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다수와 소수’ 지배주의 표상 금감원 분쟁조정

문혜원 / 기사승인 : 2021-07-23 17: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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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경제=문혜원 기자] 공리주의의 ‘다수결 원칙’이 어쩐 일인지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내에서 일어나 보인다.


뜬금없이 무슨 말인가 하면, 금감원 분쟁조정방식이 내부 이해관계자끼리 만든 의견을 조합해 소수(소비자 및 피해자)에게 불리한 결정을 표하기 때문이다.


공리주의 ‘다수결의 원칙’이란 다수가 힘없는 소수를 괴롭힐 수 있다는 말이다. 통상 자본이 많은 부자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을 무시할 때 이 원칙이 쓰인다고 빗대어 표현하거나 집단의 폭력으로부터 소수가 당한다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한 예로, 사모펀드 피해배상결정 방식에서 이 문제는 두드러진다.


최근 사모펀드피해자공동위원회가 ‘라임사태’ 대신증권 분쟁조정 재개최를 앞두고 기피신청을 하면서 금감원 ‘분쟁조정위’ 방식이 가치중립적이지 않고, 객관성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을 문제제기했다.


피해자들은 현 금감원 분쟁조정위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는 법무법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 A씨가 과거 금감원 직원 출신인데다, 분쟁조정위 위원회 구성인들도 법무법인 광장, 율촌 등 국내 유명 법무법인 출신 전문가들이 포진돼 있다는 점에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A 위원은 실제로 30년간 금융감독원에서 증권 관련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퇴직한 이후 김앤장법률사무소 소속 사무장으로 갔지만 현장 금감원 직원들과의 인연은 계속 이어져 왔다.


여기에 분쟁조정국 직원도 포함됐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지고 분쟁조정하는 데 있어 객관적이지 못한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을 피해자들은 지적한 것이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하면 금감원 분쟁조정에 대해 피해자가 납득이 불가하면 기피 신청권을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가장 최근 대신증권분조위 회의 참석 후에 알았다는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 14일 대신증권에 대한 분쟁조정을 연기한 바 있다. 피해자들은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가 독립적이지 못하고 철저하게 비밀리에 싸여져 있다는 점에서 공정한 결정을 할 수 없는 구조라며, 100%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분쟁조정위원은 금소법 제34조에 따라 위원장 1명을 포함하여 35명의 위원으로 구성한다.


현재 금감원 분쟁조정위원은 위원장 포함 내부위원 2인과 소비자 단체 4인, 금융계 4인, 법조계 10인, 학계 14인 의료계 1인으로 구성됐으며, 임기는 2년이다.


매 분조위 개최시 위원장이 지명하는 6인이상 10인이하의 위원으로 개최한다.


분조위원은 해당사건의 당사자가 되거나 그 사건의 당사자인 법인 또는 단체에 속하거나 조정신청일 전 최근 5년 이내에 속하였던 경우 등 해당사건에 관하여 당사자의 대리인으로서 나서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대리인이 피해자 일에 관여하거나 관여한 경우 지명 철회, 위촉 해제 또는 제척, 기피신청의 대상이 된다. 이는 분조위에 참여하는 위원의 이행충돌의 문제를 사전에 차단하고, 가치중립적인 전문가들의 의해 합리적 분쟁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조치이다.


그런데 피해자들은 설령 사모펀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치중립적인 전문가들의 손에 맡긴다고 근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가치중립의 범위와 이해관계의 엄밀한 경계선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합리적 원칙이 적용될 수 있을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치중림적인지 여부도 알 수 없는 분조위원들의 임의성이 개입된다면 이는 공정성을 가장한 편파적 결정일 뿐이라는 주장을 전면 내세우고 있다.


금감원 측은 이와 관련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기피신청 안내는 원칙상 당사자한테만 절차대로 안내를 이행하고 있고, 원래 제도상에 맞게 절차대로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금감원이 말하는 ‘그 절차대로 이행한다’라는 말에 대해 피해자는 물론 상관이 없는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금감원의 분쟁조정에서 배상비율 결정은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펀드에 대해 ‘추정 손해액’을 기준으로 배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사모펀드사태는 사기형인지, 판매사가 제대로 안내를 못해서 일어나는 부실판매 등 다양한 요인들이 존재하므로 정리되기 어려운 상태에서 손실규모를 확정한다는 것은 애초부터 말이 안된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금감원 분쟁조정은 윤석헌 전 원장이 쏘아 올린 소비자보호의 한 축으로 만들어진 기구인데, 은퇴하면서 더 퇴색해 가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선이 많다.


그간 금감원 분쟁조정은 베일리에 싸여진 채 기업과 금융사 입장을 더 고려한 결정을 내려 빈축을 샀다.


이는 금감원이 적용하고 있는 현행 자율조정 방식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피해자와 사후합의에 의한 방식에 더 초점을 두고 사실 확인 조사·배상위원회 운영규정 등에 대한 엄격한 기준과 지침을 별도로 마련해 원만한 합의방식을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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