약을 만들어 왔다. 손으로 약을 만들다보니 원료약품이 과도하게 들어간 것. 심지어는 수작업을 하고도 기계로 생산한 것처럼 서류를 꾸몄고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약을 계속 판매해 사태를 키웠다.
식약처 관계자는 "한국얀센이 이 제품에서 이상 징후를 발견한 것은 3월18일"이라며 "일주일 후인 25일에는 성분의 기준치 초과로 인한 안전성 문제를 확인했음에도 4월1일에야 출하 중지가 이뤄졌고 보건당국에 자진회수를 보고한 것도 4월22일"이라고 밝혔다.
한중제약은 환자가 천담환, 용담환 등을 포 단위로 구입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제품박스에만 유통기한을 표기해왔다. 이로 인해 제품을 판매하는 약사들은 소비자들의 항의를 지속적으로 받아왔고 결국 지난 5월 말 보건당국의 조사를 받은 후에야 전제품 회수가 결정됐다.
제약사들의 뒤늦은 대응이 속속 드러나자 보건당국은 유사한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보다 강화된 정책을 도입할 방침이다. 제약사들이 품질관리에 더 집중하고 적극적으로 소비자 불만에 대처해 업계의 신뢰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유무영 식약처 의약품안전국장은 한국얀센 등의 사례를 언급하며 “최근 점검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내부인식이 강하게 자리 잡았다”며 “앞으로 제약업계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쌓기 위한 정책을 마련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