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엔씨소프트 박병무 대표 1년, 有始有終(유시유종) 하려면

최영준 기자 / 기사승인 : 2025-03-06 09: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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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운 박병무 엔씨 공동대표의 1년…근본적 경쟁력은 ‘게임’ 그 자체
▲ 산업부 최영준 기자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박병무 대표가 엔씨소프트 공동대표로 선임된 지 약 1년이 지났다.

굳이 긍정적으로 평가하자면 박 대표는 그간 곪아왔던 엔씨소프트(이하 엔씨)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취임 후 내실 다지기에 누구보다 진심으로 임해왔다. 엔씨라는 공룡 기업의 기업가치를 살리는 쪽과 가까웠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평가만 있었을까. 기자는 엔씨의 1년을 늘 주의 깊게 보고 들었다. 현재 엔씨를 향한 업계 일각의 시선은 여전히 냉소적이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사의 근본이 되는 ‘게임’ 자체의 혁신을 지난 1년간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2024년 3월 28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간 엔씨를 이끌어 온 김택진 대표와 함께 공동대표로 선임되며, 엔씨 창사 이래 최초의 공동대표 체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그는 취임 이후 대규모 인력 조정과 조직 개편을 통해 회사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엔씨소프트가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조직을 정리하고, 과도한 인건비 부담을 줄이며 비용 절감을 위한 강도 높은 경영 전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박 대표는 이를 위해 권고사직 및 구조조정, 비핵심 부서 축소 및 분사, 투자 및 M&A 전략 수립 등을 단행해 왔다.

2024년 하반기, 엔씨는 조직 개편을 본격화하며 본사 인력을 줄이는 동시에 일부 부서를 분사시키며 본격적인 내실 다지기에 들어갔다.

엔씨는 지난해 11월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독립 개발 스튜디오 체제로의 전환을 공식 발표하고, 올해 2월 1일부로 4개의 자회사를 신설했다. 개발 조직의 유연성과 창의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2024년 3월 말 기준 4947명이던 엔씨 임직원 수는 현재 기준 3100명대로 줄어들었다. 주요 사업 조직을 자회사로 분사한 뒤 약 1000명의 본사 인원을 배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4분기 퇴직위로금이 급증하면서 인건비는 전년 대비 3% 증가한 9064억원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적자로 전환됐다.

박 대표는 지난 2월 진행한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체질 개선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 반응은 여전히 냉담하다.

엔씨는 작금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자산 매각을 통한 유동성 확보에도 나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엔씨타워 매각과 경기 성남시 판교 R&D센터 유동화 방안을 추진했으며, 현재 엔씨타워는 퍼시픽자산운용과 과학기술인공제회 컨소시엄이 최종 인수자로 선정됐다. 예상 매각가는 4000억원대 중반이다.

그러나 긴축 재정에도 불구하고 2024년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은 1조4388억원으로 전년 대비 6.12% 감소하며 재무적 어려움이 여전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박 대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악화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해 신규 IP 개발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출시될 신작 중 흥행을 기대할 만한 작품은 중국 출시를 앞둔 ‘블레이드 앤 소울2’와 지난해 판호를 발급받은 ‘리니지2M’, 전작의 팬들이 줄곧 기다려온 ‘아이온2’ 외에는 뚜렷한 것이 없다. 특히 아이온2는 연말에 출시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흥행에 성공하더라도 실적에 온기 반영되는 것은 2026년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시장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는 ‘블레이드 앤 소울2’ 중국 출시를 진행할 것으로 보면서, 실적을 개선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엔씨는 과거 중국과 대만에서 ‘리니지’ 시리즈로 성공한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현지 시장 특성에 맞춘 운영 전략을 내세운다면 흥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엔씨소프트는 글로벌 확장을 위해 텐센트, 아마존게임즈, 동남아 VNG 등과 파트너십을 구축했으며, 북유럽 ‘문 로버 게임즈’, 동유럽 ‘버추얼 알케미’ 등 해외 게임 스튜디오에도 투자했다. 또한, 빅게임스튜디오의 ‘브레이커스’와 미스틸게임즈의 ‘타임 테이커즈’ 등 외부 스튜디오와 협업해 퍼블리싱 사업도 확대할 계획이다.

엔씨는 게임 개발 외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2024년 9월에는 자체 게임 플랫폼인 ‘퍼플(PURPLE)’을 통해 PC 게임 배급 사업을 확장하며,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SIE)와의 파트너십을 기반으로 퍼플에서 다양한 타이틀을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게임 개발을 넘어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확장을 시도하는 행보다.

또한, 2025년 2월에는 AI 전문 기업 ‘NC AI’를 설립해 AI 기반 게임 개발 및 다양한 산업에 맞춤형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엔씨가 본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게임’ 그 자체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전히 나온다.

플랫폼과 AI 사업 확장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전략이 될 수 있지만, 게임사의 근본적인 경쟁력은 누가 뭐래도 ‘재미있는 게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박병무 대표의 어깨는 여전히 무겁다. 다만 시작을 할 때부터 끝을 맺을 때까지 변함이 없었으면 한다. 대표 자리에 올라선 이후 이만저만한 충격이 많았겠지만 ‘공룡 엔씨’의 오랜 역사에서 보자면 그리 문제 삼을 만한 일은 아니다. 다만 게임 본연의 ‘숙제’에 집중하지 않는다면 누군가는 또 거침없이 깎아내릴 수 있다.

그런 시선에서 접근한다면, 즉 올해 출시될 신작들마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엔씨는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게임사로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

 

토요경제 / 최영준 기자 cyj@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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