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잉글랜드 양털과 한국 부동산

김자혜 / 기사승인 : 2021-03-31 17:49:52
  • -
  • +
  • 인쇄


[토요경제=김자혜 기자]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투기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물러나게 됐다. 김상조 전 실장의 경질 배경에 부동산법 관련 이익을 보려 한 정황이 확인돼서다.


김 전 실장은 임대차 3법 시행 직전, 자신이 보유한 청담동 아파트의 전세 계약을 갱신하면서 보증금을 14%나 올렸다. 세입자는 전세금 8억5000만원에서 9억7000만원으로 보증금을 올려내야 했다.


이 사실을 확인한 청와대는 기사가 나온 지 하루 만에 김 전 실장을 경질했다.


이달 LH 사태로 온 나라 들끓는 가운데 청와대의 핵심 참모의 ‘아전인수’식 행위를 빠르게 솎아내는 조치다.


현재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은 영국의 역사 속 인클로저 현상을 연상케 한다.


1510년대 당시 잉글랜드는 영주, 지주, 성직자들 나서 값비싼 양털을 얻기 위해서 경작지를 목장으로 만들었다.


양털은 13세기부터 17세기까지 꾸준히 그 가치가 상승한 품목이다. 수익성이 높지만, 인력은 적게 들자 권력자들이 목장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된 것이다.


정작 농민들은 생계에 필요한 경작지를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국왕이 인클로저 억제법을 내놨지만, 소용이 없었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농민들은 여러 차례 들고 일어났다.


그렇다면 잉글랜드의 인클로저 현상은 어떻게 끝이 났을까. 더 사유화할 땅이 다 사유화된 1820년이 되어서야 그 끝이 보였다.


그리고 인클로저 현상으로 당시 일자리를 잃은 농민들은 산업혁명 발전의 땔감이 됐다.


잉글랜드 인클로저 현상만 돌이켜봐도 인류의 속성을 알 수 있다. 가치상승을 지배하고 그것을 가능한 지속해서 확대하고 싶어한다는 점이다.


현재 국내 아파트를 필두로 한 부동산은 잉글랜드 역사 속 양모와 같은 역할이다.


역사가 반복된다고 가정하면 국내 부동산 투기는 모든 사유화가 끝나고 아파트에 더이상 투기 가치가 없어질 때나 잦아들 것이다.


부동산 투기와 인클로저 현상은 완전히 닮은꼴은 아니다.


잉글랜드의 땅은 양이나 감자를 키우기 위해 넓은 부지를 찾아내 왔지만 국내 부동산은 아파트가 중심이 된다. 옆으로 구역이 넓어지는 것이 아니라 수직의 공간까지도 가치가 된다.


게다가 낡은 주택을 재개발해 새로운 아파트로 바꾸는 것도 여전히 가치가 있다.


영주, 지주, 성직자들이 투기목적의 목장 땅을 찾았다면 2021년 한국에서는 정치인, 기업가, 그리고 정보의 권력자인 공직자들이 투기목적의 땅과 아파트를 찾고 있다.


여기에 영국과 다른점이 하나 더 있다면 농민에 해당하는 일반 시민들도 부동산을 투기하는데 망설임이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산의 확대는 곧 자유의 확대다. 자신이 지닌 부동산의 가치를 키우면 그만큼 활동도 소비할수 있는 여건도 더 자유로워질수 있다.


인간은 시대를 거듭하면서 발전하기도 하지만 반복되는 속성도 많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라는 말이 있다. 비단 김상조 정책실장뿐이겠는가.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