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니얼 퍼거슨 저.역자 구세희 역, 224쪽, 1만5000원, 21세기북스
지금 미국을 비롯한 서구 세계는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빚은 늘어나고 경제활동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젊은이들은 일하지 않고 정치판에서는 욕설이 난무한다. 세계화, IT혁명, 기술혁신은 성장과 부의 분배라는 길목에서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이 책은 오랫동안 봉인되어 있던 네 개의 블랙박스, 그 안에 도사리고 있는 정교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제도들을 세심하게 들여다본다.
이 책은 ‘법치주의와 적’이라는 제목으로 영국 BBC 라디오 4에서 방송된, 세계적인 경제사학자이자 하버드대 교수 니얼 퍼거슨의 ‘리스 강연’을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세계사적 전환의 시점에 그가 내놓은 미래 예측은 국내외 언론에서 활발한 조명을 받았으며, ‘차이메리카(Chimerica)’라는 용어로도 유명하다. 전작 『니얼 퍼거슨의 시빌라이제이션』에서 그는 서양이 어떻게 동양을 추월하여 500년간 세계를 지배하게 되었는지를 면밀히 분석해내어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경쟁체제, 과학혁명, 재산권 보호, 의학의 발달, 소비 지향 문화, 직업윤리 등을 서양의 핵심 성공 공식이라고 분석했다. 그에 반해 이 책은 세계의 패권을 쥐었던 서양이 제도적 타락과 경제 붕괴를 거치면서 현재 어떻게 몰락하고 있는지를 다루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경제에 신음하는 서양의 오늘, 무엇이 문제이고 그 해결책에 대한 분석과 답"
니얼 퍼거슨이 말하는 서양의 쇠퇴는 한국 정치와 경제, 그리고 사회에 반면교사와도 같다.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즉 부채를 감축하거나 재무제표의 적자를 줄여나가는 고통스러운 과정은 미국을 비롯한 영어권 국가를 넘어 일본과 한국까지 함께 겪고 있다.
서양 문명이 위기를 맞게 된 근본 원인으로 니얼 퍼거슨은 대의정치, 시장경제, 법치주의, 시민사회를 꼽고 있다. 500년간 세계를 지배하는 데 든든한 기둥이었던 이들 제도와 법이 지금은 서양의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아랍 세계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려 하고 중국이 경제 자유화를 거쳐 법치주의로 변신을 꾀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럽인과 미국인들은 수세기에 걸쳐 물려받은 제도적 유산을 갉아먹으며 정체 상태에 놓여 있다. 18세기 당시 중국의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법률과 제도’ 탓이라고 주장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예측도 보기 좋게 빗나가고 말았다. 서양 문명의 위기는 곧 우리가 직면하게 될 문제다!
그렇다면 서양의 제도적 쇠퇴는 어떤 미래를 가져올 것인가? 과학기술의 발전이 비상구를 마련해줄 수 있을까? 이런 질문들에 대해 니얼 퍼거슨은 역사적 통찰과 많은 학자들의 주장을 언급하면서 서양의 오늘과 내일을 명쾌하게 분석해내고 있다. 선진국 진입을 노리며 눈부신 성장을 해온 한국 사회 역시 서양 문명의 퇴보라는 거대한 흐름에서 예외일 수 없다. 근대 이후 서구 사회의 제도적 시스템을 활용하거나 그대로 받아들여 급속한 산업화 과정을 거쳤기 때문이다. 서양의 위기는 곧 우리의 현실이 되고 있다.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정치ㆍ경제적 변화 양상뿐 아니라 소비사회의 병폐, 물질주의의 만연, 윤리의식의 실종 등 서구 사회가 직면한 문제들이 한국 사회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현재 우리가 어떤 상황을 처해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에 대한 가늠자가 되어준다.
이 책에서 니얼 퍼거슨은 지난 역사를 돌이켜보면서 네 개의 블랙박스를 열어 그 안을 세심하게 들여다보면서 불편한 진실을 말하고 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민주주의, 자본주의, 법치주의, 그리고 시민사회다. 이들 정치적ㆍ경제적ㆍ법적ㆍ사회적 블랙박스 안에는 매우 정교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제도들이 들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그 문제점들을 정확히 짚어낼 수 없다. <이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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