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락(Q.ROCK)의 작품은 먼저 사람을 웃게 한다. 선명한 색, 만화 같은 얼굴, 장난감처럼 매끈한 형태가 눈앞에 환하게 들어온다. 그러나 그 앞에 조금만 더 서 있으면 웃음은 오래가지 않는다. 익숙한 캐릭터의 머릿속에는 회로와 기계 장치가 들어 있고, 화려한 의자의 절반은 쇠와 전선, 버튼과 장치로 채워져 있다. 겉은 귀엽고 속은 차갑다. 그 낯선 간극이 Q.ROCK이 말하는 ‘두 번째 피부’다.
'THE SECOND SKIN'은 오늘의 인간이 무엇을 입고 살아가는지를 묻는 전시다. 여기서 피부는 단순히 몸을 감싸는 막이 아니다. 우리가 소비한 물건, 선택한 이미지,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취향, 기술이 대신 기억해주는 시간까지 포함한다. 현대인은 하나의 몸으로 살지만 수많은 표피를 덧입고 산다. 문제는 그 피부가 우리를 보호하는 동시에 우리 안쪽을 감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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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37 MG-JANUS-C2606 Mixed med..canvas_30x30x3cm_2026 |
작품 속 캐릭터는 이 문제의식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푸른 머리와 노란 얼굴을 지닌 대중문화적 인물은 절반은 친숙한 외피로, 절반은 기계적 내부로 갈라져 있다. 머리에서는 구두, 꽃, 보석, 아이스크림 같은 욕망의 기호들이 전선처럼 뻗어나간다. 그것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다. 소비사회가 인간의 머릿속까지 들어와 감각과 욕망을 조율하는 장면처럼 보인다. 귀여운 얼굴 아래에는 동시대인의 불안한 내부가 놓여 있다.
의자를 그린 작품도 같은 맥락에 있다. 한쪽은 바로크풍 장식과 화려한 색채로 꾸며진 왕좌처럼 보이고, 다른 한쪽은 금속성 회로와 기계 장치가 드러난 사이보그의 몸 같다. 의자는 단순한 가구가 아니다. 권력과 취향, 계급과 안락함의 상징이다. Q.ROCK은 그 의자의 피부를 벗겨낸다. 화려한 외피 아래 숨은 기계적 구조를 드러내며 묻는다. 우리가 편안하다고 믿는 자리는 무엇으로 조립돼 있는가. 그 안락함은 누구의 욕망과 기술 위에 세워진 것인가.
작가의 '봉다리 시리즈'는 소비사회의 가장 흔한 사물에서 출발한다. 봉다리는 무엇인가를 담고, 감추고, 옮긴다. 투명하지만 완전히 보여주지 않고, 가볍지만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작가는 이 일상적 오브제를 현대인의 초상으로 바꿔놓는다. 오늘의 인간도 그렇다. 브랜드와 이미지, 취향과 소비로 자신을 드러내지만, 그 안의 진짜 얼굴은 오히려 더 흐려진다. 보여주기 위해 입은 피부가 어느 순간 감추기 위한 피부가 된다.
'야누스 시리즈'는 인간과 기술의 경계로 나아간다. 로마 신화 속 야누스는 두 얼굴을 가진 신이다. Q.ROCK의 야누스 역시 인간과 기계, 현실과 가상, 자연과 인공 사이에 서 있다. 스마트폰이 기억을 대신하고, 알고리즘이 취향을 예측하며, 인공지능이 창작의 영역까지 들어온 시대다. 기술은 더 이상 손에 쥔 도구만이 아니다. 몸에 붙은 감각이고, 생각을 움직이는 또 하나의 피부다. 그 피부는 편리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내면을 재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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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M2-JANUS-C2360_100x10.. media on canvas_2023. |
Q.ROCK의 작업은 팝아트의 익숙한 문법에서 출발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는다. 앤디 워홀이 소비사회의 얼굴을 보여줬고, 무라카미 다카시가 만화적 표면을 극단까지 밀어붙였으며, 제프 쿤스가 키치와 욕망을 매끈한 조형으로 끌어올렸다면, Q.ROCK은 그 화려한 표면을 갈라 안쪽을 보여준다. 그곳에는 상품과 이미지, 알고리즘과 기계 장치가 얽힌 동시대 인간의 내부가 있다. 장 보드리야르의 시뮬라크르와 기 드보르의 스펙터클 사회가 말하듯, 이미지는 더 이상 현실을 비추지 않는다. 오히려 현실보다 먼저 욕망을 만들고 우리를 설명한다. Q.ROCK은 바로 그 세계의 단면을 귀엽고도 섬뜩하게 펼쳐 보인다.
동시에 그의 작업은 포스트휴먼 미학으로 읽힌다. 인간은 더 이상 순수한 자연적 존재가 아니다. 기계와 네트워크, 데이터와 이미지가 인간의 몸과 감각을 확장한다. Q.ROCK의 인물은 인간이면서 캐릭터이고, 캐릭터이면서 기계이며, 기계이면서 소비사회의 욕망을 담은 그릇이다. 그래서 귀엽지만 불안하고, 미래적이지만 어딘가 쓸쓸하다.
Q.ROCK 개인전 'THE SECOND SKIN'은 서울 종로구 인사동 인사아트플라자 2층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는 작가의 대표 연작인 〈봉다리 시리즈〉와 〈야누스 시리즈〉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전시 기간은 7월 8~14일까지다.
토요경제 / 마리아김 문화전문기자 kimjjyy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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