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법정 대신 유럽行 이재용, 삼성 초대형 M&A 임박?

조봉환 기자 / 기사승인 : 2022-06-07 12: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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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부회장, 핵심 반도체 장비업체 ASML 방문차 7일 출국...유럽 신기술 기업 인수 막판 협의 가능성 모락모락
▲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삼성호암상 시상식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정 출석을 미루고 유럽행을 선택했다. 7일 출국, 18일 귀국하는 10박11일의 조금은 빡빡한 일정이다. 작년 말 중동 방문 이후 6개월 만에 글로벌 현장 경영을 재개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행선지는 극비 사항이다. 삼성 측은 유럽행의 구체적인 목적에 대해 철저히 함구한다.


하지만, 두 가지 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반도체 전공정 장비의 핵심 중의 핵심인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 제조사인 ASML의 방문이 그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삼성이 물밑 추진 중인 유럽 신기술 기업에 대한 M&A 관련 미팅이 유력하다.


이 부회장의 유럽 방문이 재계의 관심을 집중하게 하는 이유는 방문 시점이다. 현재 이 부회장은 작년에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엄연히 재판을 받고 있는 피고인 신분이다. 원래 이 부회장의 유럽 방문 일정 기간에 법정 출석일이 겹쳐 있었는데, 부득이하다며 연기한 것이다. 이 부회장이 법정 출석을 미루면서까지 유럽행에 나서야 하는 그 중요하다는 미션, 그 중요한 프로젝트는 대체 무엇일까.


ASML과 긴밀한 관계 구축 가능성

이재용 부회장의 유럽행에 대한 여러가지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ASML의 방문은 학실해 보인다. 네덜란드가 자랑하는 기술 기업 ASML은 반도체 전공정 중 노광라인의 핵심파트인 EUV를 사실상 독점 공급하는 회사다. 대만 TSMC와 삼성이 빅 바이어다.

 

삼성그룹을 이끄는 이재용 부회장이 VVIP여야 하지만, 실상은 반대다. 대체재가 없다보니 ASML이 소위 '슈퍼갑'이다. 자칫 ASML에 밉보이기라도 하면, 설비 증설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는 기묘한 구조다. 마치 ASML이 전세계 반도체 제조업체의 생사 여탈권을 쥐고 있는 꼴이다.


갑과 을이 역전된 이유는 간단하다. ASML만 갖고 있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최적화된 EUV 노광장비 분야의 독보적인 기술력 때문이다. 노광장비는 어떤 빛을 어떻게 쏘느냐에 따라 공정 횟수를 줄이고 시간과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다른 노광기술로는 7나노(nm, 10억 분의 1m)가 한계다. EUV만이 이 꿈의 영역에 도달한 기술이며, ASML은 EUV를 독점 공급하는 업체다.


결국 미국에 초대형 파운더리 공장 신축을 앞둔 삼성으로선 ASML과 EUV장비의 안정적인 공급에 대한 긴밀한 협조 체제 구축이 절실하다. 더구나 ASML은 오더가 넘쳐나도 공급능력을 늘리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이렇다보니 제 아무리 세계적인 공룡기업들일지라도 EUV를 공급 받으려면 '대기표'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이 직접 나설 수 밖에 없는 절박한 상황이란 의미다.


그러나, 이 부회장이 굳이 이 시점에 법정 출석일까지 연기하면서 다급하게 머나먼 네덜란드 아이트호벤의 ASML을 직접 방문하는 이유는 뭔가 한 가지 더 목적이 따로 있지 않겠냐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실 현재 ASML의 EUV장비 공급 쿼터는 삼성보다 TSMC가 더 많다. 세계 최대의 반도체 업체이자 파운더리 부문에서 선두 TSMC 추격에 사활을 건 삼성으로선 TSMC보다 더 많은 EUV장비 확보가 선결과제인 셈이다.


이에 따라 업계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이번에 ASML측과 EUV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공동 투자, 지분 확대 등 보다 긴밀한 협의를 하지 않겠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삼성은 현재 ASML의 지분 1.5%를 보유하고 있는 주주다. 

 

아울러 3나노 파운더리 양산을 코 앞에 둔 삼성이 TSMC와의 격차를 더 늘리기 위해 3나노 이하의 초미세 파운더리의 조기 양산을 위한 ASML의 전략적 지원을 읍소하기 위한 것도 이번 방문의 주목적 중 하나라는 분석도 있다. 

 

삼성은 TSMC에 매출, 시장점유율 등 대부분의 분야에서 밀리고 있지만, 3나노급 이하 초미세 공정에선 유일하게 TSMC에 6개월에서 1년 이상 앞서 있다.


유럽 신기술 기업 다수 M&A 물망

이 부회장의 이번 유럽행이 주목을 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삼성그룹의 대형 M&A 가능성이다. 삼성은 현재 글로벌 M&A 시장에서 그야말로 빅브라더이다. 100조원이 넘는 현금 보유량과 기타 현금 동원 능력까지 감안하면, 애플 등 극히 일부 외에는 경쟁자가 없다고 해도 무방하다.

 

더구나 삼성은 2016년 11월 미국의 자동차용 전장업체 하만을 80억달러에 인수한 이후 5년 이상 대규모 M&A를 하지 않고 자본을 계속 축적해왔다. 역설적으로 이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초대형 빅딜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삼성은 또 실제로 북미 유럽의 신기술 기업 인수에 대해 부인하지 않는다. 최고위급 경영진이 이미 대형 M&A를 물밑 추진 중임을 공식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제32회 삼성호암상 시상식 만찬 뒤 취재진과 만나 M&A 관련 윤곽은 언제쯤 나올 지는 보안상 말하기 어려우나 M&A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한 부회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22' 전시회 중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M&A 가능성을 언급하며 "조만간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삼성의 간판 경영자가 이 정도로 언급했다는 것은 그만큼 삼성 M&A가 물밑에서 활발히 추진 중이며, 어느 정도 성사 단계에 도달했다는 방증이다. 결국 그룹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긴급한 유럽 방문도 이러한 초대형 M&A 추진의 연속선상으로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삼성의 유럽 신기술 기업 인수 대상은 영국 팹리스업체 ARM과 네덜란드 자동차용 반도체업체 NXP, 독일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인피니온 등이다. 우선 ARM은 이미 2020년 미국의 엔비디아가 400억달러에 인수하려다 각국 규제 당국의 반대로 무산된 전례가 있다. 삼성의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리기에 충분해 보인다.


ARM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한 시스템 반도체 업체다. 기술력이 막강하다. 삼성이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ARM은 특히 삼성전자와 애플, 퀄컴 등이 공급하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반도체 설계의 핵심 기술을 다수 보유한 기업이다. 시스템반도체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해 누구도 넘보기 어려운 난공불락의 종합반도체(IDM)업체 건설을 꿈꾸는 삼성으로선 몇 개 안 남은 중요한 퍼즐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빅딜 발표 여부 초미의 관심사

ARM의 현 지배구조를 봐도 M&A 가능성은 높아 보인다. 현재 ARM의 최대주주는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다. 이 회사는 SI(전략적투자자)보다는 FI(재무적투자자)에 가깝다. 수익이 된다면 언제든 지분과 경영권을 넘겨 자본이득(캐피털게인)을 얻는 게 목적이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의 여파로 ARM의 몸값은 2년전보다 훨씬 더 올라갔을 개연성이 크다. M&A업계 한 전문가는 "M&A시장에선 '한번 매물로 등장한 기업은 결국엔 팔린다'는 속설이 있다"며 "소프트뱅크측이 삼성이든 어디든 ARM의 잠재 가치를 인정해주면 언제든 매각할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이 전략적으로 자동차용 반도체업체 중 한 곳을 인수할 것이란 얘기도 설득력이 높다.  네덜란드의 NXP와 독일의 인피니온이 물망에 올랐다. 자동차용 반도체는 모바일용 AP에 이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는 분야다. 

 

시스템반도체 경쟁력 강화를 선언한 삼성으로선 유럽의 기술력있는 기업을 인수한다면 목표를 이루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삼성은 하만이란 자동차 전장기업을 인수한 상태여서 자동차용 반도체기업을 인수한다면 하만과의 연계 기술 확보를 통해 전장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더 강화할 수 있다. 메모리에 비해 열악한 시스템반도체 부문의 몸집을 크게 키울 수 있다. 일종의 두마리 토끼를 다 잡는 결과다.


재계 한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대만, 한국, 유럽 등 반도체 글로벌 패권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 이재용 부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중요한 법정 출석까지 미루가 전격적으로 유럽행을 택한 것이다. 이는 그 이상의 뭔가 중요한 목적을 담고 있을 것을 내포한다"며 "'사면을 위한 명분쌓기용'이라고 폄하하는 일각의 부정적 여론을 불식시켜줄 빅딜이 이번 이 부회장의 유럽 방문 중에 발표될 지 초미의 관심사다"고 말했다.

 

토요경제 / 조봉환 기자 ceo@sateconom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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