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자본잠식 한국석유공사, 상반기 7755억 집행…성과는 아직

조민규 기자 / 기사승인 : 2026-08-04 09:4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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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순손실 1.25조·자본총계 -2.5조…추경 반영으로 올해 사업비 1584억 증가
▲ 한국석유공사의 2026년 상반기 투자집행액 지표 [기사를 바탕으로 AI가 생성한 이미지]

 

한국석유공사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올해 상반기 7755억원가량의 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 추가경정예산 반영으로 올해 사업비도 1584억원 늘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확정 손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돈은 집행됐지만, 그 지출이 재무 개선이나 사업 성과로 이어졌는지는 확인되지 않은 셈이다.

4일 토요경제 기업재무분석실이 한국석유공사의 2026년 통합공시 및 분기별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공사의 올해 상반기 투자집행액은 7754억9200만원으로 집계됐다. 공사는 이 수치를 가결산 기준이라고 밝혔고, 다음 공시에서 변동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집행은 4~5월에 집중됐다. 월별 집행액은 1월 460억9000만원, 2월 456억8600만원, 3월 839억5800만원, 4월 2540억3400만원, 5월 2440억9600만원, 6월 1016억2800만원이었다. 상반기 집행액의 64%가량이 4~5월 두 달에 몰렸다.

올해 상반기 집행액은 지난해 연간 투자집행액 1조3727억4600만원의 56.5% 수준이다. 최근 5년간 연간 투자집행액은 2021년 8210억원, 2022년 8364억1800만원, 2023년 1조2236억4100만원, 2024년 1조7111억4000만원, 2025년 1조3727억4600만원이었다. 하반기 집행 속도에 따라 올해도 연간 1조원대 투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재무 체력이다. 석유공사의 가장 최근 확정 손익 자료인 2025년 결산에서 연결 기준 당기순손익은 마이너스 1조2503억3200만원이었다. 2024년 1915억3100만원 흑자에서 1년 만에 대규모 적자로 돌아섰다.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2조5290억3200만원이었다. 2024년 마이너스 1조3216억1400만원보다 자본잠식 규모가 1조2074억1800만원 확대됐다. 부채총계는 21조9732억7300만원으로 전년보다 1601억700만원 늘었고, 자산총계는 19조4442억4100만원으로 1조473억1100만원 줄었다.

세금을 낼 이익 기반도 약했다. 2025년 법인세 결정세액은 2000원에 그쳤다. 과세표준은 마이너스 8184억1985만9000원이었다.

그런데 올해 예산은 더 늘었다. 석유공사는 지난 5월6일 수정공시를 통해 2026년 수입·지출 예산을 상향 조정했다. 수입합계와 지출합계는 각각 8조7087억8500만원에서 8조8691억9800만원으로 1604억1300만원 증가했다. 수정 사유는 정부 추가경정예산 반영이었다.

정부 지원 성격의 항목도 커졌다. 출자금은 696억4200만원에서 2280억7500만원으로 늘었다. 보조금은 5억9800만원에서 25억7800만원으로 증가했다. 정부순지원수입 합계는 703억8300만원에서 2307억9600만원으로 조정됐다.

지출 항목 중 사업비는 1조6130억7100만원에서 1조7715억400만원으로 1584억3300만원 늘었다. 주요사업별로는 석유비축사업 예산이 8045억4200만원에서 9629억7500만원으로 증가했다. 정부보조 및 위탁사업 예산도 14억4400만원에서 34억2400만원으로 늘었다.

에너지 안보를 위한 석유비축 기능은 필요하다. 그러나 완전자본잠식 공기업이 정부 지원을 받아 사업비를 늘리는 만큼 집행 내역과 성과 검증은 더 엄격해야 한다. 투자 집행 규모보다 중요한 것은 손실 축소와 자본잠식 완화 여부다.

인력 구조도 안정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2026년 2분기 기준 임직원 총계는 1449명으로 2025년 1456명보다 7명 줄었다. 일반정규직 현원은 1209.75명으로 2025년 1251.25명보다 41.5명 감소했다. 여성 임직원도 272.25명으로 2025년 283명보다 줄었다.

내부통제 문제도 남아 있다. 석유공사는 2026년 2분기 중 새로 처분한 징계는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1분기인 3월25일 처분된 파면 2건, 정직 3개월 1건, 감봉 3개월 1건 등 4건은 재심 절차를 거쳐 2분기 중 최종 확정됐다. 사유는 모두 성실의무 위반이었고, 이 가운데 3건은 고발 조치됐다.

소송은 올해 들어 1건 발생했다. 공사가 피소된 사건으로, 외부 법무법인에 소송을 위임했다. 지난해 같은 항목은 11건이었다. 단순 건수는 줄었지만, 재무위기 공기업의 법무 비용과 소송 원인 관리도 점검 대상이다.

새로 잡힌 AI 예산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22년부터 2025년까지 AI 활용 현황은 모두 “해당 없음”으로 공시됐지만, 2026년 2분기에는 AI 인력 13명, AI 전담조직 운영, AI 관련 예산 78억9563만8000원, 활용사례 4건이 처음 기재됐다. AI 활용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만, 재무위기 속 신규 예산이 실제 비용 절감과 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올해 상반기 손익계산서가 공개되지 않은 점이 핵심이다. 투자는 집행됐고 예산은 늘었다. 그러나 그 결과가 손익 개선과 재무구조 회복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손주석 사장 체제의 평가는 숫자로 갈릴 수밖에 없다. 전임 체제의 해외자원개발 손상과 동해 심해가스전 논란을 모두 현 기관장 책임으로 돌릴 수는 없다. 그러나 손 사장은 자본잠식, 경영평가 부진, 내부 징계, 대규모 투자집행이 겹친 조직을 맡았다.

한편 손 사장은 한국석유관리원 이사장과 한국환경공단 이사장을 지냈지만, 과거 노무현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행정지원실장과 민주당 부천시 소사구 지역위원장 이력도 있다. 올해 3월 취임한 이현철 상임감사위원도 제6·7대 경기도 광주시의회 의원과 국회의장 비서관을 지냈다. 정치권 이력 자체가 결격 사유는 아니지만, 재무위기 공기업인 석유공사에는 석유개발과 재무구조 개선, 내부통제 전문성을 결과로 입증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한국석유공사는 에너지 안보를 맡은 공기업이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라는 명분이 재무 부실을 가리는 방패가 될 수는 없다. 올해 하반기 공시에서 석유공사가 보여줘야 할 것은 더 큰 예산이 아니다. 국민 돈이 투입된 사업에서 손실을 줄이고, 자본잠식의 바닥을 확인하고, 투자 성과를 숫자로 설명하는 일이다.

 

토요경제 / 조민규 기자 jo142795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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