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상장사, 자사주 매입 바람...침체된 증시의 새 활력소?

장학진 기자 / 기사승인 : 2022-05-31 12:20:42
  • -
  • +
  • 인쇄
대기업 중심으로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 추이...주가부양·이익환원 위한 '다목적용'
각종 외부 악재로 증시가 침체기에 빠져 주가가 부진한 행보를 이어가면서 주요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증권시장에 자사주 매입 바람이 불고 있다. 각종 외부 악재들로 증시가 좀처럼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자 상장사들이 주가부양을 통한 주주안정에 나선 것이다. 보유자본을 활용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선 것.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음에도 '6만전자'란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경우 임원들까지 자사주 매입에 동원(?)될 정도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5월에만 자사주를 매입한 삼성 임원은 상무 이상급만 26명에 달하며 매입 주식수도 5만7952주(38억7천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G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오는 2024년 말까지 총 50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취득하겠다고 공시했다. 회사측은 자회사 지분 매각 등으로 발생하는 투자 수익에 대해서도 주주 환원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추가적인 자사주 매입도 기대된다는 게 증시 안팎의 해석이다. 이를 반영한 듯, LG 주가는 27일 공시 이후 이틀간 10% 가량 상승했다.

주요 기업 전반으로 확산 추세
지난해 창사 이후 최대 매출을 기록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선전을 거듭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배당 등 주주환원에 3년간 발생한 누적 잉여현금흐름 50%를 재원으로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어 조만간 자사주 매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이와는 별개로 곽노정 사장 등이 개인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뛰어들었다.


바이어 대장주인 셀트리온은 지난 18일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오는 8월18일까지 자사주 50만주, 당시 기준으로 약 712억5천만원 규모를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셀트리온의 자사주 매입 결정은 올 들어서만도 세 번째이며, 누적으로는 총155만5883주에 달한다.
 

지난해 11월 16년 만에 최대규모인 6500억원 대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한 현대자동차는 내년 2월까지 계획을 이행한다는 방침 아래 현재 차곡차곡 자사주를 매입 중이다. 다만 계열사인 기아자동차의 경우는 아직 이렇다 할 자사주 매입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에서도 자사주 매입이 유행병처럼 잇따르고 있다. DGB대구은행 임성훈 은행장이 최근 DGB금융지주 보통주 6500주를 장내 매수했다고 밝힌 데 이어 우리금융그룹 손태승 회장이 자사주 5천주를 매입해 총 11만3127주의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게 됐다고 지난 23일 공시했다.


인터넷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배틀그라운드' 게임업체인 크래프톤의 장병규 이사회 의장이 공모가를 크게 하회하는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지난 2월 사재를 털어 자사주를 대량 매입하며 주가부양에 나섰다. 카카오의 경우는 향후 3년간 잉여현금흐름의 약 30%를 재원으로 이중 10~25%를 자사주 매입과 소각에 활용키로 했다.

주가 부양을 위한 '자구책'
이처럼 주요 상장사들이 자사주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최근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  코로나 팬데믹 여파 등 외풍으로 인해 국내 증시가 부진의 늪에 빠져 맥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주가부양과 이익의 환원을 바라는 주주들의 원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대한 자구책으로 풀이된다.


배당과 함께 자사주의 매입은 회사 이익을 주주들에게 되돌려 주는 대표적인 수단이다. 최근 굴지의 대기업들이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풀어놓기로 한 배경에도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통한 주가부양의 목적이 다분하다는 게 중론이다. 효과도 작지 않다. 실제 미국 애플의 경우 작년에 무려 102조원어치의 매입 자사주를 소각한 후 주가는 30% 올랐다.


경영권을 안정화 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기업이 스스로 취득한 자사주는 보통 의결권이 제한되는데, 이는 결국 전체 의결권을 가지는 주식수가 줄어드는 것이어서 지배 주주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지분율이 높아지는 효과로 이어져 경영 안전성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다.


향후 증시가 정상화되고, 주가가 상승할 경우 자사주 매각을 통한 차익 실현으로 자산을 늘릴 수도 있다. 보유 자본이 감소하여 부채율이 높아지는 등 재무 안정성을 다소 훼손시키는 단점도 있고, 자기주식을 사고팔아 시세조종을 하거나 미공개 정보를 이용하여 이익을 위해 악용할 소지도 있는 등의 단점은 남아있다. 감독기관이 매입매도를 이사회 결의 사항으로 못박아놓고 단기매매 금지 등 제동장치를 만들어놓은 이유다.

중장기적으로 효과 클 듯
그런가하면 자사주를 활용하여 임직원 등에 보너스 형태로 지급하거나 우리사주조합에 출연, 전체적인 임직원의 근로의욕을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익의 주주 환원을 통한 ESG의 가치 실현으로 기업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도 있다. 그야말로 자사주 매입은 일석삼조의 다목적용인 셈이다.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개연성이 높아 보인다. 현 증시의 부진한 흐름이 내부 요인이라기 보다는 외부의 돌발 악재들에서 비롯된 것으로, 주가가 지나치게 과소평가돼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기 때문이다. 올해 역대 최고 실적이 예상되는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주가부양책과 공격적인 투자계획에도 불구, 주가가 상승 동력을 잃은 것이 이를 방증한다. 이렇듯 상장기업 입장에선 향후에 외부 악재가 하나둘 해소되면 언제든 주가가 급등할 소지가 충분해 자사주 매입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얘기다.


증시 전문가들은 "주가가 굉장히 부진한 상황에서 주요기업들이 자사주매입에 적극 나섬에 따라 이런 분위기가 중견기업으로 확산돼 전체적인 증시 분위기를 진작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굵직한 외부 변수가 잔존하고 있어 당장에 주가상승을 가져오긴 힘들겠지만, 장기 침체의 늪에 빠진 증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토요경제 / 장학진 기자 wwrjang@sateconomy.co.kr 

[저작권자ⓒ 토요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장학진 기자
장학진 기자 안녕하세요. '토요경제' 장학진 기자입니다.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